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다가오는 총선, 관심과 냉철한 평가로 선거에 나서야 / 김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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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3개 선거구 15명의 주자들이 ‘금배지’를 놓고 다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혼란과 공포를 겪고 있는 가운데 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이 다가왔다.

우리나라 국회는 국민이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로 뽑은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과도한 권한을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국회가 갖는 힘은 크다. 국회는 입법권을 가지며 정부 예산안을 심의확정한다. 국정을 감시하고 조사하고 대통령을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에게는 국회 내 직무상 발언에 대해 면책특권도 있다.

정권을 쥐락펴락할 만큼 권한이 크기에 국회는 늘 정치투쟁이 벌어진다. 유권자들은 대의정치가 갖는 한계에 불만을 느끼고 선거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선거는 유권자들이 아래로부터 권력을 창출하고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유효하고 중요한 장치다. 더욱이 위기상황과 격변기일수록 정치가 갖는 영향력은 커지는 법이다. 현재 전 세계가 겪는 위기와 혼란은 불확실성이 커졌음을 의미하며 그 순간 선택과 결정이 미치는 파급력은 더 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비상인지라 이번 총선에 대한 관심이 낮고 투표율마저 20대보다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있다. 선거공간에서 나오는 다양한 사회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도 예전만하지 못하다. 전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에 맞는 이번 선거가 새로운 제주사회를 위한 성찰과 변화를 이루는 기회이어야 하기에 아쉬움이 크다.

세계보건기구는 21세기 들어 전염병이 전쟁보다 더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 예측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염병은 늘 있었으나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는 생산성 향상을 이유로 좁은 사육시설에서 동물을 키우고 단일작물을 재배하며 식량을 얻고 있다. 늘어나는 인구와 팽창하는 도시화로 생활공간은 점점 자연생태계를 파고 들어간다. 기후변화와 생태계 교란, 서식지 파괴로 종 다양성은 줄어들고 야생동물로부터 사람으로 전염가능성은 높아간다. 하나로 이어진 세계 경제망을 따라 한번 발생한 전염병은 대유행으로 나타난다. 이번이 끝이 아니며 오히려 발생 주기가 짧아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마저 있다.

이제 전염병이 불러온 충격과 공포속에 전 세계는 기존 삶과 경제체계가 갖는 한계와 위험성을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 생존을 위해서는 건강한 공동체와 공공재(公共財)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말해준다.

누구나 건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싶으나 한편으로 누구도 독립적 존재로 살아갈 수 없으며 상호의존적 관계 속에 살아간다. 지속가능한 사회는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존중받는 평등하고 자유로운 관계로 살아가는 공동체 생존방식에 기반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체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공유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코로나19로부터 생명을 지켜주고 있는 우리나라 검역 체계가 대표적 공공재 사례다.

무상으로 진료하고 치료해주는 공공의료체계는 우리에게는 안위가 되고 세계 여러 나라에는 부러운 대상이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를 볼 때 공동체를 지탱해온 다양한 공공재는 사유화하거나 줄어들고 있으며 공동체는 취약하다.

자연환경은 갈수록 파괴되고 불평등으로 치닫는 경제시스템은 멈추지 않는다. 지역개발과 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자연환경 파괴와 사유화가 이뤄지고 있다. 제2공항을 비롯해 송악산 개발이나 오라관광단지, 곶자왈에 들어서는 관광시설 등 크고 작은 개발사업들이 끊이지 않는다.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교육비는 가난을 대물림하게 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여전히 방향을 못 찾고 있으며 도민들은 자치권을 제한받고 있다. 제주에서도 이미 땅값과 집값은 크게 올랐다. 영리병원에 대한 불씨도 여전하다.

제주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임에도 코로나19에 가려져 성찰은 부족하고 지역사회 의제들은 가려져 있다. 늦지는 않았다. 후보자나 정당은 제주사회를 위한 전향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유권자는 더 많은 관심과 냉철한 평가로 선거에 나서야 한다.

지난 역사가 그렇듯 정치나 경제, 사회에 위기가 닥쳤을 때 민주주의는 위기를 겪는다.

대공황 시기에 등장한 독일 나치는 전체주의 정치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세계전쟁과 대량 학살이라는 비극을 만들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억압과 폭력으로 시민들을 통제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물론 이번 코로나19 문제 해결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모습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위기를 속이거나 이용하지 않고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이 참여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은 여러 나라에서 모범사례로 손꼽는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코로나19 극복 과정과 그 후 이어질 경제위기 속에 우리는 더욱 더 큰 고통과 갈등을 만날 수 있다. 언제든지 공동체는 무너지고 사회적 약자가 배제되거나 불평등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속에 맞는 이번 총선을 무관심이나 회피로 보내서는 안되는 이유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누리는 기본적 공공재이며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기 때문이다.

제주지역에서 내걸린 선거현수막을 보며 김수영 시인이 1960년에 쓴 ‘김일성 만세’라는 시를 떠올린다.

“金日成 萬歲”/韓國의 言論 自由의 出發은 이것을/인정하는데 있는데/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韓國/言論의 自由라고 趙芝薰이란/詩人이 우겨대니/나는 잠이 올 수 밖에…’

김수영이 온몸으로 밀고 가던 언론자유는 60년이 지난 지금 이루어진 듯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문재인 간첩’과 ‘문재앙’이라는 말로 대통령을 비난해도 잡혀가지 않는 나라다. 제주에서도 ‘문죄인 끝장낸다.’라는 선거 현수막이 내걸렸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칠수록 우리나라가 민주주의가 성숙됐음을 역설해준다.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이제 민주주의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누리는 사유물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누리는 가장 중요한 공공재다. 지난 군사독재 정권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고통을 견디며 얻은 민주주의를 누군가는 무임승차해 함께 누리고 있다고 탓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공공재로서 민주주의는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는다. 밤길을 밝히는 가로등처럼 누구나 누려야하고 누릴 수 있다.

누구라 누릴 수 있을 때 공공재는 가치가 있는 것이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유지하는 힘이 된다. 민주주의란 공공재로 지속가능한 제주사회를 위한 또다른 공공재를 지켜나가야 한다. / 김효철 (사)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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