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발생한 일가족 화재 사망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주방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밀 감식을 벌이고 있다.

불은 어린이날인 5일 오전 3시52분쯤 서귀포시 서호동 서귀포경찰서 인근의 한 4층짜리 빌라 3층에서 발생했다.

서귀포소방서 대신119센터 소방관들이 오전 4시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연기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구조대는 건물 1층부터 문을 두드리며 거주자들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3층 집에서 인기척이 없자 문을 강제 개방해 안으로 진입했다.

당시 안방에는 A(40)씨와 아내 B(36.여)씨, 5세와 4세 딸 2명 등 일가족 4명이 쓰러져 있었다. 이들은 3개 119센터 구급차에 분산 이송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화재조사반을 투입해 합동 감식을 벌였다. 1차 감식 결과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곳은 주방이었다.

경찰은 가스레인지와 공기배출 장치인 후드에서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보고 가스적 요인과 전기적 요인 가능성을 모두 열어 두고 있다.

해당 설비에 대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종합적인 감식결과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검안에서도 특별한 외상이 없고 폐쇄회로(CC)TV 조사에서도 외부인 출입 흔적이 없는 점에 비춰 화재로 인한 질식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CCTV 조사에서도 A씨 부부는 이날 0시30분쯤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주택 내 화재 피해가 크지 않고 내부 방문은 열려있는 반면 유리창은 닫혀 있는 점도 질식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 부검을 진행해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로 했다. 부검을 통해 연기로 인한 질식사 여부가 우선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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