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가회의, 4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 63편 전시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제주작가회의, 지회장 강덕환)는 제주4.3 72주년을 맞아 추념 시화전을 4월 2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최한다.

제주작가회의의 평화공원 시화전은 올해로 18년째다. 이번은 임철우 작가의 4.3소설 제목이기도 한 ‘돌담에 속삭이는’으로 주제를 정했다. 4.3의 고통스런 역사의 기억뿐만 아니라 평화와 인권, 화해, 상생 등을 다룬 시화 작품을 공원 문주에 전시한다. 

전시 작품은 모두 63편이며 제주작가회의 회원뿐만 아니라, 제주에서 활동하는 타 단체 시인들의 작품을 비롯해 도외 시인들의 작품,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학생들도 함께 참여한다. 아울러 시 뿐만 아니라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의 에필로그 부분도 함께 전시한다.

돌담에 속삭이는 
에필로그

섬은 그 언제인가 
목소리를 빼앗겨버렸다. 
그날 이후 아무도 섬의 음성을 들을 수 없었다. 

섬은 목소리를 잃고, 언어를 잃고, 
노래를 잃고, 비명을 잃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침묵마저 잃어버렸다. 

목소리를 잃었을 때 
침묵할 권리도 함께 빼앗긴 까닭이다.

그래서 섬은 남모르게 밤에만 운다. 
달도 별도 해도 없는 밤, 그 칠흑의 어둠 속에서 
섬은 저 홀로 운다. 

넋두리도 흐느낌도 없이, 
그저 흐릿한 바람소리로만 운다.

가만히 들어보면, 그 이상한 울음은 
돌들이 내는 소리다. 

섬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검고 구멍 숭숭한 돌들이, 
모난 몸뚱이를 해풍에 서로 비벼대며, 
해금처럼 희미하게 앵앵대고 우는 소리다.

그 섬에는 밤마다 검고 못생긴 돌들이 
저희들끼리 모여서 운다. 

돌담에 숨은 수천수만의 혼들이 
머리채를 풀어헤치고, 돌의 육신을 빌려 
바람의 울음을 운다.

그 섬엔 별보다도 많은 
어린 아이들의 슬픈 혼이 
돌담 틈에 숨어 살고 있다. 

그러므로 그 섬에 가거든, 
부디 돌멩이 한 개도 
무심히 밟고 지나지 말라. 
함부로 돌담 사이 어둠을 엿보거나,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코 빼내어 허물지 말라.

돌담 속 슬픈 아이들의 혼은 
그 섬 어디에나 있다. 

유채꽃 흐드러진 올레길, 
갯무꽃이며 메꽃이 깔린 해안가, 
하늘을 가린 울창한 삼나무 숲, 
둥백꽃 점점이 붉은 남쪽 마을, 
잡초 엉클어진 중산간의 폐촌들....

그 어디를 가건, 
당신은 그들의 슬픈 시선에서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섬에 가거든, 
돌담 그늘에 누운 
어린 혼들의 고단한 잠을 
함부로 깨우지 않도록 조심하기를.

고즈넉한 마을, 
이끼 낀 돌담을 지나거나, 
바람찬 들녘의 구불구불한 밭담 사이를 걸을 때나, 
혹은 오름 기슭 외진 골짜기에서 
이름 없는 돌무더기들과 마주치거들랑,

부디
목소리 발소리를 낮추고,
가만가만 지나가기를.....

소설 일부분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 제주작가회의는 “몽구, 몽희, 몽선 등 작품 속 어린이 인물의 넋을 달래는 소설의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4.3의 문학적 형상화에 누구보다 열성을 보여 준 임철우 소설가의 작품 내용을 독자나 관람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주작가회의는 최근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별도의 개막식을 갖지 않기로 했다. 지난 1998년 창립된 이래 제주작가회의는 주요 사업의 일환으로 4.3문학제를 개최해왔다. 또한 매년 4.3행사에 맞춰 4.3의 역사적 교훈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하여 4.3희생자 위령제가 열리는 현장이나 평화공원에서 4.3 시화전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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