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20일 제주시 연동 신대로에 중장비를 투입해 기존 담팔수 그로터기를 일부 제거하고 후박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20일 제주시 연동 신대로에 중장비를 투입해 기존 담팔수 그로터기를 일부 제거하고 후박나무를 식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故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조성된 신제주 건설 당시 심어진 신대로의 담팔수 가로수길이 결국 40년 만에 원래 모습을 잃고 후박나무에 일부 자리를 내주게 됐다.

제주시는 20일 중장비를 투입해 제주시 연동 KCTV사거리에서 옛 마리나호텔 사거리로 이어지는 신대로 일대에 후박나무를 심는 가로수 식재 작업을 진행했다.

신대로 1.8km 구간의 담팔수는 1977년 신제주 건설계획에 따라 시가지가 조성된 1979년을 전후해 심어졌다. 건물 2~3층 높이의 거대한 수목만 130여 그루에 달한다.

담팔수는 국내에서도 제주에서만 자라는 희귀목이다. 추위에 약해 내륙지방에서는 월동이 어렵다. 형태가 우산모양으로 아름답고 가을에 붉게 물드는 단풍이 일품이다.

신대로 담팔수는 수려한 경관으로 유명했지만 2016년 여름부터 나뭇잎이 떨어지더니 말라 죽기 시작했다. 결국 그해 제주시는 담팔수 식재 40년만에 처음으로 고사목 4그루를 잘라냈다.

파이토플라스마(Phytoplasma) 병원균 감염이 주요 원인이었다. 파이토플라스마는 증식을 통해 양분과 수분통로를 막아 식물을 고사시키고 곤충에 기생해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

제주시가 근로자들을 투입해 2018년 3월24일 제주시 연동 신대로 일대 담팔수 고사목에 대한 제거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가 근로자들을 투입해 2018년 3월24일 제주시 연동 신대로 일대 담팔수 고사목에 대한 제거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세계자연유산본부는 영양제를 투입해 일부는 살려냈지만 이미 고사가 진행된 나무는 대부분 회복되지 않았다. 그 사이 60여 그루가 잘려나갔다.

마을 유지들은 빈자리에 팽나무를 심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제주시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과정을 거쳐 향토수종인 후박나무를 대체목으로 낙점했다.

후박나무는 제주를 포함한 한반도 남부 섬 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높이가 20m, 둘레가 6m까지 자라 웅장한 모습이 일품이다. 잎과 새순이 단풍처럼 붉게 물든 모습도 특징 중 하나다.

제주시는 굴착기를 투입해 고사한 담팔수 그루터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5월22일까지 후박나무 46그루를 신대로에 심기로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후박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속성수여서 정자목 형태로 잘 자랄 수 있다”며 “다만 기존 담팔수 크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머지 담팔수도 일부 고사가 진행 중에 있다. 과거처럼 기둥을 뚫어 인위적으로 약품을 투여하지는 않기로 했다”며 “향후 생육 상태도 계속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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