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비상도민회의, 제2차 조사결과 동굴·숨골 추가발견...총 136곳

제주 제2공항 예정지와 그 인근에서 종전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동굴과 숨골이 무더기로 추가 발견됐다. 국토교통부가 수행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동굴·숨골이 130여개로 늘어나면서 용역 부실 의혹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서 발견된 동굴 '칠낭궤' 제2공항 활주로와의 이격 거리가 250m에 불과한 곳에 위치해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는 29일 오전 11시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 인근의 한 야초지에서 제2차 동굴·숨골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조사는 제주지역 환경단체 활동가와 지역주민 등 26명이 투입돼 4월 11일부터 15일까지 5일에 걸쳐 제2공항 예정지 일대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지난해 제1차 동굴·숨골 조사에서 조사된 61곳의 숨골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는 75곳의 숨골이 추가로 발견됐다. 제2공항 인근 부지에서만 총 136곳의 숨골이 확인된 결과다. 

심지어 제2공항 예정 활주로의 북쪽으로 250m 가량 떨어진 곳에서는 거대 동굴입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옻나무가 우거진 동굴이라는 뜻으로 '칠낭궤'라고 불려오던 이 동굴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동굴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곳은 한동안 수풀이 우거져 있어 입구를 찾기 어려웠던 곳이었지만 4.3당시만 하더라도 시신이 방치되는 등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실제 동굴 입구에는 오래된 빈병과 생활쓰레기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즉, 국토부가 환경영향평가 수행 과정에서 기존 문헌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소문했다면 얼마든지 존재를 알 수 있었던 동굴인 셈이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서 발견된 동굴 '칠낭궤' 제2공항 활주로와의 이격 거리가 250m에 불과한 곳에 위치해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서 발견된 동굴 '칠낭궤' 제2공항 활주로와의 이격 거리가 250m에 불과한 곳에 위치해 있다. ⓒ제주의소리
빈병 등의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칠낭궤 입구. 주민들에 의해 구전돼 온 곳이지만 국토부 환경영향평가서 상에는 제외돼 있다. ⓒ제주의소리

사람 한 명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4~5m 높이의 거대한 동굴 공간이 나왔다. 동굴 내부에서는 동굴산호 및 용암선반, 용암종유 등이 관찰됐다. 남쪽 방향으로 용암길이 이어졌지만, 현재는 말단이 막혀있어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도민회의는 "칠낭궤의 경우 규모가 커서 이웃한 동굴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토부는 형식적인 조사에 그쳐 주민들에게 알려져 있는 동굴에 대한 조사조차 실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전략환경평가서 초안에 따르면 꿰버덕들굴과 사시굴 등은 문헌에도 존재하고 있음에도 입구를 확인하지 못해 조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전기비저항탐사와 시추 등을 진행했다는 해명의 진위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제1차 동굴·숨골조사 직후 국토부 측이 '숨골은 구멍이 송아지가 빠질 정도의 크기라야 인정될 수 있다'고 밝힌데 대해서도 전면 반박했다. 국토부가 수행한 전략환경평가 초안에 제시된 8개의 숨골은 사진상 어떤 곳에서도 송아지 크기는 커녕 구멍조차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비상도민회의는 숨골이란 일반적으로 빗물이 급격하게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를 의미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지질학회에 의해서도 다양한 형태의 숨골이 발견됐음에도 단순히 크기로 숨골의 정의를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제2공항 예정지 서북쪽 끝자락에 위치한 월동무밭 한 구석에는 손바닥 크기의 숨골이 발견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양수기로 끌어올려 물 1톤을 이 숨골에 들이부었지만 그대로 땅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빗물이 흐른 흔적을 보면 숨골을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낮고 평평한 지역이면서 큰 나무가 자라지 않는 지대의 경우 대부분 지반은 용암지대인 '빌레'라고 추정할 수 있는데, 이 빌레와 빌레 사이의 틈이나 구멍이 난 곳이 바로 숨골"이라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이 숨골은 일대 지하수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지니고 있다. 제2공항이 지어질 경우 지하수 함양이 불가하고, 지하에 거대한 댐이 생기게 된다"며 "제2공항이라는 거대 댐이 생기면 서쪽지역은 아예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는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그러한 부분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있다"고 지적했다.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2차 동굴·숨골 조사에서 발견된 제2공항 예정지 내 숨골위치.
29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제2공항 예정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제주의소리

이와 관련 비상도민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동굴·숨골조사 결과 발견되지 않은 숨골이 상당수 발견됐고, 국토부와 제주도에 공동조사를 제안했지만,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동굴·숨골 조사 결과를 왜곡 폄하하며 제대로 된 전략환경평가를 할 의지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제주의 지하수를 함양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숨골의 기능을 무시하고, 한낮 동굴으 입구 정도로 숨골을 폄하한 것은 제2공항 지역의 특성과 동굴지질이 가지는 영향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는 수준으로 보인다"며 "국토부는 비상도민회의의 공동조사 요구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겨냥해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이 지역의 동굴·숨골조사를 진행, 제주도민의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임무에 나서야 한다. 제주도가 확인하지 못한 새로운 숨골을 국토부가 제시한 상황에서 명확한 조사 근거가 있음에도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명확한 직무유기이자 제주도민의 자산을 방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비상도민회의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부의 전략환경평가서의 동굴지질조사는 거짓·부실에 해당되니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 심의를 환경부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