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기획, 유권자가 묻는다] ①도민자치권 확대

제주의소리 등 언론4사는 4.15총선을 정책선거로 견인하기 위해 ‘제주의 미래, 도민의 손으로’라는 대주제 아래 ‘7대 어젠다(agenda·의제)’를 채택, 이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과 해법을 전달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끊임 없이 묻습니다. 조금은 더 나은 제주를 위해, 후보들의 답변이 ‘2%’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의제를 추려서 한번 더 물었습니다. 참일꾼을 선택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편집자 주]

2006년 7월1일. 한국 지방자치사에 한 획을 긋는 신개념의 지방정부가 탄생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함으로써 제주도를 홍콩과 싱가포르에 필적하는 특별한 지역으로 만드는 1막1장이 시작된 것이다.

타 시도에서는 지방분권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으로 보고, 인구 100만도 안되는 대한민국의 변방 제주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자치 시·군이 사라지면서 시민사회는 이날을 ‘풀뿌리 민주주의’가 후퇴한 날로 기록하고 있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걸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이 때문에 제주발전을 위한 각종 의제가 집약되는 선거 때만 되면 ‘기초자치권 부활’ 문제가 단골 이슈로 부상하곤 했다.

무엇보다 문재인정부가 ‘획기적인 자치분권’을 국정과제로 채택함에 따라, 14년 전 자의반 타의반 특별자치를 선행한 제주로서는 더 이상 ‘특별함’을 보장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 여․야 불문 “찬성” 한 목소리

4.15총선을 앞두고 ‘도민 자치권 확대’ 문제가 또 다시 핫이슈로 떠올랐다.

제주 내부적으로 10년 넘게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진행되긴 했어도 지지부진하던 참에 문재인 정부의 ‘획기적인 자치분권’ 국정과제가 외부 충격파가 된 셈이다.

<제주의소리>가 4.15총선 출마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도민자치권 확대’와 관련해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한 9명 모두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야 구분도 없었다.

제주시갑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후보는 “법률적 차원에서의 자치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그 동안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균형 잡힌 분권국가를 이룩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헌법에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장성철 후보는 “헌법 개정안에 반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항을 도민적 공감대 속에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공약으로 채택한 그는 “제주도가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해 제주특별자치도를 둔다”는 안을 선거공보물에 담기도 했다.

정의당 고병수 후보는 “지방분권의 시대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헌법적 지위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무소속 박희수 후보는 “늘 반복되는 형평성의 문제, 소모적 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헌법적 지위확보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시을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후보는 “제주특별법에 의해 자치권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은 법적 지위가 모호하고, 고도의 자치권을 향유할 수 있는 토대가 부족하다”고 했고, 미래통합당 부상일 후보는 “반복되는 형평성의 논리나 소모적 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헌법적 지위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중당 강은주 후보는 “특별자치도 설립 취지에 맞게 다른 지역에 비해 ‘차별적인 위상 확보’는 필수”라고 말했다.

서귀포시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후보는 “헌법적 지위가 확보될 때라야 외교, 국방, 사법을 제외한 제주도민들이 진정한 자치를 누릴 수 있다”고 했고, 미래통합당 강경필 후보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확실한 근거와 위상 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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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적 도지사 견제 필요” 그럼 해법은? ‘기초자치 부활’ 6명 vs ‘시장 직선’ 3명

특별자치도 14년, 과연 제주에서는 ‘특별한 자치’가 실현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도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무엇보다 선출권력인 시장·군수를 뽑지 않게 되면서 모든 권한이 도지사로 집중되는 ‘제왕적 도지사’가 탄생하게 됐다. ‘광역-기초’ 자치단체 간 보이지 않게 작동하던 견제와 균형이 실종되면서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제주도지사만 ‘특별한’ 도지사가 되어버렸다.

“도청 과장만도 못한 시장”. 살아 생전 김영훈 전 제주시장이 심심찮게 풀어놨던 푸념은 법인격이 없음으로 인해 ‘권한 없는’ 행정시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총선 후보들 모두 현재와 같은 공개모집 또는 직업 공무원 중에서 임명하는 행정시장 제도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설문에 응한 9명 모두 현행 행정시장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선 방향을 두고는 의견이 나뉘었다.

‘기초자치권 부활’을 꼽은 후보는 제주시갑 장성철․고병수․박희수, 제주시을 오영훈․강은주, 서귀포시 위성곤 후보 등 6명이었다.

이들은 중 박희수․오영훈․위성곤 후보는 “제주의 미래는 제주도민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결정권 확보’ 필요성을 강조했고, 고병수․강은주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읍면동 자치 확대’를 공약했다.

반면 제주시갑 송재호, 제주시을 부상일, 서귀포시 강경필 후보 등 3명은 ‘행정시장 직선제’를 대안으로 꼽았다.

송재호 후보는 도민합의를 전제로 “현재의 제주시․서귀포시를 각각 3개로 나눠 6개 체제(행정구역)로 개편하고, 의회 역할은 제주도의회에 지역상임위원회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부상일 후보는 읍면동장 직선제와 주민자치회의 위상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고, 강경필 후보는 “책임행정을 위해 시장직선제는 필요하다”면서 “기초자치단체 부활 대신 도의회가 기초자치단체를 관장하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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