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 59. 족도리풀 (Asarum sieboldii Miq.) -쥐방울덩굴과-

부녀자들이 전통 예복을 입을 때 머리에 쓰던 관을 ‘족두리’라고 부릅니다. 속에는 솜이 들어 있고 그 가운데는 텅 비어 머리 위에 올려놓아 꾸미는데, 그 족두리를 닮은 야생화가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족도리풀을 소개해 드립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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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도리풀은 흔한 줄기나 대궁도 없이 뿌리에서 바로 잎자루가 올라옵니다. 그 끝에 심장 같은 잎이 한 장씩 달립니다. 부끄러워서 꽃이 지면에 바짝 달라붙어 있어 잎을 들추지 않으면, 꽃이 피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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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명 ‘Asarum’은 그리스어로 없다는 뜻을 가진 ‘a’와 장식(裝飾)을 의미하는 ‘saroein’의 합성어라고 알려졌습니다. 가지가 갈라지지 않는다는 뜻의 ‘asaron’에서 유래됐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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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에 따라서 잎에 무늬가 있는 개족도리풀, 꽃받침잎이 뒤로 예쁘게 젖혀지는 각시족도리풀, 잎이 자주색인 자주족도리풀, 꽃받침잎이 뿔처럼 생긴 뿔족도리풀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분류에 대해서는 크게 족도리풀, 개족도리풀 2종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변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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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에 하얀 무늬가 있는 개족도리풀. ⓒ제주의소리

족도리풀의 종소명 ‘sieboldii’는 일본 식물을 주로 연구한 네덜란드의 분류학자 지볼드(Philipp Franz von Siebold)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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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사이에서 올라오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속에는 짙은 갈색의 꽃이 숨어 있습니다. 열매는 8~9월경에 두툼하고 둥글게 달리는데 본초명 ‘세신’이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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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도리풀에 대한 이야기 하나를 꺼내봅니다. 옛날 궁녀로 뽑혀 궁으로 갔다가 다시 중국으로 넘어간 한 소녀에 대한 어머니의 그리움으로 태어난 꽃이 바로 이 족도리풀이라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족도리풀의 꽃말은 '모녀의 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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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곳곳에는 벚꽃 소식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야외활동도 뜸한 것이 사실이죠. 숲속을 산책하거나 오름을 올라가면서 족도리풀 잎을 살짝 들어 보면, 그 옛날 부녀자들이 사용했던 족두리 닮은 풀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식물 이야기’는 한라산국립공원의 협조로 <제주의소리> 블로그 뉴스 객원기자로 활동해온 문성필 시민기자와 특별취재팀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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