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코로나로 깜깜이 선거 “차선, 차악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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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좀처럼 이슈가 부각되지 못했다. 그래도 대한민국과 제주의 미래가 달려있는 만큼 유권자들은 후보의 면면을 살피는 게 중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유권자들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역대 선거 중 ‘깜깜이 선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아마도 매번 정책과 공약, 자질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꼬집은 말이리라.

이런 점에서 보면 4·15총선은 어느 때보다 깜깜한 선거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총선 정국을 덮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누구를 탓할 계제는 아니다. 유권자 입장에서 후보 검증의 기회가 줄어든 게 아쉬울 따름이다.

팬데믹은 선거 풍경도 바꿔놓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시되면서 후보들은 인파가 몰리는 대규모 유세를 자제했다. 주먹 인사가 악수를 대신했다. 그만큼 접촉 면이 줄어들었다. 유권자들은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끼고 한표를 행사했다. 

이슈가 묻히다보니 선거는 진영 대결 양상을 띠고 있다. 유권자들도 정책과 공약 보다는 정당 중심으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일 공개한 ‘국회의원 선거 관심도 및 투표참여 의향 등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그런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후보 선택 기준으로 ‘소속 정당’을 꼽은 응답이 29%로, 20대 총선 당시 16% 보다 13%포인트 높아졌다. ‘인물-능력’을 보고 뽑겠다는 응답이 29.8%로 가장 높긴 했지만, 4년 전 35.1% 보다는 5.3%포인트 떨어졌다.

비례대표 정당 선택 시 고려사항에서도 ‘지지후보와 같은 정당’이 25.7%로, 4년 전 17.5%에 비해 8.2%포인트 올라갔다. 

제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됐다. 

[제주의소리]를 비롯한 언론4사가 1월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후보 선택 기준이 △정책이나 공약 31.9% △인물이나 자질 30.2% △소속 정당 26.5% 순으로 나타났다.

진영 대결 양상을 정당정치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하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문제는 후보 개개인의 자질과 능력, 비전이 가려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드러나지 않았다면, 유권자들이 눈을 씻고서라도 들여다봐야 한다. 4년을 불평과 후회로 보낼 순 없다.

선거 하루 전, 선량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의도에서 제주특별자치도(민)을 대변할 국회의원.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제주의 비전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후보. 입신양명에 대한 욕구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제주에 대한 무한 애정이 전제돼야 한다. 지금 제주는 비전의 혼돈을 겪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헐뜯기보다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 적어도 자신이 설계하는 제주의 미래상 정도는 펼쳐보일 수 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미래상이 ‘지속가능한 제주’를 담아낸 것이면 금상첨화다.

제2공항 등 갈등을 풀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후보. 국책사업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무엇보다 앞세우는 후보. 솔직히 지난 4년 도지사는 말할 것도 없고, 국회의원도 도의원도 이게 아쉬웠다.

4.3특별법 개정 등 지역의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후보. 그럴려면 여야를 넘나들며 중재를 시도하는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문제는 선수(選數)가 아니라 열의다. 

‘고도의 자치분권’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부단히 고민하는 후보. 좀처럼 제주특별법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분야다. 물론 국회의원 들만의 몫은 아니다.

제주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뒷받침할 제도 개선에 매진하는 후보. 여기서 성실한 의정활동은 기본이다. 법률안 대표 발의 건수가 활동상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지 모르나, 이름도 생소한 단체들로부터 받은 각종 수상 실적은 제외다.

제주를 위한 일이라면 진영을 떠나 누구와도 마주할 줄 아는 후보. 그 무엇도 ‘제주’ 보다 앞설 수는 없다. 아울러 치적에 연연하는 않는다면 더없이 좋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겸손한 후보. 우리는 그동안 금배지를 단 후 뻣뻣해진 후보를 적지않게 봐왔다. 국회의원도 엄연한 공복이다.

단언컨대, 이런 후보는 없다. 오히려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후보도 있다. 허나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게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맘에 쏙 드는 후보가 없다고 투표참여를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꽃’을 꺾는 일이다. 하루 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면 선거공보물이라고 꼼꼼히 챙겨보자.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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