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공모 임추위원 전원 교체...“탈락한 지사 측근 K씨 임명 수순” 의혹 확산

ⓒ제주의소리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이사장 재공모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임원추천위원 전원을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추천자를 거부하며 제주문화예술재단(재단) 이사장 자리가 100일 넘게 공백 상태인 가운데, 최근 재단이 이사장 후보를 다시 선출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재단이 입장을 뒤집으면서까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전면 재구성해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1차 이사장 공모 당시 임추위가 탈락시킨 지사 측근을 고려해 임추 위원들을 개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재단은 지난 22일 “4월 23일부터 5월 8일까지 16일간 제10대 이사장을 재공모한다. 이사장 재공모는 지난 3월 10일 임명권자인 제주도지사의 재추천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최근 임추위를 재구성하고, 새롭게 구성된 임추위 회의를 통해 재공모 계획을 확정지었다”고 덧붙였다.

애초 재단은 첫 공모 당시의 임추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재공모에 임할 계획이었다. 이는 재단 운영 규정 제4조의 2항 ‘동일구성 운영’에 근거한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임추위는 임원의 후보자 추천이 필요할 때마다 새로이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임원의 결원이 동시에 발생하거나, 최초 결원 발생 예정일부터 3개월 이내에 집중되는 경우에는 동일한 위원으로 추천위원회를 구성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재단 관계자 역시 지난 3월 1차 공모에서 적격자 없음 결정이 난 후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임추위 임기는 해당 임원의 임명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다. 앞으로 있을 이사장 후보 재공모에서 임추위를 다시 구성하지 않고 기존 임추위가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180도 바뀌었다. 재단은 기존 임추위원을 전면 교체해 새로운 얼굴들로 채웠다. 

재단 안팎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일각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재단이 기존 입장을 바꿔 임추위원을 완전히 교체하면서, 1차 공모 당시 복수 추천자에도 포함되지 못한 지사 측근 K씨를 다시 이사장 후보로 올리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원 도정의 초대 협치정책실장에 발탁됐던 K씨는 이번 고경대 전 이사장 사임에 따른 신임 이사장 공모에 참여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재단 임추위가 심사를 거쳐 최종 후보 2명을 원 지사에게 추천했지만 원 지사는 ‘적격자 없음’으로 재추천을 요구했다.

임명권자인 도지사가 재단 이사장 후보에 대해 재추천을 요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고 임추위 마저 전원 교체한 적도 마찬가지다. 앞서 1차 공모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재공모 결정을 내리자 제주민예총, 제주주민자치연대가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자질과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낙하산·보은 인사는 청산되어야 할 적폐 중 적폐”라며 원지사 측근 K씨의 임명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단이 당초 입장을 번복하며 K씨를 탈락시킨 임추위를 해산하고, 새 임추위를 구성했다는 사실은 내정설 의혹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이에 재단 측은 ‘임추위 존속 기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임추위원들 사이에서 있었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지난 3월 <제주의소리>와 통화한 재단 관계자는 “임추위를 변동 없이 유지하겠다는 지난 3월 판단은 재단 내부에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임추위 내부에서 '임추위 존속 기간이 임원의 최종 임명 시까지 인지 혹은 지사가 재추천을 요구한 시점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변호사 4명에게 유권해석을 구해 임추위를 다시 구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단 이사장 선임 과정을 두고 제주 문화계 인사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고통받는 예술인들을 위해 다른 지역 문화예술 재단은 각종 정책을 내놓으며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재단과 제주도는 하루 빨리 이사장을 임명해도 모자랄 판에 매끄럽지 않은 인사 절차로 논란을 자초하고 있어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