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구나 힘든 시기,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 홍경희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6보병사단 장병과 성북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민-관-군 합동 종교시설 방역 계획에 따라 4일 오전 성북구 길상사에서 방역작업을 벌였다. 한 장병이 극락전 앞에 소독약을 뿌리는 동안 한 스님이 방역작업이 마치길 기다리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6보병사단 장병과 성북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성북구 길상사에서 방역작업을 벌였다. 한 장병이 극락전 앞에 소독약을 뿌리는 동안 한 스님이 방역작업이 마치길 기다리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고 누구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설 무렵 저 멀리서 바이러스 얘기가 들려올 때만 해도 나랑 상관없이 지나가는 남의 일이거니 했다. 그 후로 한 달 보름여가 지났다. 새 봄이 온 길가에 형형색색 예쁜 봄꽃들이 피어났지만 모두가 낯설다. 남의 일인 줄 알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의 일, 우리 일이 되면서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 사라지고, 우려 걱정 불안 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날마다 쏟아지는 소식들이 전하고 있다. 뉴스에서나 볼 줄 알았던 그 소식들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마스크를 사기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 기관에 들어갈 때 마다 발열체크를 하는 것 등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이 모든 변화가 불과 두 달여 사이에 한꺼번에 다 일어났다.

변화하는 일상의 모습에 서서히 몸 담그는 연습을 하던 어느 날, 동시 쓰는 친구 김희정이 동시 한 편을 보내왔다.

바이러스, 너도 꽃

내 휴대폰에
바이러스라고 입력했더니
쬐끄만 연두색 꽃이  피네
무서운 괴물인줄 알았는데
바이러스, 너도 꽃이었구나 !

예쁜 마음 모아모아
착한 마음 모아모아 
주문을 외워줄게

수리수리 마하수리
예쁜 꽃이 되어라!
수리수리 마하수리
착한 꽃이 되어라!

세상에 최고로 미운 코로나19를 예쁜 꽃으로 만드는 주문을 외우겠다니, 이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인가? 하지만 20년 넘게 시인의 시를 보아온 나는 단박에 시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시인은 지금 우리의 마음을 다독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를 괴물로 보면 괴물이 되지만 꽃으로 보면 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날마다 얼굴 찡그릴게 아니라 담대하게 받아들이며 예쁘고 착한 마음 에너지를 모으자는 것이다. 예쁘고 착한 마음 에너지가 모여 새싹이 돋고 꽃이 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진짜 꽃이 되어 독하고 나쁜 마음을 거둘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지금은 누구나 힘들고 괴롭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우리의 일상을 휴지처럼 구기며 살 수 없지 않은가.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상황이니 서로 위로하고 서로 토닥이며 살자는 것이다. 평소보다 조금 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화도 덜 내고 애써 웃을 일을 찾아보면서. 그렇게 담담하게 하루하루 살아갈 때 괴물이 진짜 꽃이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진짜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 홍경희 제주교재사 대표 ( http://jejubooks.com )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