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4) 감염인에 대한 낙인과 혐오 멈춰야 /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근활동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코로나19를 둘러싼 상황들이 심각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적 대유행 상황인 펜데믹을 선언했고, 동네 약국에는 공적공급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한 줄이 매일 오후마다 늘어선다. 와중에 감염에 대한 공포를 이용하며 혐오를 조장하려는 의견들도 눈에 띈다.

일부 언론은 외국인 코로나 확진자의 진료비를 한국 정부에서 전액 부담한다며, ‘국민 혈세’를 확진자 치료에 쓰는 것에 대한 독자들의 공격적인 반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 문제적 헤드라인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매년 퀴어문화축제에 와 ‘동성애가 에이즈를 퍼트린다. 그 에이즈 치료에 국민 혈세가 쓰인다’라고 외치는 성소수자 혐오 집단이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월 10일 <차별금지법반대·낙태반대·중독예방·올바른성교육 국회포럼 WE KOREA 2020> 을 열고, 개회사에서 ‘지금 우한 폐렴이 이렇게 극성을 부리는데 사람들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이런 얘기를 왜 하느냐...동성애로 인해 에이즈가 걸리게 되면 에이즈 약품은 전부 고가의 약품인데, 우리 세금으로 하는 건 알고 계십니까? 왜 그럴까요. 동성애가 퍼지지 말라는 거죠. 나쁜 병이기 때문에 퍼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로 우리가 세금을 거둬서 약을 주는 겁니다’라는 발언을 했다. 위의 외국인 코로나 확진자를 보는 시각과 아주 흡사하지 않은가?

2018년 제주퀴어축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2018년 제주퀴어축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동성애가 HIV/AIDS의 원인이라는 것이 비과학적이고 잘못된 인식이며, HIV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모두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 질환임은 이미 명백한 의학적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HIV 감염 환자들은 ‘HIV/AIDS의 원인이 동성애다.’라는 낙인으로 인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며, 외려 스스로의 존재를 숨기게 된다. 1990년 세계보건기구의 ‘정신질환’ 목록에서 동성애가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동성애를 여전히 질병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HIV의 확산을 부추기는 것은 동성애가 아니라,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차별인 셈이다.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근활동가.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근활동가.

세계보건기구는 특정 지역이나 인물에 대한 혐오 조장을 막기 위해 2015년부터 병명에 지역 명칭이나 사람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도가 ‘우한 폐렴’에서 ‘신종 코로나’, 혹은 ‘코로나19’로 바뀐 이유다. 그렇다면 지금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대구코로나’ 라던가 ‘신천지코로나’라는 단어는 또 어떨까? 대구 출신이라는 것,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질병’이 아님에도, 지금과 같이 그 자체만으로도 질병으로 인식된다면 감염인들이 쉽게 자신이 감염인임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특정 집단의 사람들이 어떠한 병에 더 취약하다면, 그들을 낙인찍고 배제하고 혐오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지를 보아야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다. 감염자가 스스로 감염인임을 인식할 수 있게 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감염인에 대한 낙인찍기와 혐오는 이 재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신현정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근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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