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화입마 상태인줄 알았습니다. 저는 다시 일어날 것으로 믿었습니다”

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명상 수련원의 미스터리 사망 사건에 대해 피고인은 시종일관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을 이어갔다. 검찰은 친구의 시신을 방치한 피고인에 실형을 요구했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홍모(60)씨의 사체은닉과 유기치사 사건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모 명상 수련원의 실질적 운영자인 홍씨는 육지부 명상 수련원에서 알게 된 친구 A씨가 2019년 9월1일 다른 일행과 배편의 통해 자신의 수련원을 방문하자 선뜻 명상 장소를 내줬다.

A씨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건물 1층에서 홍씨와 식사도 함께 했지만 오후 10시30분 3층 수련실에서 느닷없이 주저앉았다. 고성을 들은 홍씨는 곧바로 3층에 올라갔다.

홍씨는 119에 신고하지 않고 현장에 있던 수련생 정모(54.여)씨와 함께 피해자를 바닥에 눕혔다. 이어 자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라모(57)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라씨는 건물 2층에서 3층에 있는 A씨를 위해 기 치료 행위를 했다. 홍씨는 당시 A씨가 주화입마(走火入魔) 상태에 빠졌고 기 치료의 도움을 받아 조만간 일어날 것으로 믿었다.

주화입마는 심리적인 원인 등으로 인해 몸 속의 기가 뒤틀려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홍씨는 명상 수련 과정에서 이 같은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곧바로 A씨가 있는 3층 수련실을 폐쇄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후 시체에서 고름이 생기고 구더기가 발생하자 정씨와 함께 바늘로 터트리고 알코올로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해 10월12일 A씨의 아내가 남편을 보기 위해 수련원을 방문하자 “의식을 회복하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돌려보냈다. 10월15일 경찰 형사들이 방문하자 이를 막아서기도 했다.

홍씨는 재판과정에서 사체를 방치한 사체은닉 혐의는 인정했다. 다만 유기치사 혐의는 수련원 운영에 따른 입소자의 보호의무도 명확하지 않고 이미 피해자가 사망했을 수 있다며 맞섰다.

유기치사죄는 보호 의무 대상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된다. 홍씨의 변호인은 피해자를 발견할 당시 이미 숨져 있었다면 유기치사 적용이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홍씨측은 이를 위해 불분명한 A씨의 사망시간을 언급하며 당시 부검의와 대한의학협회의 사실조회를 요청했지만 시신 속 음식물을 통해 사망 시간을 특정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검찰은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주저앉자 직접 자리에 눕혔다. 119에 신고하지 않고 라씨에게 도움을 요청한 점에 비춰 피해자가 당시 살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기 치료를 주장하지만 이는 의학적 의술에 비해 적합한 치료 방법은 아니”라며 “피해자가 주저앉은 이후 방치한 행위는 유기치사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홍씨는 피고인 심문과 최후진술에서 “친구가 주화입마 상태에 빠져든 것으로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119로 이송하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45일간 방치된 피해자의 모습을 누가 봐도 시체의 모습”이라고 지적하자,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저는 친구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말끝을 흐렸다.

홍씨는 “의도치 않은 사건이 벌어졌다. 친구이자 협력자인 고인에게 미안하다. 유족들에게 죄송하고 친구의 명복을 빈다”며 머리를 숙였다. 

재판부는 27일 선고 공판을 열어 피고인에 대한 1심 형량을 정한다. 홍씨와 함께 공범으로 지목돼 불구속 기소된 3명에 대해서는 9일 2차 공판을 열어 피고인 심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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