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잉투자에 중복투자, 제주도는 뉴욕·런던·하이난이 아니다 /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현재 복수공항을 운용하는 곳은 대부분 국가를 대표하는 광역대도시, 제주도와는 비교불가

국토교통부는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구 70만의 조그만 섬에 2천만 명 이상 이용하는 복수의 공항 운영계획을 강행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인용한 도시 및 공항들의 조건은 제주와는 전혀 다른 조건이며 객관적인 비교 대상이 아니다. 국토부가 제시하는 전 세계 대도시 권역 복수공항 현황은 표 1과 같다.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이하 기본계획)에서 밝히고 있는 해외 복수공항 사례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대도시 권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복수공항은 62개 도시 152개 공항이다. 이 중 2개의 공항 이상 1천만명 이상 공항이용객이 드나드는 도시는 18군데(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은 2019년 9월 개항, 2021년 목표 4500만명)이다.

이들 도시 모두는 미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해당 국가 수도이거나 제2의 중심도시들이다. 이용객이 1천만을 넘는 2개 이상의 복수공항을 6개 도시에서 운용하고 있는 미국을 보면 버지니아주의 워싱톤을 제외하고는 모두 1천만명 이상의 배후 유동인구를 가진 메가시티급 도시 또는 광역시 권역을 가진 도시들이다. 중국의 상해와 북경은 2천만명 이상을 거느린 초특급도시다.

복수공항을 위한 고속 접근과 교통인프라 개선은 가장 최우선 하는 과제이다. 공항전문가들이 말하는 복수공항의 성공적인 운용 조건 중 가장 많은 공통적인 점은 주변 도시와의 연결 중심점에 있는 정치, 경제, 금융, 문화적 중심지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철도와 도로 등 주요 광역도시들을 연결하는 빠르고 편리한 교통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런던과 파리, 베를린, 모스크바, 이스탄불 등은 유럽 철도와 도로망, 항공교통망의 중심이며 아시아에서는 상해, 북경, 서울(인천), 방콕, 도쿄, 오사카 등이 주변 주요 도시의 배후 연결성과 확장성을 가진 주요 교통망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런던, 뉴욕과 같은 메가시티들은 정치, 경제, 금융, 외교, 문화 등 모든 분야의 교류 중심지로서 전철역 하나당 유동인구만 연간 1억명 이상이 이용하고 하나의 명소에 일일 1~2백만명이 방문하는 초거대도시들이다. 이들 도시는 거의 모두 순환 고속철도망을 갖추고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돼 있고 항공만이 아닌 철도와 도로, 항만들이 거미줄 망처럼 촘촘하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각 도시들마다 국가 간의 연결고리에서 중앙의 역할을 맡고 있는 도시들이다.

미국은 자국 내의 교통 이용량만으로도 대도시권 복수공항 운용을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는 조건이 돼 있으며 중국은 향후 200곳 이상의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중국 대도시권 내 복수공항 운용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치, 경제, 금융, 외교, 문화 분야 등에서 오랫동안 투자받고 상업적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도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교류 유동인구가 매우 많으며 동시에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토부가 제시한 복수공항시스템(Multi-Airport System, MAS)을 운용하고 있는 도시들은 일반적으로 ‘대도시권 지역의 항공교통량을 담당하는 공항들의 조합’, 또는 ‘대도시권 지역 내의 상업 운송량을 담당하는 둘 이상의 주요 공항들의 조합’ 등으로 분류돼 현재 국토부가 계획하고 있는 섬 지역의 제주도 조건과는 완전히 판이하게 다른 대도시 권역의 복수공항들로서 비교 불가한 도시들이다. 그것도 보통의 대도시가 아니라 한 국가의 수도이거나 주변의 도시권을 일일생활권으로 포괄한 거대한 메가시티(Megacity)다.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포괄하는 복수공항으로 운용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자족기능을 충분히 갖춘 메가시티들과 제주도를 마치 동일한 복수공항 운용 조건을 갖춘 도시처럼 직접 비교하는 것은 한마디로 난센스에 불과하다.

인천공항 전경. 사진출처=인천공항공사 홈페이지.
인천공항 전경. 사진출처=인천공항공사 홈페이지.

하이난은 인구 1천만명의 대도시권역, 테네리페는 기상관계로 불가피한 신공항 건설 사례에 해당, 전 세계에서 인구 70만의 섬에 2천만 이상의 복수공항 운용사례 없어 

국토부는 기본계획에서 ‘섬 지역 복수공항 사례조사’도 나열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과 같이 관광지인 섬 지역에 복수공항을 운용하고 있는 해외사례는 4곳이며 이 중 공항이용객 처리실적이 1천만명 이상인 중국 하이난 섬과 스페인의 테네리페 섬 복수공항 사례를 조사했다. 

