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읍, 착공 9개월여 만에 구내식당 용도 432.25㎡ 부속동 설계변경 추진

설계변경이 추진되면서 애월읍사무소 신축 일부 공사가 중단됐다.
설계변경이 추진되면서 애월읍사무소 신축 일부 공사가 중단됐다.

100억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돼 신축중인 제주 애월읍사무소가 애초부터 비효율적으로 계획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일부 공사가 중단됐으며, 애월읍이 ‘호화’ 논란의 구내식당을 짓지 않는 방안으로 설계 변경을 추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애월읍은 116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4791.74㎡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 건물을 신축중인데,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실제 공사비용은 약 150억원에 달할 예정이다. 건축 면적은 본관 1115.07㎡, 부속동 432.25㎡ 등 총 1547.32㎡ 규모다.

1985년 준공된 이전 애월읍사무소 건물은 지은 지 35년이 지나면서 노후화되고, 공간이 협소해 주민 민원이 잇따랐다.

 
읍·면·동 주민센터 등 공공건물의 경우 각 읍면동이 제주도에 공모 대행을 의뢰해야 한다. 제주도는 설계공모를 실시하고,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최종 당선작을 결정한다.
 
애월읍사무소 설계공모 심사는 2018년 7월에 이뤄졌으며, 같은 해 7월23일 심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지금의 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애월읍 신축 공사는 지난해 5월 착공했지만, 설계변경이 추진되면서 9개월여만인 이달 초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축되는 애월읍사무소는 한라산을 바라보고 ‘ㄱ’자 형태의 건물로 당초 설계됐다. ㄱ자 형태 건물 중 가로로 배치된 건물이 부속동이고, 세로로 배치된 건물이 본관이다.

약 432㎡(약 130평) 규모의 부속동의 주 용도는 직원 구내식당이다.
 

신축 애월읍사무소 조감도. 왼쪽 건물(빨간 색 원)이 구내식당으로 사용할 계획이던 부속동이지만, 호화 논란이 제기되자 설계변경을 통해 2층 부분은 공사하지 않기로 했다.
신축 애월읍사무소 조감도. 왼쪽 건물(빨간 색 원 2층 부분)이 구내식당으로 사용할 계획이던 부속동이지만, 호화 논란이 제기되자 설계변경을 통해 2층은 짓지 않기로 했다.

제주시청 본청에도 없는 대규모 구내식당을 갖추게 되는 셈인데, 상수도 검침원 등을 포함해 9개 부서에 전체 직원 80명이 넘지 않는 애월읍사무소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으로서는 호화 시설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존 애월읍에는 구내식당이 있다. 부지 남쪽에 위치한 2층 건물 1층은 예비군대대가 사용했으며, 2층이 구내식당으로 활용됐다.

건물이 신축되면 기존에 구내식당과 예비군대대 사무실로 활용되던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세미나실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애월읍 직원간 내부 협의 과정에서 굳이 구내식당을 새롭게 지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기존에 사용하던 구내식당을 리모델링해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구내식당을 짓더라도 공유재산 임대를 통해 운영해야 하는데, 기존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임대 수익이 연 150~200만원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속동 구내식당을 짓기 위해 투입되는 예산은 약 10억원인데, 연 200만원의 임대 수익을 기준으로 할 때 500년이 지나야 투입된 예산을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 애초 계획이 애월읍의 실정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전국단위 공모를 통해 지금의 설계가 선정됐을 때도 주민들은 물론 일각에선 부지 한 가운데에 구내식당을 짓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애월읍도 이를 의식한 듯 신축 설계 도면상 ㄱ자 건물 중 가로로 배치된 부속동 건물을 지하 1층과 지상 1층까지만 짓는 방향으로 설계변경을 추진 중이다.
 
지하 1층은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지상 1층은 회의실 등으로 활용해 추후 수요와 용도에 따라 건물을 증축할 수 있도록 설계변경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설계공모와 심사 과정을 모두 거쳤고, 착공한지 9개월이나 지나서 건물설계가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애월읍의 설명은 설계변경에 따른 예산낭비 등이 불가피해 '안일한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애월읍 관계자는 “기존 계획에 회의실은 70명 규모로 너무 좁다는 얘기가 나왔다. 차라리 구내식당을 짓지 않고, 회의실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설계변경을 추진하게 됐다. 부속동 3층 건물이 1층으로 설계변경되면 공사비도 다소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원만을 위한 구내식당으로 너무 호화스러웠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직원 내부에서도 새롭게 건물을 지어 구내식당으로 활용하는 것은 호화스럽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제라도 계획을 수정하고, 구내식당 자리를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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