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지금 제주는] (29) 총선후보, 일회용 플라스틱 억제정책 제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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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해양수산부 주최로 서귀포시 중문 해수욕장에서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 방류 행사가 열렸다.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의 보존을 위해 구조·치료하거나 인공 증식한 바다거북 14마리를 자연 방류한 것이다. 하지만 이중 새끼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는 방류된 지 불과 11일 뒤 부산 기장군 해안에서 폐사체로 발견되었다. 부검 결과 어린 바다거북 뱃속에는 사탕포장지, 먹는 샘물 페트병의 비닐 라벨 등 수백 개가 넘는 비닐조각이 발견되었다. 이를 조사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원은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많은 쓰레기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지구환경 위협하는 플라스틱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플라스틱류 제품들은 우리 일상생활 속의 편리함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된지 오래다. 플라스틱은 천연소재에 비해 가볍고 내구성도 강할 뿐만 아니라 열을 가하면 어떤 형태로든 변형과 가공이 가능하다. 플라스틱은 가정의 생활용 제품에서부터 모든 산업분야는 물론이고 우주선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은 우리 인류에게는 가히 혁명적인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도 함께 초래하고 있다. 사람들은 사용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대부분은 재활용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실제 재활용되는 양은 지극히 소량에 불과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간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총량은 83억톤에 달했다. 이 중에 재활용 된 플라스틱은 7.5억톤에 불과했다. 10억톤이 소각되었고, 나머지 63억톤은 매립되거나 그대로 자연에 버려졌다.

서두의 사례처럼 버려진 플라스틱은 바다로 이동해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매년 100만 마리 이상의 바닷새들이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잘못 알고 삼키거나 버려진 그물 및 낚싯줄에 걸려 죽어간다. 바다거북은 비닐류 플라스틱을 해파리 같은 먹이로 알고 이를 삼키면서 폐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바다표범 역시 그물이나 낚싯줄, 밧줄 등에 목이 감기거나 몸이 끼이면서 매해 10여만 마리가 희생을 당하고 있다. 

바다생물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은 자체의 독성도 있지만 바닷물 속에 녹아있는 환경 독성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들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한 조각이 떨어져 마모되거나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기 시작한다. 독성을 가진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동물성 플랑크톤, 물벼룩, 크릴새우 등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이어서 먹이 피라미드처럼 상위 포식자가 이를 잡아먹으면서 결국 우리 식탁에까지 오게 된다. 이미 연구결과에 따르면 홍합, 굴, 게, 숭어, 다랑어, 바다가재 등 170여 종의 해산물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심지어 소금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총선 정당별 자원순환정책 있거나 아예 없거나

이런 이유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 단위를 뛰어넘어 국제연합(UN)은 지난 2009년에 플라스틱 중에 가장 많은 사용량을 보이는 일회용 비닐봉투의 사용을 금지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속적인 글로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차원에서도 지난해 4월 수도권 지역의 플라스틱 수거대란 발생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 대책을 내놓았다. 자원순환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을 50%까지 감축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제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을 생산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은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유통매장의 경우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제한하고, 매장 내 속비닐 사용량도 50% 줄이기로 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 등의 단계적 사용 금지와 유색 페트병 퇴출 계획도 내놓았다. 투명 페트병이 아닌 색이 있는 페트병은 재활용이 어려워 일회용 제품과 함께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왔다. 

이런 가운데 현재 총선 국면에서 각 정당별로 내놓은 자원순환 정책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다. 정당에서 발표한 공약집을 보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등의 자원순환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주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었다. 미래통합당과 민생당의 총선 공약에서 쓰레기 문제와 관련한 자원순환 정책은 부재했다. 자원순환 정책은 지역의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과 매우 밀접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공약 자체가 없다는 것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플라스틱 포장재 없는 가게(제로웨이스트 숍)를 지역별로 설치해 플라스틱 포장재 없는 지역사회 만들기를 실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인구 10만명 이상의 지자체에 제로웨이스트 숍을 설치하도록 규정하여 제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최종 소비단계까지 포장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지역주민들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의식전환을 유도한다는 정책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은 해양쓰레기 저감을 위해 발생, 수거, 처리 등 전 과정의 관리를 강화해 해양플라스틱 쓰레기를 2020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저감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도서지역 해양쓰레기 정화·운반선 건조를 확대하고, 쓰레기 발생이 많은 지역 및 상시 관리가 필요한 관광지 등에 상시 관리 인력인 바다환경지킴이를 확대 배치하며, 해양쓰레기의 원활한 처리를 위한 시설 구축 확대를 약속하고 있다.  

정의당은 쓰레기의 불법 투기, 밀반입을 근절하기 위해 자원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공약이다. 이를 위해 비닐·플라스틱을 대체한 재사용 포장재 사용을 확대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자원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개발 및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제조·재활용 산업을 고도화하여 재활용률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정책이다. 

그리고 정의당은 폐기물 발생자책임 원칙과 생산자책임 원칙을 수립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폐기물이 배출되는 광역시도에서 폐기물 처리를 책임지도록 하고, 다른 지역으로 반출할 경우 폐기물이동요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부과한 폐기물이동요금은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용되고, 처리시설 안전성에 대한 정보제공 및 주변지역 영향조사를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특별법 개정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억제해야

제주에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 또한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 도내 재활용처리시설에 반입돼 선별과정을 거쳐 재활용하기 위해 외부로 반출되는 양을 확인한 결과 그 증가세가 뚜렷했다. 플라스틱의 경우 2013년 연간 1469.5톤에서 2017년 2841.7톤으로 4년 새 두 배나 증가했다. 재활용처리시설에 반입되는 재활용품의 경우 선별과정에서 반입량의 60% 가까이는 재활용이 어려워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실정이어서 실제 플라스틱의 발생량은 통계보다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도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제대로 재활용되는 양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는 자연스레 도내 생활환경의 문제는 물론 불법투기 등으로 생태계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재활용에 앞서 원천적으로 발생량을 억제하는 감량정책이 우선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효과적인 정책 시행이 없는 실정이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따라서 현재 급증하는 제주지역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시행이 요구된다. 환경부하가 쉽게 나타나는 섬의 특성과 민감성을 지닌 지역성을 고려할 때 정부정책의 시행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에 제주도 폐기물 관리 조례를 통해 제주도 자체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의 사용을 억제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회용품 억제정책의 실효성을 미리 판단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부차원의 지원을 받으며 추진할 수도 있다.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편의와 편리만을 쫓아 무분별하게 사용해 오면서 스스로 우리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역설을 바로잡아야 하겠다.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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