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게 당연치 못한 요즘, 그래도 봄은 약속을 지킨다
당연한 게 당연치 못한 요즘, 그래도 봄은 약속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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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청진기] (25) 할머니와 어머니의 비밀의 숲
'제주 청진기'는 제주에 사는 청년 논객들의 글이다. 제주 청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청년이 함께 하면 세상이 바뀐다.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에서,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선, 청년들의 삶,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서브컬쳐(Subculture)에 이르기까지 '막힘 없는' 주제를 다룬다. 전제는 '청년 의제'를 '청년의 소리'로 내는 것이다. 청진기를 대듯 청년들의 이야기를 격주마다 속 시원히 들어 볼 것이다. [편집자]

어릴 적, 봄이 오면 어김없이 할머니와 어머니는 비밀의 숲으로 갔다. 이름도 없는 숲이었지만, 할머니가 '그디 걸라(거기 가자)'하면 어머니는 척하고 알아들으시며 얼른 채비를 하셨다. 주말이면 나도 따라나섰는데, 숲의 입구에는 새빨갛게 익은 산딸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숲에 가면, 내가 하는 일은 바로 입구를 지키며 산딸기를 따는 것이었다. 산딸기는 조심스레 만지지 않으면 부서지기 때문에 아기를 다루듯 살살 달래며 바구니에 담아야 했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서로를 불러가며 숲을 둘러보셨다.

가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면 괜히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한 번, 어머니를 한 번 부르기도 하였다. 할머니와 어머니는 고사리를 비롯해 바구니 가득 온갖 풀과 꽃을 담고 오셨는데, 어머니는 특히 고사리 꺾기 선수였다.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어머니 성이 고씨였다)보고 고사리 고씨가 틀림 없다며 칭찬(?)을 하곤 하셨다. 

그 후로 시간이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족의 봄의 주말은 그때와 비슷한 향기가 난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이제는 내가 부모님께 '거기 갈까?' 한다. 아버지는 커다란 나무 지팡이로 거친 풀 속에 있는 커다란 고사리를 캐내는 것을 좋아하시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그렇게 큰 것은 쓸모가 없다며 핀잔을 주신다. 그 모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와 비밀의 숲이 우리에게 건넨 선물을 마당에 펼쳐본다. 그리고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고사리. ⓒ김현지
햇고사리. ⓒ김현지

#고사리

먹는 법 :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서 물기를 살짝 짠 후에 냉동 보관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으며, 말린 고사리나 말린 고비는 햇빛이 들지 않는 실온에서 보관한다. 고사리 나물이나 육개장을 만들어 먹는다. 
효능 :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릴 만큼 영양 만점인 고사리. 고사리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어 배변활동과 이뇨작용에 도움을 준다. 단백질, 철분, 칼슘,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 미용과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이다.  

산딸기. ⓒ김현지
산딸기. ⓒ김현지

#산탈(산딸기)

먹는 법 : 산탈은 물에 오래 담가두면 맛과 영양소를 잃기 쉬우므로 재빠르게 흐르는 물에 씻도록 한다. 산딸기청이나 잼을 만들어두면 일년 내내 먹을 수 있고, 선물하기도 좋다.  
효능 : 안토시아닌, 프리페놀 등의 황산화 성분이 풍부하여 활성산소를 억제하여 항암효과가 있으며, 피부미용에 효과적이다. 또한 면역력 향상과 피로회복 및 체력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증진시켜 갱년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당뇨와 변비에도 예방효과가 있다고 한다. 

달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달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달래

먹는 법 : 흙을 깨끗하게 씻어준 뒤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달래무침, 김치, 장아찌, 비빔밥 등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효능 : 달래의 성분 중 하나인 칼륨은 체내의 염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혈관을 확장시키고 튼튼하게 해주며, 혈액순환을 원할하게 해준다. 칼슘도 많아 빈혈에 좋고 간장 작용을 도와주며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비타민 A, B1, C 등이 골고루 있어서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좋다. 또한 춘곤증 예방, 자양강장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엉겅퀴. ⓒ김현지
엉겅퀴. ⓒ김현지

#엉겅퀴

먹는 법 : 말린 뿌리와 잎을 달여 차로 만들어서 먹는다. 
효능 : 간기능에 회복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만성피로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필자는 간이 약해 술을 잘 먹지 못하는 체질인데, 엉겅퀴차가 도움이 많이됐다. 혈액순환과 염증완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종기, 아토피 등 피부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여성의 월경통에도 효과적이다. 

둥글레. ⓒ김현지
둥글레. ⓒ김현지

#둥글레 

먹는 법 : 둥글레의 꽃과 뿌리, 그리고 잎은 각기 다른 효능과 맛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 방법으로 먹을 수 있다. 볶음, 튀김, 조림, 장아찌, 술, 차 등등. 
필자가 좋아하는 둥글레 차 끓이는 법 : 물 600g + 둥글레 20g을 넣고 은근한 불에서 끓여준다. 
효능 : 여드름, 기미 등의 퇴치와 피부미용에 좋다. 자양강장, 당뇨 등에 효과가 있으며 당뇨, 고혈압과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봄은 또 한번 약속을 지켰다. 당연했던 것들이 참 당연하지 못한 요즘, 봄이면 그 자리를 다시 찾아와주는 자연의 선물이, 숲의 선물이 더욱 반갑고 소중하게 느껴질 뿐이다.

김현지는?

만 26세. 성산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진학으로 육지생활을 하다 우리 마을이 제주 제2공항 예정지가 되면서 신문에 대문짝하게 난 것을 보고는 3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을에서 동네친구들과 주민들과 소식지 제작 등 이것저것을 한다. 환경보호 웹진을 만드는 해양레포츠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강아지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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