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의회 소속 이유로 평가점수 하향...인권위 '권고' 조치

제주한라대학교 전경.
제주한라대학교 전경.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한라대학교 이사장 일가에 반기를 든 학내 교수협의회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고용차별이 발생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제주한라대 소속 A교수가 총장을 상대로 제출한 '교수협의회 소속을 이유로 한 고용차별 진정건'과 관련, 대학 측에 "교수협의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제주도지사에게도 "제주한라대에서 고용상 불이익을 주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하는 등 동일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한다"고 주문했다.

A교수는 자신이 교수협의회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2018학년도 교수업적평가에서 점수가 하향 조정됐고, 자신이 맡고있던 교과목이 폐지됐다며 지난해 1월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제주한라대 총장 일가의 족벌 비리 의혹을 줄곧 폭로해왔다. 이로 인해 총장을 위시한 대학 측과 대립각을 세워왔고,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의 경우 재임용에 탈락되거나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주장을 펼쳐오기도 했다.

이번 진정 건 역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에 대한 불합리한 고용차별이 발생했다는 주장에서 촉발됐다.

조사 결과, 인권위는 호텔조리학과에 소속된 A교수가 당초 담당하고 있던 '복어요리' 과목이 폐지되는 과정에서 대학 측으로부터 차별행위로 당했다고 판단할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먼저 인권위는 "제주한라대의 경우 교수업적평가위원회의 이의신청과 점수 조정 확정 통보 절차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해당 평가를 재심의한 적이 없지만, A교수에 대해서만 재평가를 통해 점수를 하향조정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A교수에 대한 평가를 재심의할 경우 불만이 생길 것이라는 내부 의견이 제시됐음에도 기획처장이 재심의를 강하게 요청한 과정은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러운 상황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의 점수가 교수협의회에 소속되지 않은 교수들의 점수에 비해 현저하게 낮게 부여됐다는 점도 인정됐다. 2018년 해당 과 교수들에 대한 업적평가점수 자료에 따르면 A교수의 종합평가 점수는 5.5점, 같은 교수협의회 소속인 두 교수의 점수는 각각 2.5점, 3.0점이었다. 이에 반해 교수협의회 소속이 아닌 학과장과 또 다른 교수의 경우 각각 14.0점, 12.0점으로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 점수보다 현저히 높았다.

반면, 대학 측은 A교수가 맡고 있던 '복어요리' 강죄를 폐지한 것은 복어 독 사고에 대한 위험성이 있고 실용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 교육과정운영위원회에서도 이 과목을 폐지하는데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교육과정운영위에 참석자로 기재된 두 위원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고, 이 자리에서 과목 폐지를 주장했다고 회의록 상에 기록된 위원의 경우 '폐지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것으로 미뤄 회의록 내용이 조작되고, 교과목을 폐지하는 것으로 보고서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복어요리' 교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거나 교과목으로 인해 학생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없고, 학과에서 복어요리 과목을 수강했을 때 학생들이 복어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기에 용이해 교과목을 폐지할 특별할 이유가 없는 상황으로 봤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A교수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라는 점 이외에 달리 불이익을 받을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교수협의회가 총장의 비리  등과 관련해 외부에 부정적인 의견을 계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상황 등에 비춰 A교수에게 불이익을 주려 했던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대학 측은 향후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라는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할 것과, 제주한라대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제주도지사에게 유사한 차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대표적인 사례를 국가인권위에서 인정해 준 결과일 뿐, 그간 학교 측으로부터 유·무형의 압박과 불이익이 지속되고 있다"며 "대학 내 민주적인 절차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문제점을 꾸준히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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