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제주 녹지국제병원 소송에서 사업자와 제주도가 초반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제주특별법에 근거한 도지사 권한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현룡 부장판사)는 21일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와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을 열었다.

먼저 진행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소송에서 녹지그룹은 2018년 12월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녹지측은 제주특별법상 의료기관 개설 특례에 따라 도지사가 의료법에 근거한 개설권한이 있지만 내국인 진료를 불허하는 등 진료 대상을 제한할 재량권은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에 관한 법률 제307조에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녹지측은 “의료기관이 내국인의 진료를 못하도록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재량권 남용과 함께 처분 자체의 하자가 있으니 조건부 허가는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주도는 의료법에서 정한 진료거부 금지 조건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며 녹지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를 내세워 진료 대상으로 외국인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맞섰다.

현행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뒤이어 진행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재판에서도 양측은 치열한 다툼을 이어갔다. 급기야 다음 변론기일에 프레젠테이션(PPT)을 재판부에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제주도는 녹지병원이 현행 의료법이 정한 허가 후 개원 기한(3개월)인 2019년 3월4일까지 개원하지 않자, 그해 4월17일 외국인 한정 진료 조건부 개설허가를 전격 취소했다.

녹지측은 개원 지연에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며 제주도의 처분이 부당하고 재량권도 일탈했다고 주장했다. 도지사의 내국인 진료 불가 조치도 그 사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당시 개원 지연과 현장 점검에 대응하지 못한 사유가 있다. 제주도의 조건부 개설로 하자가 발생해 결과적으로 개원을 못한 정당한 사유가 생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이에 맞서 “조건부 개설허가가 난 이상 우선 개설을 하는 것이 순서”며 “일방적으로 개원을 하지 않은 것은 원고측 책임이며, 정당한 사유가 될 수도 없다”고 맞받아쳤다.

재판부는 6월16일 오후 3시30분 2차 변론을 열어 녹지측이 요구한 PPT 자료를 청취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이에 맞서 20~30분 가량 원고측 주장에 대한 반대 변론에 나서기로 했다.

2차 변론기일이 6월로 늦춰졌지만 제주특별법과 의료법에 근거한 절차적 적법성과 재량권 판단에 대한 쟁점이 명확해 법원의 판단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녹지국제병원은 제주국제도시개발센터(JDC)가 2009년 서귀포시 토평동과 동홍동 일원 153만9013㎡에 병원과 휴양콘도, 리조트를 건설하는 헬스케어타운 사업계획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12월 중국 부동산업체인 녹지그룹이 JDC와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졌지만 부지는 대부분 숙박시설로 채워졌다.

녹지그룹은 2015년 3월에야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그해 12월 보건복지부가 건립사업 계획을 승인하자 2017년 8월 녹지병원 직원 134명을 채용했다.

영리병원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도는 숙의형민주주의의 공론화조사 방침을 정하고 2018년 3월 녹지측에 개설허가 무기한 연기를 통보했다. 공론화조사위의 결정은 ‘개설 불허’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18년 12월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지만 실제 개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019년 4월17일 외국인 한정 진료 조건부 개설허가는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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