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바이러스 퇴치 이후’ 서둘러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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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는 외부 의존도가 높은 제주경제를 수렁으로 밀어넣을지 모른다. '바이러스 퇴치 이후'를 서둘러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청정 제주’가 ‘1일천하’로 끝난 이후 4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해외 입국자들이 문제였다. 국경을 무색케하는 팬데믹의 위력을 새삼 실감했다.   

말그대로 세계적 대유행이다. 대한민국만 잘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유럽, 미국도 아직 초반전일지 모른다. 강물에 휩쓸리듯 뇌관은 6대륙으로 흩어졌다. 마찬가지다. 제주만 잘 해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문을 완전히 걸어 잠글 수는 없다. 그래서 불안하다. 

그간 어떻게 지켜왔는데…. ‘강남 모녀’에 대한 도민의 분노는 수긍이 간다. 억대 손해배상 청구는 성난 민심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게 얌체족에 대한 경고, 자각의 메시지가 될 지언정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다. 촘촘한 감시와 방역, 위생수칙 준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여전히 가장 유효한 해법이다. 

차분히 분노를 삭였으면 한다. 그 에너지가 각자 방역 태세를 가다듬는데 쓰였으면 싶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달동안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피로도가 누적된게 사실이다. 

바이러스는 결국 잡힌다. 팬데믹의 1~2년 지속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고, 그보다 짧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이 기간을 버텨내는게 관건이다. 벌써 생존의 한계점에 다다른 이웃이 나타나고 있다. 완연한 봄이지만,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계층에게는 전례없이 가혹한 시즌이다. 

재난은 사회적 약자들부터 파고든다. 본디 재난의 속성이 그렇다. 1995년 시카고 폭염 당시 왜 노인과 빈곤층에서 유독 사망자가 많았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들 약자에겐 ‘잠시 멈춤’ 권유 조차 가혹하게 들릴 수 있다. 

빠른게 아니다. 바이러스 퇴치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모든 걸 잃고 난 후에는 재기할 동력마저 사라지고 만다. 외부 의존도가 높은 제주는 더욱 치명적이다. 

대비는 신속하고도 과감해야 한다. 재정 투입을 머뭇거리다가 갑자기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기로 한 미국을 보라. 1400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한 우리나라는 또 어떤가. 이름을 달리한 각종 지원금은 애초 일부 지자체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정부 방침으로 채택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의 ‘과감한 대책’이 며칠 후 ‘소심한 대책’으로 전락하는 판국이다. 

최근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차등해서 3회 이상 지급하겠다고 제주도가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들은 재난기본소득 10만원 일괄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정의당은 제주형 지역화폐 도입을 제안했다.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도 좋지만, 솔직히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신중을 기하되 타이밍을 놓쳐선 안된다. 지원금 만의 얘기는 아니다. 장차 바이러스가 물러간 뒤 제주경제를 다시 일으켜세울 대책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제주는 산업구조상 코로나의 그림자가 짙고 깊을게 뻔하다. 자칫 실기할 경우 제주경제는 끝모를 수렁으로 빠져들 수 있다. 

한때 행복한 상상을 했던 순간이 있었다. 도내 확진자가 제로(0)였던 3월23일이었다. 사태가 진정될 즈음 국내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려드는 꿈이다. 청정지역을 찾아서.  

이튿날 다섯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행복한 상상은 신기루로 끝났지만, 위대한 도민들 덕에 가능성은 열려있다. 지금까지 도민들은 무던히도 잘 견뎌냈다. 많은 경우 생존이 달린 문제인데도 묵묵히 고통을 감내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전사’ 말고도 수많은 일상의 영웅들이 탄생했다.

마스크 기부자, 모금 참여자, 임대료를 깎아준 건물주, 자진해서 문을 닫은 업소 주인…. 사회적 거리두기도 결코 소극적 행위가 아니다. 위기의 순간, 사회적 연대를 매개했던 이들이 있었기에 제주가 확진자 한자릿수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당국이 화답할 차례다. 코로나와의 진짜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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