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6) 청소년 참정권 진지한 논의 이뤄지는 국회를 바라며 / 이건웅 청소년 인권활동가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요즘 총선으로 인해 코로나19 내용으로 가득 찼던 뉴스가 이제는 총선에 관한 뉴스가 많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최근 선거법이 개정되어 만18세부터 투표권이 주어졌고, 아무래도 내가 청소년 당사자이다 보니 청소년 투표에 관한 뉴스에 관심이 많이 간다. 그래서 이번 총선은 청소년들을 위한 국회의원, 미래 세대를 위한 국회의원이 많이 당선되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학생으로서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른들은 청소년들에게 학교공부를 강요 하지만 그 공부에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있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 정치와는 다르게 배운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이 하고 싶어 하는 예체능 과목은 존재하지만 수업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적게 배정되어있다. 정작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모르거나 알아도 외면하기 일쑤다. 학교를 작은 사회라고 가르치고, 또한, 사회에는 정치가 필요하다고 가르쳐주면서 청소년들의 현실인 이 작은 사회에서 정치는 허락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사회가 정한 룰을 지키라고 하면서도 청소년들이 스스로 그 룰을 만들지도 못하게 한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규정해 놓아 청소년들 자신이 스스로 미성숙한 존재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한 존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누가 함부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과연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에 대한 기준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갖고 있다. 어른들은 그러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청소년들은 항상 스스로 미성숙한 존재로 생각하게끔 가르쳐졌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자기 스스로 자신을 미성숙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렇게 착각하고 있다. 그렇게 의심도 해보지 못하고 청소년들은 강요되는 침묵 속에 살아왔다. 

우리 청소년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기 이전, 이번 선거법이 개정되기 이전, 우리 사회는 마치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면 선거가 엉망이 될 것처럼 이야기 해왔다. 하지만 청소년인 내가 보기에, 선거와 정치는 이미 엉망이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투표는 누가 더 우리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고 공약을 잘 이행할 것인지를 보고 뽑아야 하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누가 더 덜 나쁜가를 보고 뽑아야 하는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의 선거는 이미 폭망이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이번 선거에서 청소년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연령이 하향되었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의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궁극적으로 선거권 연령이 더 하향되어야하고, 피선거권의 비합리적 연령제한을 폐지하여 청소년의 참정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될 될 필요가 있다. 역사 속에서 청소년들은 역사의 주체로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3.1운동, 4.19혁명, 박근혜 퇴진 촛불 집회 등 역사적인 순간에 청소년이 항상 함께했으며 때로는 그 역사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을 보고도 과연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말할 수 있을까? 현재 정치계에서 정치인들은 청소년들이 마치 민주주의의 주인인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그럴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여전히 그들에게 청소년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룰을 묵묵히 지켜야 하는 존재이며, 일부 정치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은 골칫덩어리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청소년들을 위한 척하는 정치는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지 않은 수이지만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가졌기에 진짜 청소년들을 위한 정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다 완전한 청소년 인권과 참정권 보장을 위해 선거권 연령과 피선거권 연령에 대한 보다 진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될 것이다. 나는 청소년들이 청소년을 위한 어른 국회의원을 넘어 청소년 자신들이 직접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당당하게 국회에 들어가서 청소년들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직접 바꾸는 것이다.

이건웅 군

청소년들은 그 누구에게도 구속되어있지 않다. 청소년들의 생각이 자유롭게 펼쳐지고, 그들의 생각의 틀은 좁아지기보다 넓어져야 한다. 그래야 현재와 더불어 미래 세대의 모든 청소년의 참정권을 온전히 보장받아 국회에서 직접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청소년 인권 관점에서는 많이 부족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청소년의 이야기를 대변할 수 있는 활동가들이 많이 국회에 들어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청소년 인권의 관점에서 보다 온전한 청소년 참정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 이건웅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청소년 인권활동가

#이건웅(18) 군은?

현재 제주표선고 2학년에 재학중이며, ‘우리도 제주도’라는 청소년 환경단체를 조직하여 제주의 주인으로서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있고, 청소년 당사자로서 청소년 인권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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