[소리多] (40)건축물대장 변경 입주자 80% 동의 필수...제주 대단지 아파트 변경 사례 없어  

[소리多]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 글도 딱딱하지 않은 대화 형식의 입말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제주의소리]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질문을 남기시면 정성껏 취재해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올 한해도 [소리多]가 연중 기획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중심지로 특정 종교단체가 언급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신천지’ 명칭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두호동 우방신천지아파트의 경우 우방신천지타운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아파트 명칭에서 ‘신천지’ 세 글자를 빼기로 하고 실제 명칭 변경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제주에서도 신천지 아파트가 지역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입주민들이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급기야 제주시가 관련 민원에 대해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 작업을 벌이기도 했죠.

과거 제주지역 아파트는 ‘주공’, ‘수선화’, ‘연산홍’ 등 공적자금이 들어간 특정 아파트가 주를 이뤘습니다. 아이파크, 꿈에그린, 이편한세상, 스위첸아파트도 2000년대 이후에야 들어섰죠.

수선화는 옛 제주시공영개발사업소가 지은 시영아파트였습니다. 제주시의 상징꽃인 수선화를 그대로 적용했죠. 영산홍도 옛 제주도공영개발사업단이 꽃 이름을 차용했습니다.

이후 국내 건설사들이 아파트 브랜화에 나서면서 너도나도 국적 불명의 외래어 아파트 명칭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는 아파트 명칭이 부동산 시세에 반영되는 상황까지 펼쳐졌죠.

과거에는 입주자들이 시공사의 동의를 얻어 자체적으로 아파트 외벽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아파트와 실제 건축물대장의 명칭이 다른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이름 바꾸기에 나서자 2006년 국회에서는 아파트 명칭 변경을 금지시키는 주택법 개정안과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이 흐름을 뒤집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롯데낙천대아파트 주민들이 명칭 변경을 거부한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 한거죠.

당시 동작구청은 아파트 명칭 변경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이를 금지하는 관련 법령도 개정 중이라며 입주민들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반면 법원은 오히려 명칭 변경을 제한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는 한 다른 타인의 권리에 침해가 없을 경우 아파트 명칭 변경권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 이후 아파트 명칭 변경에 대한 기준이 처음 마련됐습니다. 

현행 건축법 제38조(건축물 대장)와 건축물대장의 기재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칙 제3조, 제18조에 따라 건축물 명칭은 건축물대장에 기재하고 변경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변경 신청을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동의가 필수입니다. 브랜드명 관리 권리를 가진 자의 승낙을 받고 기존 아파트와 명칭에 대한 혼동을 가져오는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서는 안됩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권리변동 있는 공용부분의 변경)에는 공용부분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관리단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5분의4 이상 결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을 적용해 2018년 10월 경기도 위례신도시 ‘위례 부영 사랑으로’ 아파트 입주민들은 주민들의 80% 동의를 얻어 부영 이름을 빼고 ‘위례 THE HILL55’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제주에서는 2016년 이름 없는 나홀로 아파트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새로운 명칭을 부여한 사례가 있었지만 대규모 아파트가 명칭 변경에 나선 경우는 사실상 없습니다.

변경 승인절차가 끝나면 건축물 대장을 모두 새로운 아파트 이름으로 바꿔야 합니다. 각 입주자마다 신분증에 표기된 주소도 변경해야 하죠. 외벽 교체로 인한 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신천지로 촉발된 아파트 명칭 변경이 제주에서도 실제 이뤄질 수 있을까요. 판단은 입주자들의 몫이겠죠. 까다로운 의견수렴 절차와 비용까지 고려하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