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청구 4건 재판 기일조차 안 잡혀...문재인 대통령 “더이상 지체할 시간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제72주년 제주4.3 추념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4.3희생자 유족과 제주도민들을 위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주의소리

“지난 1년 현창용, 김경인, 김순화, 송석진 어르신이 유명을 달리하셨지만 국가는 아직 가장 중요한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에게 국가의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72주기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4.3관련 재판과 소송 과정에서 고인이 된 희생자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한 제주 4.3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재심 청구가 해를 넘겨 봄을 지나고 있지만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아 유족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4.3생존수형인들은 2017년 4월 사상 첫 4.3사건과 관련한 재심 청구에 뛰어들었다. 2018년 9월3일 재심 개시결정까지 꼬박 1년 5개월이 걸렸다.

사실상 무죄에 해당하는 공소기각은 재심 청구 1년 9개월만인 2019년 1월17일 결정됐다. 형사보상과 손해배상소송이 이어지는 사이 현창용 할아버지와 김경인, 김순화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생존수형인 8명은 2019년 10월22일 법원에 추가 재심청구에 나섰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재심 개시 결정을 판단할 재판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재심 청구인은 송순희(95), 김묘생(92), 변연옥(91), 김영숙(90), 김정추(89) 할머니, 송석진(94), 김두황(92), 장병식(90) 할아버지 등 8명이다.

그 사이 일본에 거주하던 생존수형인 송석진 할아버지도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올해 2월9일 향년 94세로 생을 마감했다.

2차 재심청구에 나선 생존수형인 8명이 중 김정추(89) 할머니를 제외한 7명이 모두 올해 구순을 넘긴 고령자다. 

4.3 행방불명인들도 재심 청구에 나섰지만 이마저 재판 기일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행불인 유족들도 2019년 6월3일 법원에 첫 재심을 청구했다. 전체 행불인 2500여명 중 희생자 대표 10명을 추려 1948년 군법회의 후 71년만에 처음으로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청구 대상은 故 오형률, 김경행, 서용호, 김원갑, 이학수, 양두창, 전종식, 문희직, 진창효, 이기하씨다. 이들 모두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행불인 수형자는 4.3사건이 불거진 1948년과 이듬해 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아 전국 각지의 형무소로 끌려간 후 시신을 찾지 못한 희생자들이다.

2월18일에는 행불인 수형자와 생존수형자 341명이 추가로 재심을 청구했지만 이 역시 재판 일정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열여덟 분의 4.3생존 수형인들이 4.3 군사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제기한 재심재판과 형사보상 재판에서 모두 승소했다”며 “제주지방법원에서 이제 죄 없는 사람이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년 사이 현창용, 김경인, 김순화, 송석진 어르신이 유명을 달리하셨다”며 “생존희생자는 물론 1세대 유족도 일흔을 넘기고 있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목격자들도 고령인 상황에서 더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지방법원은 이와 관련 “해당사건 기일지정이 다른 사건에 비해 특별히 지체되는 상황은 아니”라며 “다만 관련 사건과 당사자가 다수인 점을 고려해 신중히 심리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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