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6차산업人](2) 제주민속식품 사월의 꿩...향토음식장인,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 인증

제주 농업농촌을 중심으로 한 1차산업 현장과 2·3차산업의 융합을 통한 제주6차산업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창의와 혁신으로 무장해 변화를 이뤄내고 있는 제주의 농촌융복합 기업가들은 척박한 환경의 지역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드인 제주(Made in Jeju)’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주역들입니다. 아직은 영세한 제주6차산업 생태계가 튼튼히 뿌리 내릴수 있도록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 글]
구좌읍 성불오름 인근 번영로를 달리다 보면 만나볼 수 있는 사월의 꿩 전경. ⓒ제주의소리
구좌읍 성불오름 인근 번영로를 달리다 보면 만나볼 수 있는 사월의 꿩 전경. ⓒ제주의소리

“우리 것 지켜야죠! 제주 전통음식 꿩엿의 명맥을 이어 나가렵니다”

사라져가는 제주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향토음식장인 강주남(53) 사월의 꿩 대표의 말이다.

25년째 제주 전통음식 ‘꿩엿’을 만들어온 그는 명맥을 잇고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6차산업을 인증받아 꿩을 기르고 가공하며 교육까지 병행하고 있다. 그는 “3가지 다 하려니 몸이 남아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 꿩을 지키고 널리 알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강주남 대표를 만나 제주를 지켜나가는 그와 대화를 나눴다.

제주민속식품 강주남 대표. ⓒ제주의소리
제주민속식품 강주남 대표. ⓒ제주의소리

강 대표는 전국 특산품들이 사양길로 들어서는 가운데 꿩엿을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 4명의 직원과 함께 꿩엿의 현대화·대중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화를 위해 리모델링도 하고 제품을 스틱형으로 만들어 간단히 섭취할 수 있도록 했단다. 

그는 “아버지가 1995년도에 설립해 이끌어가다 2005년 물려받았다. 규제도 더욱 까다로워지고 식품산업도 빠르고 다양하게 발전하다 보니 옛것이 점점 밀려났다”며 “2013년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고 교육·체험농장을 시작하며 이름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직원을 구하기 힘들뿐더러 점점 어려워지는 경영 상황에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꿩엿을 친근하게 알리고자 시작한 것이 교육·체험농장이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파급력을 기대하며 시작했다. 체험한 사람들은 꿩엿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널리 알려 명맥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래의 고객이다”라고 웃어 보였다.

꿩엿을 끝까지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그야말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것이 6차산업, 교육·체험농장이다. 농장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성불오름 인근에 위치해있다. 농장이 번영로와 바로 맞닿아있어 방문객이 비교적 쉽게 오갈수 있다. 꿩엿·수제비, 꿩 깃털 연필 만들기 등 체험프로그램, 실과·미술·사회 등 교육과정과 연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꿩엿 만들기 교육 시연중인 강주남 대표. 정성이 깃든 만큼 건강에 좋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꿩엿 만들기 교육 시연중인 강주남 대표. 정성이 깃든 만큼 건강에 좋다고 설명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특산품 꿩엿은 건장에 좋다고 알려져 예로부터 기력이 쇠한 어르신이나 아이들에게 먹였다.
제주 특산품 꿩엿은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예로부터 기력이 쇠한 어르신이나 아이들에게 먹였다. 제공=제주민속식품.

교육·체험농장에 대해 “체험학습, 견학 등 학생이 많이 오는데 밖에서도 알아보더라. 외부행사 부스에 나갔을 때 ‘선생님! 저 교육받으러 갔던 학생이에요’라고 먼저 인사하고 친구들을 데려와 배웠던 꿩엿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교단에 선 선생님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그는 학생들을 제주 꿩엿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본다고 했다. “지금은 상황이 힘들지만, 훗날 친구들이 꿩엿을 찾아주고 생각해준다면 명맥이 이어질 것 같다”며 교육의 힘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사월의 꿩'이다. 꿩을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게 하려고 지은 이름이란다. 1년에 한 번 음력 4월에 알을 낳는 꿩을 보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꿩 알(제주어로 꿩 독새기) 줍기 등 제주 세시풍속을 생각해 만들었다고 했다.

