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도, 도의회 송악산 문화재 지정하고 보전 앞장서라”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27일 오전 11시30분께 송악산 인근에서 개발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27일 오전 11시30분께 송악산 인근에서 개발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의소리

경관 사유화, 환경 파괴 등 난개발 논란이 있는 송악산 뉴오션타운 개발사업을 앞두고 제주도의회의 현장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의 개발 반대와 원형보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송악산에 울려 퍼졌다.

각계 다양한 인사·단체가 참여한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27일 오전 송악산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악산 일대 문화재 등재와 세계복합자연문화유산 지정, 알뜨르 평화대공원 추진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섯알오름 예비검속 희생자를 위한 묵념을 시작으로 각계 인사들이 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송악산 인근 산이수동 일대 주민의 지역발전 숙원을 존중한다”며 “하지만 송악산 관광 자원화는 개발이익에 급급하지 말아야 한다. (주민이)가치와 이익을 놓치지 않는 현명한 판단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보단 가치 있는 자연생태와 문화유산을 보전하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함을 유념해달라”며 “찬반을 둘러싼 대정읍 주민의 고충에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를 향해 “그동안 제주도와 도의회는 중국 자본과 일부 지역민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제반 가치에 대한 집중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더이상 지켜볼 수만 없다. 도민 요구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적극적인 실천에 나서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철회 및 송악산 일대 사업 원점 검토 △송악산 일대 절대보전지역, 문화재 지정 착수 △세계복합자연유산 추가 등재 및 알뜨르평화공원 추진 등을 요구했다.

김정임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상임대표가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임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상임대표가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들은 “원 지사는 지난 23일 도의회에서 송악산 일대 문화재 지정과 자연환경 보호 등 개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2018년 도지사 선거 때 이미 반대했음에도 책임 있게 추진한 것이 없다”며 “이번에는 화려한 말의 수사에 그치지 말고 진정성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전문기관의 재검토 의견 누락, 심의 회의록 미작성 등 절차적 문제와 청탁·외압이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며 “부실한 평가와 잘못된 점이 드러났으니 사업은 불가하다. 도의회도 검토를 중단하고 문화재 추진에 함께 나서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세계적 가치를 지닌 송악산 일대를 사유지가 되도록 놔두고, 중국 자본에 끌려다니게 하며 도민과 국민의 자존심을 더 이상 훼손시켜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문화재 지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역사적 자원이 있는 송악산을 자연과 역사문화가 복합된 세계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해야 한다고 밝혔다”며 “또 지질학적·역사문화유적 가치가 높아 보전해야 한다며 대정읍 송악산개발반대대책위원회와 뜻을 함께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송악산을 자본의 이익추구에 끌려다니는 곳으로 놔둬선 안된다. 이 일대는 환경부 지정 1등급 보호지역이므로 재매입하는 보전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중국정부의 해외정책 불안정성으로 인해 헬스케어타운 호텔공사 중단의 또 다른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는 자연생태계의 보존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줬다. 내국인 관광객 증가상황에서 대규모시설중심이 아니라 자연생태·문화역사 가치를 살리는 방안으로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며 “국민은 도와 송악산이 지닌 자연생태, 문화적 가치를 더 사랑하고 보고싶어 한다”고 피력했다. 

또 “시대 요구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대정지역과 도민의 이익을 확장하는 것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송악산·알뜨르 일대 가치를 인정하며 ‘알뜨르평화대공원’을 추진하겠다고 한 공약이 지켜지도록 함께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주의소리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제주의소리

회견문 낭독을 마치고 안은주 제주올레 상임이사, 최순영 경기여성연대 대표,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 김민호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 대표가 자유발언에 나섰다.

안은주 제주올레 상임이사는 “송악산 일대는 올레꾼이 가장 사랑하는 코스다. 여기에 호텔과 리조트가 들어선다면 코스를 변경해야 한다”며 “이제까지도 많이 바꿨는데 또 바꾼다면 과연 제주가 도보여행의 천국, 청정제주라는 것을 말할 수 있을지 의문과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해 더 이상 개발하지 않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 제주도가 평화와 위로의 땅임을 느낄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최순영 경기여성연대 대표는 “땅은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빌려 쓰는 것이라고도 한다. 송악산은 여러 문화 가치도 가지고 있는데 중국 자본에 의해 개발토록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고 되물으며 “도민과 국민이 나서 제주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는 “송악산에 사람들을 불러 세워 경관을 보여준다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개발 반대 의견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며 “제주의 머리와 같은 송악산을 지키지 못한다면 제주는 생명력을 잃고 몸뚱아리만 남을 것이다. 송악산을 잃는 것은 제주의 생명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총선 이후 정치인들의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정치인이기 앞서 제주인이라면 양심에 맞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민호 교수는 “송악산 경관은 도민과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하는데, 사유화하고 특정인의 것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며 “자연·이웃과 함께 살 수 있는 제주를 만들어가는 데 힘을 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참여 인사 명단(무순).

▲도내 △김정임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상임대표 △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 △김민호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 대표 △김영순 고령사회를 이롭게하는 여성연합 대표 △이종형 제주민예총 대표 △강순석 제주지질연구소 학자 △강정효 사진가 △양윤모 영화평론가 △박성인 가장자리농부 △현애자 외돌괴 귤 생태텃밭 대표.

▲도외 △현기영 작가 △이철수 환경운동연합 대표 △송기호 변호사 △김종철 녹색평론 대표 △최순영 경기여성연대 대표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대표 △송민선 팔당생태늪 위원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 교수 △하지숙 예술공동체 마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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