제주도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의 하이난 섬은 1988년 섬 전체가 중국 최대의 경제특구로 지정된 인구 930만 명의 거대한 도시다. 하이난 섬은 중국 본토의 14억 인구를 배후인구로 가졌고 제주도와 비교해 19배의 면적과 13배의 인구를 가졌고 2018년 기준 관광객 7,629만 명(바이두 백과)을 기록한 세계 최대 관광지 중 하나다. 섬이지만 경제 규모나 인구로 볼 때 사실상 육지와 다름없다. 공항이용객은 4,416만 명(2018년 기준)이며 세계 최초로 시속 200km이상 달리는 고속철도가 섬 전체 653km를 동서로 순환하며 대중교통을 담당하고 있다. 14억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로써 하이난섬은 자체 경제 인구의 이동과 방문 관광객의 규모로 볼 때 2개의 국제공항을 운용하는 것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지금의 공항수요도 대륙과 가까운 위치에 접해 있고 육지에서 철도를 배로 직접 연결하는 열차페리까지 운용하고 있어 관광객 규모와 비교해 오히려 적은 수요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조건의 하이난섬과 제주도를 같이 비교하는 것 역시 어불성설이다. 

스페인의 테네리페 섬은 제주도와 비슷한 면적과 인구를 가졌다. 테네리페 섬에서 운용하는 공항은 북부의 노르테 공항과 남부의 수르 공항인데 2개의 공항을 운용하게 된 데에는 아픈 역사가 있다. 북부 노르테공항은 해발 고도 610m 에 위치해 잦은 안개로 인해 항공기 결항률이 높았고 레이더 시설도 없었던 작은 공항이었다. 1977년 3월 27일 노르테 공항에서 2대의 항공기가 충돌해 탑승객 583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원래 사고 비행기들의 목적지는 테네리페 섬과 같은 카나리아제도에 위치한 라스 팔마스 공항이었지만 테러의 위협으로 테네리페의 ‘로스 로데오’ 공항(노르테 공항의 옛 공항명)으로 회항해 왔던 것이다. 결국 임시 회항으로 밀려든 항공기들과 맞물려 안개에 따른 기상악화와 관제의 오류, 항공기 조종사들의 실수가 겹쳐 발생한 최악의 참사였다. 스페인 정부는 이미 60년대 초부터 섬의 변덕스런 기상 여건에 덜 구애받는 신공항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남부에 테네리페 수르 신공항을 78년 11월에 서둘러 개항하게 된다. 

테네리페 섬의 복수공항 운용은 항공기 사고의 원인 중 하나인 섬의 기상 여건과 항공기 사고의 여파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이는 사고 발생 40여년이 지난 현재도 두 공항 전체 이용객이 제주공항의 절반 수준인 1500만 명 수준에 그친다는 점에서 테네리페 섬의 남부 수르 신공항의 건설은 제주 제2공항처럼 항공수요를 대폭 늘리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된다.

메가시티처럼 자체 자족 기능과 교류 기능이 없는 섬 지역에서 2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전용 복수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실패가 명확한 과잉투자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결국 제주와 같이 작은 면적의 섬에서 연간 4000만 명 이상의 항공수요를 불러오기 위해 기존 공항을 인위적으로 강제 분할 해 2000만 명 이상 수용하는 복수의 국제공항을 건설하는 사례는 전 세계에서 제주가 유일하다. 국토부의 제주 복수공항 운용계획의 객관적 근거와 사례들로 제시되는 도시와 섬들은 제주와는 전혀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세계적인 대도시 권역이나 하이난 같은 자체 자족 기능을 갖춘 메가시티 규모가 아닌 이상 한정된 자원을 가진 작은 섬 제주에서 오직 관광객 수송만을 위해 2000만 명 이상의 공항이용객을 목표로 하는 복수공항 운용계획은 잘못된 계획이다. 애초 과잉투자이며 적자 운용이 필히 예상되는 애물단지 공항이 분명하다. 여기서 멈춰 서야 한다. 

제주는 지금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지난 과잉관광의 난개발 역사를 냉철하게 성찰하고 새로운 제주의 미래에 대해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국토부와 제주도정, 제주도의회 그 누구도 비껴가지 못한다. 도민들이 결정할 도민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 문상빈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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