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왓 칼럼](7) 정보에 대한 권리는 인권이다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2020년 놀라운 총선 결과가 도출되었다. 일방의 압승이라 할 만 하겠다. 이러한 승리의 뒷이야기 중에 그 정당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선거를 소개하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한 기업의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선거 전략과 전술을 지역에 맞게 구사함으로서 효과적인 선거운동이 가능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빅데이터 활용은 올해 1월 9일 국회에서 소위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가능해졌다. 데이터 3법의 핵심은 개인들의 정보를 가명처리하면 당사자들의 동의없이 정보의 가공, 처리,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빅데이터의 활용이 성공적인 선거의 결과에 일조하게 되었다. 여러분의 동의 없이 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 사태를 맞이하면서, 확진자들의 동선 정보 공개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한국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를 염두에 두고 최대한 개인 신상이 드러나지 않는 방식을 택하려고 노력했다. 하여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더구나 심각한 전염병 확산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의 공개는 한국 사회로부터 큰 무리 없이 수용되었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생각해 볼 지점은 앞서 정당의 빅데이터 활용과 마찬가지의 방식, 전화 또는 개인 신용카드의 사용내역과 같은 개인정보들이 활용되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인정보에 대한 원시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더 컸지만, 사회적 공익성이 개인정보보호를 압도했기에 한국사회에서는 용인될 수 있었다. 확진자 개개인들의 동의 여부는 엄격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위 두 가지의 경우, 정보가 어떻게 활용됨에 따라 사회를 변화시키고, 공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하겠다. 정보는 이미 인권,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변화시키는 아주 핵심적인 요소가 되고 있음이 명백하다.

한편, 인격적으로 한 개인의 삶을 잔인하게 파괴하고, 그 범죄를 즐기면서 돈도 버는 경악스런 사건이 발생했다. 소위 ‘N번방 사건’이다. 이런 잔혹한 범죄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피해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는데, 심지어 취재기자에게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현상이 벌어졌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통해 본인 뿐만 아니라 본인의 가족, 지인들을 대상으로 협박을 가한다는 점이다. 범죄가 가능하게 된 조건도 개인정보유출이고, 범죄의 은폐를 시도할 수 있는 힘도 개인정보유출에서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범죄행위가 보다 더 정교해지고 잔악해질 수 있는 힘이 정보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서 개인정보의 유출을 보다 더 심각하게 그리고 엄중하게 조사하고 처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는 제2, 제3의 N번방 또는 다른 어떠한 형태의 범죄의 강력한 원천적 힘이 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통해 상대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오마이뉴스.

이것이 일부 정보 취약 계층만의 문제이고, 악독한 범죄자가 있어야만 벌어지는 상황일까? 기업들은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속에서 개별 소비자, 즉 무차별적으로 개개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고 있다. 그러한 정보는 빅데이터 활용이라는 명분으로 가공되고 조작되어 기업의 이익이 증대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제되지 않았지만 풍요롭고, 의외성이 강한 나의 존재는 정형화된 데이터로 판단되고, 정형화된 정보에만 노출되는 환경이 구성된다. 내 생각으로 나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목적과 이익으로 가공된 정보로 나를 조작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여러분들의 이름만 표기하지 않으면, 기업가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여러분의 삶을 정형화시킬 수 있다. 

N번방의 범죄자들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어떻게 개별적 존재들을 조작하여 돈을 버는지 생각해보면 그 방식은 거의 동일하다. 개인정보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 해석해서 상대방을 본인의 의도대로 유도하는 것이다. 그 행위의 크고 작음을 떠나, 여러분들의 동의 절차는 이미 사라졌다. 일상에서 모든 사람들의 정보에 대한 권리가 심대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에 대한 권리에 있어서, 알아야 할 권리와 보호할 권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하지만 그 권리는 결코 상충되지 않는다. 상충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인간 존엄성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정보는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정보가 온 사회의 안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면, 개별 확진자들과 사회의 동의를 전제로 모두에게 공적 정보로서 제공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존엄한 삶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개인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개개인들에게 번호를 부여하는 강력한 사회 통제 시스템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는 제2, 제3의 N번방 또는 다른 어떠한 형태의 범죄의 강력한 원천적 힘이 될 수 있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통해 상대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 공익적 정보는 충분히 공유하되, 개인정보는 철저하고 엄격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더불어 정보의 전사회적 공익은 절대적으로 인간 존엄성에 기초한, 인권에 기반한 기준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정보에 대한 권리가 인권의 시작이다. /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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