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진기] (24) 코로나19로 마음까지 멀어진다면...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연분홍 벚꽃이 만개하고, 거리를 노랗게 물들인 유채꽃이 봄날을 알리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마음엔 갑갑함이 가득 채우고 있는 시간이 지나고 있다.

주춤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해외 확진자 급증 등으로 장기화가 예상되고, 이로 인한 불안도 함께 커져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 인한 신조어도 등장했다. ‘코로나 블루’. 감염병이 퍼지면서 사람들 간 모임 또는 만남이 줄고 이 때문에 생긴 우울감을 뜻한다. 

실제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3일까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접수된 코로나19 관련 심리상담이 1만8060건에 달했다. 코로나19와 관련 없이 심리적 불안을 나타나는 사람들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불안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변에서도 사람들이 날카로워져 있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사람들이 벚꽃이나 유채꽃 사진이라도 보면서 조금에 우울이나 불안을 털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sns에 올린 사진에도 ‘이런 상황에 왜 꽃 사진을 올리냐’며 핀잔을 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바빠진 음식이나 물품 등을 배달하는 사람들이 제일 위험한 것 같다며 이마저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마스크가 부족할 때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면 좋겠다고 마스크를 양보하는 캠페인을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가 감염 위험이 높은 만큼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조심하는 것은 감염 차단을 위해 바람직하지만, 지나친 불신이 사람 간에 갈등까지 부추기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현재 상황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에서 누구하나 자유롭지 않다. 이미 서로들 조심하고 있지만, 감염 대응 수위에 대한 견해 차가 조금씩 있을 수 있고, 설령 조심하더라도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두달 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가 사람들 간의 신뢰나 믿음도 멀어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이 같은 상황이다 보니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사람 간 물리적 공간을 유지한다는 표현으로 쓰이는 ‘사회적(social) 거리두기’를 ‘물리적(physical) 거리두기’로 바꾸기를 권고하고, 몇몇 언론에서도 ‘물리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을 쓰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가 예상되는 시점인 만큼 우리도 ‘물리적 거리두기’는 더더욱 철저히 하되, 다른 한편으로 ‘정서적 연대’는 더욱 튼튼히 해야 할 때다. 

‘정서적 연대’라 해서 무언가 대단한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로 거리를 둬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 마음만은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연결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연대하며 수 많은 위기를 극복해 왔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개인만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다. 전염병이더라도 마찬가지다. 불신보다는 신뢰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강보배는?

만 29세.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청소년교육, 청년정책, 사회적경제, 주민자치에 관심을 갖고 '더 나은 제주'를 꿈꾸며 활동해왔다.

지금은 노마드처럼 전국을 다니며 청년들을 연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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