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예총, 주민자치연대 잇달아 성명서..."예술 현장 아는 전문성 우선" 한 목소리

공석 상태인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 이사장 자리를 두고 ‘측근 의혹’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화 단체, 시민단체들은 ‘측근 보다는 자질과 전문성이 우선시 되는 인사’를 촉구하는 가운데, 재단 안에서도 전문성과 함께 떨어진 재단 신뢰를 높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단은 지난 10일 제주도의 이사장 후보 재공모 요청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재단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사장 후보 15명 가운데 2명을 추려 최종 임명권을 가진 원희룡 도지사에게 추천했다.

‘적격자 없음’ 판단을 내린 원 지사의 결정을 두고 지역 예술계에서는 원 지사의 측근 K씨를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후문이 빠르게 퍼졌다. 첫 공모에 응모했지만 애초에 탈락한 K씨를 감안한 재공모가 아니냐는 우려다.

K씨는 2014년 8월 원희룡 도정의 초대 협치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 이전에는 토건 회사, 건설 회사, 부동산 관련 협회 등에서 주요 직책을 맡았다. 도청에 근무할 당시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에 현행범 체포되면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결국 제주민예총과 제주주민자치연대는 잇달아 성명서를 발표하며, 현장 목소리와 전문성이 배제된 지사 측근 인사는 큰 문제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제주민예총은 지난 12일 성명서에서 “만약 측근 인사를 앉히기 위한 수순이라면 '문화예술섬 제주'라는 제주도정의 문화예술정책은 그야말로 위선이다. 제주문화예술계의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지역문화예술계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측근 인사를 기어코 이사장으로 선출하려 한다면 그것은 제주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명백한 반문화적 폭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주주민자치연대도 다음 날 성명서에서 “이번에 재단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인사 중에는 정말로 적임자가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원 지사의 사심이 반영된 것일까? 이런 의문의 배경에는 원 지사의 핵심 측근이 이사장 최종 후보에서 탈락하자 문화예술계 주변에서는 재공모설이 나돌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소문이 현실화된 셈이다. 이로써 재단 이사장 공모 절차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 됐다”고 문제 삼았다.

두 단체는 임명권자와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 대신 ‘예술 현장을 아는 전문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은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인사가 임명돼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본권으로서의 문화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지역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 때 측근 인사를 임명하는 '낙하산 꼼수'는 제주문화예술 생태계를 무시하는 행태라는 목소리다. 

문화예술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공공기관장 등 주요 기관과 행정조직에 대한 인사권은 도지사의 고유 권한이지만 상식적인 기준과 잣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정당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자질과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낙하산·보은 인사는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 적폐”라는 것에도 이견이 없다. 

그래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정치적 보상 차원에서 자리를 내준다면 도민들이 위임한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이고, 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재단 안에서도 최근 여러 부침을 잇달아 겪은 조직 분위기를 다잡을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단 직원 A씨는 “제주민예총과 제주주민자치연대 성명서가 나온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사장 재공모 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 최근 재단에 대한 제주 지역 사회의 신뢰가 많이 깨진 상태다. 조직 내부 분위기도 안정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다른 직원 B씨는 “예술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확고한 경영 철학을 가진 리더십이 필요해 보인다. 경영 윤리, 인권 경영을 이해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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