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多] (42) 아파트마다 진입로 중앙선 제각각...관덕정은 제주공항 50년만에 ‘유턴’ 등장

[소리多]는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 글도 딱딱하지 않은 대화 형식의 입말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제주의소리]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질문을 남기시면 정성껏 취재해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겠습니다. 올 한해도 [소리多]가 연중 기획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제주시내 한 아파트 진입로. 도로 확장공사로 중앙선 절선이 사라지면서 아파트에서 도로 나서는 차량들이 좌회전을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내 한 아파트 진입로. 도로 확장공사로 중앙선 절선이 사라지면서 아파트에서 도로 나서는 차량들이 좌회전을 위해 중앙선을 침범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최근 아파트 진입로와 관련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아파트 단지 앞 도로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노란색 실선 두 줄이 새로 깔린 검은색 아스팔트를 따라 선명하게 그어졌다는 내용이었죠.

일반인들은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해당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습니다. 100세대의 주민들은 하루아침에 진입 방향이 전혀 달라지는 상황에 맞닿게 된 것이죠.

주민들의 민원을 빗발치게 한 것은 바로 아파트 진입로의 중앙선입니다. 도내 상당수 아파트는 진출입로 앞 중앙선이 중간에 끊기는 이른바 ‘절선’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파트에서 나오는 차량이 곧바로 도로 건너편으로 좌회전을 할 수 있고 진입차량 역시 맞은편 차선에서 좌회전으로 아파트 안으로 들어 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절선이 없으면 진입로 맞은편 차선의 차량은 아파트를 지나쳐 유(U)턴을 한 후 우회전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아파트에서 나가는 차량도 좌측 이동시 먼저 우회전을 하고 유턴을 해야 합니다.

[제주의소리]가 해당 아파트를 직접 확인한 결과 중앙선을 가로질러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는 차량이 심심치 않게 목격됐습니다. 아찔한 운행에 사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제주시와 제주자치경찰단에 문의해보니, 해당 아파트는 착공 당시 아파트 진입로의 교통시설과 관련한 사전 협의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제주시내 한 아파트 진입로. 도로 확장공사로 중앙선 절선이 사라지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은 진출입시 좌회전이 불가능해졌다. 맞은편 차선에서 아파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멀리까지 이동후 다시 유턴을 해야 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내 한 아파트 진입로. 도로 확장공사로 중앙선 절선이 사라지면서 아파트 입주민들은 진출입시 좌회전이 불가능해졌다. 맞은편 차선에서 아파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멀리까지 이동후 다시 유턴을 해야 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내 한 아파트 진입로의 모습. 왕복 4차선이지만 중앙선 절선으로 진출입 차량 모두 좌회전이 가능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내 한 아파트 진입로의 모습. 왕복 4차선이지만 중앙선 절선으로 진출입 차량 모두 좌회전이 가능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준공 후 민원이 있었지만 진입로 주변도로가 왕복 4차선으로 넓고, 내리막길 과속 위험과 운전자 시야 확보, 교차로 인접 등을 이유로 중앙선 절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도로가 기존 왕복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된 제주시 연오로의 경우 대부분의 아파트 진입로의 중앙선이 절선 돼 좌회전이 가능했습니다.

제주시 도평에 건설중인 모 아파트의 경우 착공 단계부터 시행사에서 부지 내 일부를 진입도로로 기부채납하고 중앙선 절선을 위한 협의까지 직접 요청했습니다. 

이 같은 판단은 행정시가 아닌 경찰이 합니다. 국가경찰인 제주지방경찰청 교통심의위원회와 자치경찰인 제주자치경찰단 교통시설심의위원회가 그 주인공입니다.

애초 교통시설 관련한 심의는 국가경찰이 전담했습니다. 제주는 제주특별법 제434조(교통안전 및 시설 등에 관한 특례)에 따라 속도를 제외한 권한이 모두 자치경찰로 넘어갔습니다.

때문에 국가경찰은 속도 관련 심의만 맡고 횡단보도나 신호기, 중앙선 절선 좌회전과 유턴 허용, 일방통행로 설치 등은 자치경찰 교통시설심의위원회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 운영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교통시설심의위원회는 매월 1차례 재적위원 3분의2 이상 출석으로 회의를 열어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합니다.

제주시내 한 아파트 진입로의 모습. 중앙선이 절선된 모습이 선명하다. 왕복 4차선이지만 중앙선 절선으로 진출입 차량 모두 좌회전이 가능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내 한 아파트 진입로의 모습. 중앙선이 절선된 모습이 선명하다. 왕복 4차선이지만 중앙선 절선으로 진출입 차량 모두 좌회전이 가능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최근 생긴 유(U)턴 표시. 1968년 제주국제공항 승격이후 52년간 제주공항에서 원도심을 가로질러 사라봉까지 유턴 표시구간이 단 한곳도 없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시 관덕정 앞에서 최근 생긴 유(U)턴 표시. 1968년 제주국제공항 승격이후 52년간 제주공항에서 원도심을 가로질러 사라봉까지 유턴 표시구간이 단 한곳도 없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교통시설심의위원회에는 경찰과 공무원, 교통전문가, 대학교수, 시민사회단체 등이 위원으로 참여합니다. 교통시설을 설치하거나 변경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우선 설득시켜야 합니다.

제주 원도심의 중심인 관덕정 앞 유(U)턴 표시도 이 같은 노력의 산물입니다. 제주공항에서 용담과 동문시장을 거쳐 사라봉까지 이어지는 원도심 도로 구간에 U턴 구역이 전혀 없습니다.

1968년 제주국제공항 승격후 50년 넘게 없던 U턴 구역이 최근 만들어졌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원도심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안을 하면서 구체적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경찰청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지침에 따라 U턴은 차량의 안전한 회전을 위해 도로폭이 최소 9m를 넘어야 합니다. 원도심은 도로폭이 상대적으로 좁아 U턴 구역을 찾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마을주민들이 자치경찰과 제주시 등 관계기관과 현장 조사를 하고 머리를 맞댄 결과 관덕정 앞 도로에 U턴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결국 U턴 구역이 현실화 됐습니다.

과거 다른 지역에서는 시의원 등 권력을 가진 몇몇 인사들이 특정 아파트나 상가 앞에 중앙선을 절선하는 일로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제주에는 이런 일이 당연히 없어야겠죠. 반대로 주민들의 민원을 토대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다만 이 모든 내용의 전제는 바로 ‘안전’이 돼야 하겠죠.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