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명에 새 생명 나누고 천사가 된 열살 제주 휘파람 소년
일곱 명에 새 생명 나누고 천사가 된 열살 제주 휘파람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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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북초 고홍준 군 집에서 쓰러져 뇌사 판정...“평소 베풀 줄 아는 아이” 부모님 기증 결심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주민장례식장. 홍준이는 화북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관악부 윈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호른을 연주했다. 악보를 외우면 호른이 없을 때마다 휘파람으로 연주를 했다. 가족들은 호른을 들고 환하게 웃는 홍준이의 모습을 영전사진으로 사용했다. ⓒ제주의소리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부민장례식장. 홍준이는 화북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관악부 윈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호른을 연주했다. 악보를 외우면 호른이 없을 때마다 휘파람으로 연주를 했다. 가족들은 호른을 들고 환하게 웃는 홍준이의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했다. ⓒ제주의소리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 아들 동갑내기 친구가 들어서자 안미란(39.여)씨의 눈시울이 금세 불거졌다. 두 손을 꼭 잡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끝내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우리 홍준이. 아직 우리 곁에 있어”

올해 4학년이 되는 고홍준(2010년생, 만 10세) 군은 3형제 중 막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학이 한없이 늦춰지면서 집 안에서 형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4월의 첫날도 마찬가지였다. 거실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마치고 큰형(16), 작은형(14)과 뒤엉키며 시간을 보냈다. 잠 잘 시간이 다가오자 느닷없이 홍준이가 눈이 따끔 거린다고 말했다.

눈을 매만지던 홍준이는 욕실로 가 세수를 마치고 거실에 누웠다. 이번에는 머리가 아파왔다. 둘째 형에게 등 좀 두들겨 달라고 부탁하더니 “이제 괜찮아. 형 고마워”라는 말은 건넸다.

그게 홍준이의 마지막 인사였다. 안방에 있던 엄마는 자기 전 홍준이를 보기위해 거실로 나왔다.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아빠 고동헌(43)씨가 홍준이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홍준이가 세수하고 거실에 눕기까지 채 3분도 걸리지 않았어요. 미열이 있는 것 같아서 이마와 가슴을 만졌는데 그렇게 심장박동이 빨리 뛰는 경우는 처음 봤어요. 뭔가 잘못됐다 싶었죠”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 부민장례식장에서  큰형(16.왼쪽)과 작은형(14.오른쪽)이 8일 영정사진 앞에서 분향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제주 부민장례식장에서 큰형(16.왼쪽)과 작은형(14.오른쪽)이 8일 영정사진 앞에서 분향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 유군의 유품들과 생전 사진들이 놓여 있다. 친구들은 평소 홍준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장난감 등을 놓고 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 유군의 유품들과 생전 사진들이 놓여 있다. 친구들은 평소 홍준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장난감 등을 놓고 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의식을 잃은 홍준이는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119구급대에 의해 한마음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호흡은 돌아왔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이튿날인 2일 제주대병원으로 향했다.

의료진은 코로나 검사부터 진행했다. 4층 음압병실로 옮겨져 검체 검사가 이뤄졌다. 결과는 양성과 음성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부정확’ 결정이 내려졌지만 2차에는 음성 판정이 나왔다.

고홍준 군의 생전 모습. 휘파람을 잘 불렀던 홍준 군이 휘파람으로 민들레 홀씨를 불던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고홍준 군의 생전 모습. 휘파람을 잘 불렀던 홍준 군이 휘파람으로 민들레 홀씨를 불던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의료진은 홍준이를 음압병실에서 소아병동 중환자실로 옮기고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촬영 결과 뇌출혈로 인한 코마(혼수) 상태라는 진단이 나왔다.

의식을 잃은지 사흘째인 3일 의료진은 뇌와 장기에서도 출혈이 확인됐다며 뇌사 판정을 내렸다. 순간 홍준이 부모의 눈 앞이 캄캄해졌다. 홍준이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고 또 떠올렸다.

홍준이 엄마는 남편의 손을 잡고 고개를 숙였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장기 기증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 베풀기를 좋아하는 홍준이의 마음을 세상의 다른 아이들과 나누기로 결심 했다. 

