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2도항선 운항에 제1도항선 소속 해녀들 집단행동...도항선 결국 회항 이용객들 ‘분통’

비양도 도항선 운항을 놓고 벌어진 갈등과 관련,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비양도 도항선 운항을 놓고 벌어진 갈등과 관련,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 비양도를 오가는 도항선 운항을 두고 두개 선사로 나뉜 마을 주민간 갈등이 커지면서 급기야 해녀들이 해상에서 상대편 선사의 선박 진입을 막아서는 일이 벌어졌다. 관광객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주)비양도천년랜드와 관련된 해녀 12명은 2일 오전 9시부터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앞 해상에 제2도항선인 비양도해운(주)의 도항선 진입을 막기 위한 해상 시위를 벌였다.

비양도해운(주)의 도항선은 이날 오전 9시20분 관광객 등 승객 40명을 태우고 한림항을 출발했다. 오전 9시35분 비양도 해역에 다다랐지만 해상 시위중인 해녀들에 막혔다.

해녀들은 비양도 선석으로 이어지는 방파제에서 가로로 길게 무리를 이뤄 “절대 들어 올 수 없다”며 고함을 질렀다. 도항선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곧바로 멈춰 섰다.

도항선 선장은 안내 방송을 통해 승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관광객과 마을주민, 코로나 방역차 비양도를 찾은 서부소방서 소방공무원 등 40여명은 꼼짝없이 선박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경기도에서 온 한 20대 관광객은 “오늘 비양도에 꼭 들어가야 하는데 너무 황당하다. 시간만 허비하게 됐다. 선사측에 환불을 요청하겠다”며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비양도 도항선 운항을 놓고 벌어진 갈등과 관련,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제2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이자 해경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제2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이자 해경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선장은 선박 외부 스피커를 통해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임산부도 있다. 여러분의 행동은 정당한 여객운송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해녀들은 고함을 치며 맞섰다. 

제주시 공무원들과 해양경찰까지 연안구조정을 타고 현장에 투입돼 설득 작업을 벌였지만 해녀들은 1시간 넘게 시위를 이어갔다. 결국 도항선은 오전 10시35분 회항을 결정했다.

비양도해운(주)측은 “(주)비양도천년랜드측과 이야기를 했지만 합의를 하지 못했다. 승객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불가피하게 회항을 결정했다. 전액 환불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성산포에서 온 60대 승객은 “비양도 올레길을 걷기 위해 어렵게 시간을 내서 왔는데 당혹스럽다”며 “해녀들도 사연이 있겠지만 도항선 운항을 방해하는 행위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황 결정으로 전날(1일) 들어간 관광객들은 첫 배를 이용해 나오지 못하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선사측은 이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해경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비양도 갈등은 제1도항선인 (주)비양도천년랜드가 2017년 5월 운항을 시작한데 이어 2년만인 2019년 11월 제2도항선인 비양도해운(주)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제2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선박이 해상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하다 결국 회항하자, 승객들이 한림항으로 돌아와 하선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제2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였다. 선박이 해상에서 1시간 넘게 대기하다 결국 회항하자, 승객들이 한림항으로 돌아와 하선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 도항선 선착장에 제1도항선인 비양도천년호와 제2도항선인 비양호가 나란히 정박해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 도항선 선착장에 제1도항선인 비양도천년호와 제2도항선인 비양호가 나란히 정박해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비양도해운(주)이 2019년 11월8일부터 임시 운항을 시작했지만 (주)비양도천년랜드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취항 사흘만인 그해 11월11일 운항을 중단했다.

이후 접안시설을 남쪽으로 옮겨 제주시에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다시 신청했다. 제주시가 올해 3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이를 수용하면서 2개 도항선이 경쟁하는 상황이 됐다.

기존 선사인 (주)비양도천년랜드는 제주시를 상대로 비양도해운에 대한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비양도어촌계 등도 제주시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서 제주시는 당초 3월31일로 완료되는 양측의 공유수면 점사용허가를 4월30일까지 한 달 연장해 줬다. 이 기간 합의를 양측에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해양수산부가 공모한 ‘2019년도 어촌뉴딜300 공모사업’으로 인프라 개선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사 지점에 승하선계단이 위치한 제1도항선의 운항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제주시는 제2도항선의 시설을 양측이 같이 사용하는 방안으로 재차 중재에 나섰지만 비양도해운(주)가 부대조건을 달면서 이마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제주시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에 내걸리 비양도천년호 휴항 안내문.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한림항 비양도 선착장에 내걸리 비양도천년호 휴항 안내문.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제2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이자 해경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일 오전 비양도 앞 해상에서 일부 해녀들이 제2도항선 진입을 막는 해상시위를 벌이자 해경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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