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어멍 동물愛談] 33. 여러 나라들 해상풍력, 해안과 100km 이상 떨어뜨린 까닭?

바다와 하늘과 맞닿아있는, 아름답고 고요한 대정읍 동일리 바다.  사진 출처= lonely planet magazine<br>
바다와 하늘과 맞닿아있는, 아름답고 고요한 대정읍 동일리 바다. 출처=lonely planet magazine

‘제주의 소리’ 3월 13일자 보도 ‘대정해상풍력사업, 이제는 진행되어야한다’‘제주 남방큰돌고래 서식처 한복판에 추진되는 대정해상풍력’ 즉 현재 추진하려는 대정해상풍력의 문제점을 써내려간 기고문이 실렸다.

두 기고문만 비교해 보더라도 결론은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한쪽은 그럴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부족하고, 해양 포유류가 일시적 감소 후 다시 회복된다는 등 잘못된 정보 다루고 있다. 다른 한쪽은 연구되어진 자료와 몇 년간 제주 해상을 조사하며 축적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대정해상풍력 시범지구사업은 말 그대로 ‘시범지구사업’이다. 굳이 5천7백억이라는 큰돈을 들여가며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건 누가 봐도 이해하기 힘들다. 시범적 설치와 운영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면, 새로운 단지를 조성할게 아니라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등 기존 해상풍력단지에 추가하면 될 것을 2012년부터 시간을 끌면서 지정, 변경, 폐기 또 다시 심사를 반복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면 ‘시범지구’ 사업답게 현재 전북 격포항, 울산지역 및 전 세계적인 해상풍력단지 추세를 따르면 된다. 그렇게 되면 우려가 아니라 실제 결과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광범위한 해양 생태계 파괴는 최소화되고, 사람들의 해양활동도 덜 위축될 수 있다. 

전북 격포항의 서남해상풍력은 약 18km 떨어져 있고,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도 울산항에서 약 50km 떨어졌다. 최근 세계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인 영국의 도거뱅크 해상풍력은 해안에서 무려 125km나 떨어져 추진 중이다.

대정해상풍력사업의 정식 명칭은 ‘대정해상풍력 시범지구사업’이다. 무려 5천7백억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만약 시범적 설치와 운영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면, 새로운 단지가 아니라 기존 해상풍력단지에 추가하거나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해안에서 18km, 50km, 100km 떨어져 진행하는 시범적 사업이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대정해상풍력사업의 정식 명칭은 ‘대정해상풍력 시범지구사업’이다. 무려 5천7백억의 사업비가 투자된다. 만약 시범적 설치와 운영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면, 새로운 단지가 아니라 기존 해상풍력단지에 추가하거나 전 세계적인 추세에 맞게 해안에서 18km, 50km, 100km 떨어져 진행하는 시범적 사업이어야 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해상풍력단지를 최초로 시작한 덴마크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은 왜 해안과 100km나 떨어져서 추진 중일까?

국립수산과학원 해역이용영향평가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아직 초기 단계라 민원발생 사례는 미미하지만, 공사와 운영 시 소음과 진동이 육상보다 훨씬 더 크게 발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람과 부딪쳐 발생하는 회전 날개의 소리뿐만 아니라 풍력기 타워, 발전기, 감속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수중으로 전달되어 인근 양식장, 어류, 포유류의 산란과 이동 서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상풍력단지 굴착과정에서 해양환경과 해저지형을 변형시키고 저서생태계를 매몰시킬 뿐만 아니라 인근 해역까지 부유사에 의한 주변 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20년 후에 더 광범위한 파괴로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해상풍력발전 시설의 수명은 평균 20년으로 잡는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수명이 다한 발전 시설은 중앙의 말뚝 구조물부터 시작하여 터빈, 날개 그리고 육지로 전기를 인입하던 전력선까지 모두 철거해야 한다. 특히 해저에 박아 넣은 말뚝 구조물은 적어도 지하 3m까지는 구조물을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기초공 등을 제거하는 작업은 앞서 시설을 건설할 때 고려했던 영향보다 더 큰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해상풍력발전기에 의한 수중소음 전달 메카니즘. 출처=국립수산과학원 해역이용영향평가센터 

또한 고압전류의 자기장 발생으로 해양생물 및 생태계 영향을 주며, 여기서 발생하는 저주파가 레이더 전파를 교란시켜 전파 방해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영국인 경우 북해와 아일랜드해 연안에 추진 중인 풍력발전시설이 좌절된 사례가 있다. 

이 외에도 조류의 영향, 해양경관 훼손, 해상항로 방해, 철새나 조류의 이동 경로 방해 등 종합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이 만큼 기다렸으니 됐다. 이제 추진해야한다’라는 주장은 억지에 불과하다. 오히려 지난 시간 동안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니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 때문에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어획량이 걱정이라면 고가의 해상풍력구조물에 의지해서 부착생물 등을 늘릴게 아니라 사업비 5700억 중 100분의 1만 투자하여 소음, 진동, 자기장, 전자파가 없는 인공어초를 뿌리는 게 더 현명하다.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s Goals, SGDs),  Goal 14는 2025년까지 모든 종류의 해양 오염예방,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고, 유엔해양법(UNCLOS)에 따라 가장 유용한 과학적 정보에 기초한 해양 보존을 발전목표로 삼고 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서비스도 Goal 14를 기반으로 한다. 출처=CBD(생물다양성에 관한 협약) 홈페이지

현재 제주도 연안에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단지조성은 대정 지역뿐만 아니라 주변 해역에 직·간접적인 영향은 불가피하다. 그러므로 3월에 열리는 제주도의회 회기에서 무리한 결정은 해양 생태계 파괴를 가속화하게 되고 결국 사람들의 해양 활동뿐만 아니라 삶의 질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좀 더 간곡하게 표현하자면, 제주도만 아니라 우리나라 더 나아가 전 지구의 위기 상황이다. 이러한 중대한 시기에 육상이든, 해상이든 생태계 파괴는 대단히 위험한 결과를 낳게 된다. 우리가 기후변화로부터 얻은 교훈은 우리의 행동과 결정이 지구상에 다른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생태계 훼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생태계 보존과 회복은 용기가 필요하다. 바로 지금, 용기 있는 결정이 필요한 때이다.

코코어멍 김란영은 제주관광대 치위생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단짝 친구인 반려 강아지 코코를 만나 인생관이 완전 바뀌었다고 한다. 동물의 삶을 통해 늦게나마 성장을 하고 있고, 이 세상 모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웃는 날을 희망하고 있다. 현재 이호, 소리, 지구, 사랑, 평화, 하늘, 별 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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