“한번은 홍준이가 우리가족 간식카드를 가져간 적이 있었어요. 친구와 꼭 나누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서. 그때는 혼냈죠. 평소에도 친구들과 나눠먹고 베풀기를 좋아했어요. 우리 막둥이”

화북초등학교 관악부 선생님도 홍준이를 친구들과 잘 뛰어노는 밝고 건강한 아이로 기억하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해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는 휘파람 소년으로 불렸다. 

3학년부터 윈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호른을 연주했다. 악보를 외우면 호른이 없을 때마다 휘파람으로 연주를 했다.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어김없이 홍준이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고홍준 군은 화북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관악부 윈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호른을 연주했다. 악보를 외우면 호른이 없을 때마다 휘파람으로 연주를 했다. 가족들은 호른을 들고 환하게 웃는 홍준이의 모습을 영전사진으로 사용했다. ⓒ제주의소리
고홍준 군은 화북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관악부 윈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호른을 연주했다. 악보를 외우면 호른이 없을 때마다 휘파람으로 연주를 했다. 가족들은 호른을 들고 환하게 웃는 홍준이의 모습을 영정사진으로 사용했다. ⓒ제주의소리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 유군의 유품들과 생전 사진들이 놓여 있다. 홍준이의 4학년 새 담임 교사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직접 교과서를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영장 사진 앞에 놓여진 홍준이의 4학년 새 교과서.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 유군의 유품들과 생전 사진들이 놓여 있다. 홍준이의 4학년 새 담임 교사는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자 직접 교과서를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영정사진 앞에 놓여진 홍준이의 4학년 새 교과서.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학교에서 호른을 수업을 하는데 홍준이는 유독 곧잘 따라했어요. 방학에도 연주를 하고 싶다며 학교에 찾아올 정도였죠. 항상 밝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로 영원히 기억될 거예요”

개학이 늦춰지면서 학교 교실에서 만나야할 선생님은 4학년 새 교과서를 들고 빈소를 찾았다. 손수 작성한 손 편지도 함께였다. 친구들은 홍준이가 평소 좋아하던 과자와 장난감을 건넸다.

홍준이 부모는 새학기 교과서와 손편지, 과자를 영정사진 밑에 가지런히 뒀다. 영정사진에는 3학년 관악부에서 호른을 들고 환하게 웃는 홍준이의 모습이 담겼다.

“홍준이도 (장기 기증에)동의 했을거예요. 우리 홍준이처럼 밝고 씩씩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해요. 가족처럼 마지막을 지켜준 의료진에게도 감사합니다”

홍준이는 6일 제주대병원에서 심장과 간장, 신장 등 장기를 기증해 7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됐다. 오늘(7일) 부민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내일(8일) 양지공원에서 깊은 잠에 들 예정이다.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 유군의 유품들과 생전 사진들이 놓여 있다. 홍준이의 4학년 새 담임 교사가 직접 손글씨를 편지를 남겼다. 편지 오른쪽에는 3학년 수업 당시 찍었던 사진이 놓여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홍준 군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에 유군의 유품들과 생전 사진들이 놓여 있다. 홍준이의 4학년 새 담임 교사가 직접 손글씨를 편지를 남겼다. 편지 오른쪽에는 3학년 수업 당시 찍었던 사진이 놓여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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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금란 2020-04-07 22:47:56
아가.
세상에 슬프지 않은 이별이 없다만
유독 아픈 이유가 무엇이겠니.
잘못없는 죽음이 억울하고.
90년은 남았을 시간에 할말을 잃고.
나눠준 생명의 빛이
또 다시 주저 앉히는 구나.

잘가지말고.
당분간 십여년은
아가 하고싶은거 함덕해변서 다해보고.
아가 불고싶던 호른으로 새별오름 바람맞으며 연주하고
뛰놀고싶거든 쓰러질때까지 뛰놀고.
엄마 아빠 형 곁에서 얼마든 있다가.

가끔 꽃으로. 향으로
엄마한테 안기고.
가끔 비로. 눈으로
아빠한테 엎혀서
그렇게 있다가.
가도 되겠다 싶을때 가면 좋겠다.
2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