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교육현장 사상 초유 온라인개학 '긴장'...예체능 미비, 출결관리 한계 우려도

1일 오전 제주중앙여고 학내 방송실에서 온라인 강의 수업을 시연하고 있는 교사들. ⓒ제주의소리
1일 오전 제주중앙여고 학내 방송실에서 온라인 강의 수업을 시연하고 있는 교사들. 수학과목은 태블릿 기기를 활용해 수업이 이뤄졌다. ⓒ제주의소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됐다. 제주지역 일선 학교 현장 역시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온라인 수업을 마주하게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일 오전 제주중앙여자고등학교 학내 방송국에서는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시연이 진행됐다. 서귀포고등학교 김대현, 현철훈, 이재동 교사는 태블릿 기기를 활용해 유창하게 수업을 이어갔다. 수업은 중앙여고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됐다. 

온라인 개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액의 기존 온라인 강좌와 비교해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바로 옆 교실에서는 중앙여고 고동민, 조한별 교사의 역사 수업이 진행됐다. 또 다른 모델을 선보이기 위해 이 수업은 태블릿 기기가 아닌 파워포인트를 화면에 띄워가며 진행됐다. 교사의 얼굴은 우측 하단의 작은 분할 화면을 통해 보여졌고, 화면의 대부분은 텍스트가 메웠다. 

과목의 특성에 따른 선택이었다. 도형을 그리고 공식을 써가며 수업이 이뤄지는 수학과 암기해야 할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역사 과목은 수업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어떤 방식을 채용할지 선택은 각 교사의 몫이다.

◇ 온라인 수업 '쌍방향', '콘텐츠 활용' 등 교사 선택따라 다양성 확보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온라인 개학은 4월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된다. 고입·대입이 맞물리는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의 개학이 우선 시행되고, 4월 16일에는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초등학교 4~6학년이 개학한다. 초등학교 1~3학년의 온라인 개학은 4월 20일이다.

교육당국과 각 학교는 개학을 앞둔 4월 첫째주에 온라인 강의 플랫폼 구축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수업은 크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등 3가지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은 원격교육 플랫폼을 활용해 교사‧학생 간 화상수업을 실시하며, 실시간 토론 및 소통 등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네이버 라인 웍스, 구루미, 구글 행아웃, MS팀즈, ZOOM, 시스코 Webex 등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다. 이날 수업시연 역시 쌍방향 수업 형태였다.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은 학생이 지정된 녹화강의 혹은 학습콘텐츠를 시청하고 교사는 학습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콘텐츠는 EBS 강좌를 활용해도 되고 교사 자체 제작 자료 활용도 가능하다.

'과제 수행 중심 수업'은 교사가 온라인으로 교과별 성취기준에 따라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내용을 맥락적으로 확인 가능한 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독서감상문, 학습지, 학습자료 등 학생 활동을 수행토록 하고, 학습결과가 제출되면 교사가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1일 오전 제주중앙여고 학내 방송실에서 온라인 강의 수업을 시연하고 있는 교사들. 텍스트 위주의 역사 과목은 파워포인트 화면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1일 오전 제주중앙여고 학내 방송실에서 온라인 강의 수업을 시연하고 있는 교사들. 텍스트 위주의 역사 과목은 파워포인트 화면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제주의소리

스마트기기 미보유 가정에 태블릿 대여...중간-기말 시험은 '등교 후'

교육부 방침 상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때까지 등교 개학은 무기한 연기된다. 감염병이 조기에 종식된다면 온라인 수업이 4월까지 진행될 수도 있지만, 1학기 내내 온라인으로만 강의가 진행된다는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중간·기말고사 등의 평가는 원칙적으로 등교한 이후 치른다는 방침을 정했다. 다만, 온라인을 통한 쌍방향 수업으로 교사가 관찰하는 방식의 수행평가는 진행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부모 등 제3자의 도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제형 수행평가는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체육, 미술, 음악 등 예체능 과목은 물리적 한계로 인해 콘텐츠가 다소 제한될 것으로 우려된다. 교육당국은 음악과 미술의 경우 주로 감상이나 해설 위주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체육 역시 거주지 층간소음을 발생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수업 진행을 돕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출석 체크는 쌍방향 수업이 이뤄지는 경우 웹캠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그외 학습결과 보고서, 학부모와의 전화 등으로 체크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가 설정한 실무 가이드에 따르면 각 학교의 원격수업 출결 관리는 출석과 결석으로만 처리한다.

자녀가 둘 이상인데, 가정 내 PC가 한 대 뿐이라면 학교로부터 스마트기기를 지원받을 수 있다.

1일 기준 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파악한 가정 내 온라인수업 환경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내 총 4만479명의 초등학생 중 컴퓨터, 노트북,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를 확보하지 못한 학생은 5275명으로 전체 13%, 인터넷회선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은 1315명으로 3.2%인 것으로 파악됐다.

중학생의 경우 전체 1만9476명 중 스마트기기 미확보 학생은 561명(2.9%), 인터넷회선 미확보는 246명(1.3%), 고등학생은 1만8674명 중 스마트기기 미확보 291명(1.6%), 인터넷회선 미확보 277명(1.5%)로 집계됐다.

도교육청은 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태블릿 1만1163대를 부족한 가정에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학교의 보유기기가 부족할 시 교육청이나 인근 학교에서의 지원이 이뤄진다. 현재까지는 보급될 물량이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휴업 기간 중 학습손실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의 학력을 제고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교사의 온라인 교수학습 역량을 높여나가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 제주중앙여고, 온라인 강의 모델 선보여..."교사 역량 충분할 것"

한편, 이날 수업시연이 이뤄진 제주중앙여고는 원격수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동수 교장이 직접 구축한 온라인 강의 사이트(jstudy.kr)를 선보였다.

특강일자와 각 시간별 수업이 분류된 사이트는 '온 에어' 아이콘을 클릭하면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실시간 접속되게끔 구성됐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편의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다.

한 강의는 교과별 2~3명의 교사가 팀을 구성해 강의의 질을 확보하도록 했다. 수업강사 외 팀원은 실시간 질의·응답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젊은 교사들이 수업을 주도하고, 경험이 많은 교사들의 경우 서포트를 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꼽혔다.

플랫폼은 유튜브 시스템을 활용했다. 그외 플랫폼도 자료를 주고받는 것이 유리하다거나 쌍방 소통이 원활한 특징을 지니는 등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시범운영하는 차원에서는 서버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데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조동수 교장은 "제주도내 교사들의 수업 역량 수준은 상당히 높다. 각 학교별 갖추고 있는 장비가 부족하더라도 웹캠과 마이크 등 최소한의 장비로도 얼마든지 수업이 가능하다"며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존의 오프라인 수업도 준비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교사들의 역량은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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