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에서 발생한 A명상 수련원의 미스터리 사망 사건에 대해 법원이 최대 쟁점인 유기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사체은닉과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된 홍모(60)씨에 대해 유기치사는 무죄, 사체은닉은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27일 선고했다.

유기치사와 사체은닉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정모(54.여)씨는 징역 1년6월, 사체은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라모(57)씨에는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했다. 

사체은닉 방조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공범 이모(59)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아 가까스로 실형을 피했다. 

A수련원 원장인 홍씨는 숨진 B씨와 다른 지역 명상 수련원에서 알게 된 친구 사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B씨는 2019년 9월1일 다른 일행과 배편의 통해 홍씨의 수련원을 찾았다.

B씨는 이날 오후 6시30분쯤 건물 1층에서 홍씨와 식사도 함께 했지만 오후 10시30분 3층 수련실에서 느닷없이 주저앉았다. 고성을 들은 홍씨는 곧바로 3층에 올라갔다.

홍씨는 119에 신고하지 않고 현장에 있던 수련생 정씨와 함께 피해자를 바닥에 눕혔다. 이어 자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라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라씨는 건물 2층에서 3층에 있는 B씨를 위해 기 치료 행위를 했다. 홍씨는 당시 B씨가 주화입마(走火入魔) 상태에 빠졌고 기 치료의 도움을 받아 조만간 일어날 것으로 믿었다.

주화입마는 심리적인 원인 등으로 인해 몸 속의 기가 뒤틀려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을 의미한다. 홍씨는 명상 수련 과정에서 이 같은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곧바로 B씨가 있는 3층 수련실을 폐쇄하고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후 시체에서 고름이 생기고 구더기가 발생하자 정씨와 함께 바늘로 터트리고 알코올로 몸을 닦기 시작했다.

그해 10월12일 B씨의 아내가 남편을 보기 위해 수련원을 방문하자 “의식을 회복하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며 돌려보냈다. 10월15일 경찰 형사들이 방문하자 이를 막아서기도 했다.

홍씨는 재판과정에서 사체를 방치한 사체은닉 혐의는 인정했지만 유기치사 혐의는 부인했다. 변호인은 피해자를 발견할 당시 이미 숨져 있었다면 유기치사 적용이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유기치사죄는 보호 의무 대상자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성립된다. 부검에서도 시신 속 사망 시간을 특정하지 못해 재판 내내 이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처음 발견할 당시 살아있었다는 증거가 없다. 반대로 당시 피해자가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사실만으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부에서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체은닉에 대해서는 “45일간 방치하고 음식도 먹지 않은 상태에서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상식적으로 가능하냐”며 ‘혹세무민’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피고인들에게 쓴 소리를 건넸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몸에서 구더기가 나올 정도로 방치하고 그 모습 또한 비참했다”며 “유족들이 시신을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등 친구로서 추모의 예도 없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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