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코로나 대처' 후광…존재가치 입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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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에서 민주당은 제주지역 3석을 싹쓸이했다. 5연속 석권이다. 하지만 코로나 정국 속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각 후보의 개인적인 역량 보다는 전국적인 요인이 판도를 갈랐다는 분석이 많다. ⓒ제주의소리

4.15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의 첫 반응은 “무섭다”였다. 개헌만 빼고 사실상 모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됐지만, 민주당으로선 ‘4년 후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유권자들이 부여한 ‘코로나19 극복과 경제회복’이라는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면 장차 호된 회초리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계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모처럼의 압승은 17대 총선 이후의 기억을 소환한다. 딱 16년 전이다. 2004년에도 선거는 4월15일 실시됐다. 그해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가 엄청난 역풍을 몰고왔다. 선거 결과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대 반전이었으나, 승리에 도취한게 문제였다. 이후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추진하면서 여야 관계 악화, 당내 계파 갈등을 겪으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당시의 오만과 분열은 반면교사의 교본이 되다시피 했다.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제주에서는 더 무서운 결과가 나왔다. 5연속 3석 석권은 제주 총선사(史)에 없었던 진기록이다. 

“코로나라는 국가적 위기를 문재인 정부가 잘 관리했고, 그 관리를 바탕으로 경제를 회생시키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달라는 전 국민적 기대와 요구가 있었다. 그런 국민적 관심이 제주에도 상당부분 투영됐다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가정은 무의미하지만, 코로나 위기가 없었고 먹고사는 경제 문제가 이슈가 됐다면 결과는 다를 수 있었다고 본다”

[제주의소리]와 특별대담을 가진 송재호(제주시 갑) 당선인의 분석은 일리가 있다. 엄밀히 말해, 개인적 역량 보다는 전국적 요인에 의해 승패가 갈렸다는 뜻으로 들렸다.

16년 전 탄핵 정국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도 코로나 정국 속에 치러졌다. 웬만한 이슈는 코로나 사태에 묻혀버렸다. 이 과정에서 국난에 대처하는 문재인 정부의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부각됐고, 리더십의 부재를 절감한 미래통합당은 ‘한심한 야당’으로 각인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이라는 간판 자체가 날개나 다름없었다. 오죽하면 16년 전 ‘탄돌이’처럼 ‘코돌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을까. 

뭔가 다른 이슈가 있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송 당선인의 분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깜깜이 선거’가 되다보니 각 후보의 정책과 공약, 자질을 검증할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민주당 후보들의 공약이 도드라진 것도 아니었다. 가령, 4.3 해결 공약만 해도 여야 후보간에 차별성이 없어졌다. 과거 총선에서는 보수 진영의 후보들이 4.3문제로 매번 곤욕을 치렀다. 중앙당에서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야 후보 공히, 중앙당까지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다. 

솔직히 도민들은 세 명의 민주당 후보가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코로나 사태가 이슈화를 막은 탓도 있지만, 무릎을 칠 만한 일종의 킬러 콘텐츠도 없었다. 

후보들이 무수히 쏟아낸 말들에 다 주목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한가지씩 만은 꼭 기억하자. [제주의소리] 특별대담 내용을 토대로 추려봤다.

부친의 ‘대동청년단 논란’을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송재호 당선인은 국회 입성 뒤 ‘1호 법안’으로 4.3특별법 개정을 꼽았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기 전’이라고 시한을 못박았다.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문 정부의 임기는 2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오영훈(제주시 을) 당선인의 경우 제주특별법 전면 개정 공약이 눈에 띈다. 국제자유도시가 여전히 유효한 제주의 비전인지 의문을 품은데서 비롯됐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더 늦기 전에 고민해야할 화두이지만, 공론화가 과제다. 

제2공항 예정지 성산을 지역구로 둔 위성곤(서귀포시) 당선인은 역시 제2공항 갈등 해법에 시선이 간다. 사실 제2공항은 초선일 때부터 그를 곤란하게 한 주제였다. 필요하지만, 의혹은 해소하겠다는 입장.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데,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에겐 과분한 사랑이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초선 같지 않은 초선' , 한껏 무게감을 높인 재선 의원들도 존재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민심은 곧바로 떠나기 마련이다. 

유권자들은 냉정함을 잃는 법이 없다. 초심을 잊은 정치인에게 유권자들이 가혹한 심판을 내린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 누구든 ‘지난 여름에 한 일’까지 알아내는 힘, 이게 집단 지성의 힘이다. 도민을 무서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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