강 대표의 노력을 보여주듯 사월의 꿩은 향토음식장인 지정, 맛의 방주 인증, 농촌융복합사업 인증, 이달의 6차산업인 선정, 식생활 우수체험공간 선정 등 다양한 성과를 올렸다. 

가장 뿌듯한 건 향토음식장인 지정과 맛의 방주 인증이라고 했다. 2014년 등재된 맛의 방주는 지역 전통음식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지역 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1996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향토음식장인은 나 하나밖에 없지만, 맛의 방주는 내 이름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꿩엿 자체가 선정되는 것이다. 소멸위기 전통음식 보전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꿩엿을 지켜나가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강주남 대표는 제주도가 지정하는 향토음식장인으로 선정됐다. ⓒ제주의소리
지난해 12월 강주남 대표는 제주도가 지정하는 향토음식장인으로 선정됐다. ⓒ제주의소리

그는 “건강에 좋은 꿩엿을 요즘 사람들은 잘 안 찾는다. 예로부터 기력이 쇠하거나 기관지가 안 좋을 때 아껴 먹던 것이 꿩엿이다. 부작용과 정해진 식용법이 없어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다”며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보양식이다”라고 꿩엿에 대한 애정 어린 모습을 보였다.

고기가 부족한 제주에서 척박한 땅을 일군 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먹었던 것이 꿩이라고 했다. 꿩은 초지에서 서식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제주의 넓은 초지에서 많이 보이고 샤브샤브, 국수, 엿 등 음식으로 활용된다.

그런 그는 꿩을 지켜가기 위해 몇 없는 도내 꿩 농가와 협약을 맺어 수매하고 직접 꿩을 기른다. 꿩을 기르는 일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란다. 일년에 한번 산란하고 사육 기간이 오래 걸리는 탓에 제주엔 농가가 이제 얼마 안 남았다고 했다. 

“사월의 꿩을 포함해 사육 농가가 3곳만 남았다. 기르기도 힘들지만, 기타 가축인 탓에 지원도 없어 대부분 농가가 주요 가축인 양계로 바꾸는 추세”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제조, 교육·체험농장 외에도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소비를 통해 농가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비를 많이 해야 농가를 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가에 미안한 마음이 크다. 소비를 늘려 (꿩을)많이 사들일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며 잠시 말을 멈췄다.

사라져가는 꿩과 농가를 걱정하며 도의 지원이 절실하다 했다. “제주 고유의 것을 지원해 살려야 한다. 음식 중심 관광으로 바뀌는 추세에서 제주의 것을 살려낸다면 관광객도 더 유입될 것”이라며 “차별점이 없다면 굳이 제주로 오겠나. 다양성을 위해 꿩, 흑우, 흑돼지 등 제주 것을 지원한다면 관광도 살아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 공장과 농가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했다. 그래서 온라인 판로를 넓혀 소비를 늘려 농가에도 보탬이 되고 싶단다. 따뜻한 마음씨를 겸비한 그는 장차 꿩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테마파크에 대해 물으니 “다양한 분야를 접목해 많은 사람이 꿩을 알아가고 제주를 알아갔으면 한다. 딸이 음악을 전공하는데 교육·체험과 함께 치유의 역할을 테마파크가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며 “아직은 꿈에 불과하지만 잘 버텨서 제주의 귀한 음식, 그런 것들이 없어지지 않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 대표는 오늘도 전통 먹거리를 보호하고 주변 농가와 상생하며 지역사회를 활성화하고픈 마음으로 다가오는 음력 4월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건강을 위해 홍삼을 첨가한 꿩엿 제품. 제공=제주민속식품.
건강을 위해 백도라지를 첨가한 꿩엿 제품. 제공=제주민속식품.

제주민속식품 사월의 꿩 교육농장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번영로 2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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