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 전 간호사 등 4명 소 제기...2009~2010년 집단 유산사건 대법원 29일 선고

유해한 노동환경에 노출된 간호사가 선천적 질병을 가진 아이를 낳은 경우, 태아에 대해서도 산업재해가 인정되는지에 대한 우리 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소송제기 6년 만에 나온다.

대법원 특별2부는 29일 오전 10시 전 제주의료원 간호사 허모(39.여)씨 등 4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취소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연다.

소송의 발단은 2009~2010년 사이 발생한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집단유산 사건이었다. 당시 간호사 중 15명이 임신했지만 이중 5명이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이듬해에도 간호사 12명이 임신을 했지만 33%인 4명이 유산했다. 나머지 8명은 출산을 했지만 절반인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다.

전국적으로 보기드문 일이 벌어지자 2012년에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간호사들의 유산과 업무상 연관관계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나왔다.

간호사들은 이를 근거로 2012년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역학조사를 의뢰하고 심사에 돌입했다.

결과는 반려였다. 태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을 근로자의 질병으로 볼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간호사 4명은 2014년 2월4일 산재를 인정해 달라며 서울중앙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 본인이 아닌 몸 속 태아의 질병을 업무상 재해에 포함 시킬 수 있느냐 여부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요양급여)에는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2014년 12월 열린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엄마와 태아를 단일체로 보고 태아의 법적 권리와 의무는 모체에게 귀속돼 산재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2016년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출산으로 어머니와 아이가 분리되는 만큼 선천적 질병은 출산아가 지닌 것으로 봐야 한다며 태아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모체와 분리해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기에게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는지 여부를 떠나 현행법상 태아의 질환을 어머니가 산재적용을 받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법원의 법률 검토가 한창이던 2019년 1월 업무상 재해로 태아의 건강이 나빠졌을 경우도 산업재해 보상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원심의 형이 확정되면 태아의 질병으로 여성근로자가 직접 요양급여를 받을 수는 없다. 반대로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면 사상 처음으로 태아에 대한 산재 적용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해 향후 유사 논란을 해소하는 입법절차도 뒤따라야 한다. 대법원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전례가 없는 후속 조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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