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귀포시 "상위법 위배될 소지 있어...이원화로 도민 혼란 예상"

제주시 이도동 한 소방시설물에 주차된 흰색 SUV. 제주 소방당국이 단속 권한을 받아 평상시에 SUV 차량과 같은 주·정차 단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양 행정시가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제주시 이도동 한 소방시설물에 주차된 흰색 SUV. 제주 소방당국이 단속 권한을 받아 평상시에 SUV 차량과 같은 주·정차 단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양 행정시가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제주 소방당국이 평상시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지만, 제주·서귀포시가 상위법 위반 소지와 사무 이원화 등을 이유로 부정적 의견을 보이면서 사무위임 조례 개정이 무산됐다. 

16일 제주도와 제주·서귀포시,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제주도 소방안전본부가 ‘제주도 사무위임 조례 개정안’에 ▲소방공무원에 대한 주·정차 단속 공무원 임명권이나 ▲소방공무원에 대한 소방시설 주변 및 소방차 진입곤란지역 주·정차 단속 내용을 추가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가 지난 1월부터 각 부서별로 사무위임 조례에 반영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의견을 물었고, 소방당국에서 주·정차 단속 권한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12조(주차 및 정차 단속 공무원)에 따르면 각 지자체장인 도지사나 시장 등이 주·정차 단속 공무원을 임명하게 돼 있다. 제주의 경우 법적지위가 없는 행정시장에게는 임명권한이 없고 제주도지사만 갖고 있었다.
 
제주도가 주·정차 단속 권한을 위임하면서 자치경찰단과 소방 당국 등도 단속할 수 있었다. 소방 공무원은 주·정차 단속 권한만 갖고, 과태료 부과 등 일련의 업무는 자치경찰이 맡았었다.
 
하지만, 2017년 1월 제주도가 불법 주·정차 단속 관련 업무를 제주·서귀포시 등 행정시로 이관하면서 소방 공무원의 상시 주·정차 단속 권한도 사라졌다.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 당국은 화재진압에 방해가 되는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 차주의 동의없이 차량을 옮기거나 파손할 수 있고 과태료 부과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긴급출동할 때 등으로 제한돼있어 평상시 단속은 불가하다. 
 
현재 소방 당국은 주요 소방시설물 등 주변 주·정차가 확인되면 안전신문고 등을 통해 신고하고, 행정시가 과태료 부과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신문고 등을 통한 주·정차 신고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시설물 주변이나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에 대한 주·정차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무위임 조례 개정을 제주도에 요구했다. 단속을 강화해야 주요 소방시설물 주변 불법 주·정차가 사라진다는 판단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제주·서귀포시에 소방 공무원에게 주·정차 단속 권한을 부여하는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양 행정시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교통법에 명시된 주·정차 단속 공무원 임명권과 단속 권한을 소방서에 위임하는 것은 상위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이유다.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을 상위기관인 제주도가 가진 상태에서는 가능했지만, 2017년 양 행정시로 권한이 이관되면서 행정시가 제주도의 산하 기관인 소방당국에 주·정차 단속 권한을 바로 위임하는 것은 상위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주·정차 단속 권한을 다시 제주도가 가져간 뒤 하위 기관(자치경찰, 소방, 행정시 등)에 권한을 위임하면 상위법 위반 소지는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 이유는 또 있다. 양 행정시는 과태료 부과 등 일련의 사무 전체가 아니라 단속 권한만 가져갈 경우 책임소재와 사후처리 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원화된 단속 행위로 인해 도민 사회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무위임 조례 일부개정안은 오는 18일 예정된 제381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심사될 예정인데, 양 행정시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음에 따라 소방 공무원에게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을 위임하는 내용이 삭제된 안으로 심의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소방당국 관계자는 “소방시설물 주변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불법 주·정차를 막는 홍보 차원에서 평상시 단속 권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시설물 주변 불법 주·정차 사례가 없다면 큰 문제 없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아 사무위임 조례 개정을 요구했다. 행정 당국에서 부정적을 의견을 냈지만, 담당 부서간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소방시설물 등 주변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 등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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