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올해는 오지 마라”에 자녀들 끙끙…일부 음식점은 예약마감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어버이날 풍경이 예년과 다를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어버이날 풍경이 예년과 다를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서울에서 직장 생활 중인 결혼 3년차인 고 씨(38) 부부는 이번 주 어버이날을 맞아 주말을 이용해 고향 제주에 홀로 계신 어머니와 처갓집 장모님을 찾아뵐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가 어른들이 한사코 오지 않도록 만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양가 어른들 모두 “올해는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강권했다. 하지만 외아들이면서 맏사위인 고 씨는 결혼하면 양가 어른들 생신과 어버이날이 있는 주말에는 반드시 제주에 내려가 어른들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기로 한 자신과의 약속을 불과 결혼 3년 만에 깨는 것이어서 내내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다. 

100여 일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맞은 올해 어버이날 풍경도 예년과는 달라지는 분위기다. 

도내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어버이날을 맞아 “어버이날 어디 가시나요? 시국이 시국이라, (어디든) 가는 것도 무섭고 그러네요.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도 그렇고. 다른 맘들은 어쩔 생각인지요?”라는 질문에 “집에서 모여서 배달음식 시켜먹기로 했어요” “친정 엄마는 애들도 학교 안 가는데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식당도 못 가겠다면서요.” 등의 답변이 올라왔다.   

또, “꼭 밖에서 먹을 필요 있나요? 요즘 웬만한 거는 다 배달되고 포장되는데 집에서 편하게 드세요” “집에서 저녁 먹을 거예요” 등등의 답변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사례도 있다. 고강도 방역체계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이후 전국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일 평균 한자리수로 내려왔고, 제주도에선 지난달 14일 미국에서 입도한 10대 중국인 여성이 13번째 확진자 판정을 받은 이후 20여일째 추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고향 방문이나 가족 외식 모임 등을 갖겠다는 경우도 눈에 띈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어버이날 식당 어디가 좋을까요? 12명 정도 식당 추천해주세요”라는 글에는 “벌써 좋은 곳은 예약 마감이에요” “저는 아이들 있어서 놀이방 있는 오리고기집 예약했어요” 등의 답변이 달려 외식모임이 적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아라동의 A 대형음식점에 확인한 결과, 5월8일 어버이날인 이번 주 금요일 저녁식사와 이튿날인 토요일 점심·저녁식사로 가족모임 예약이 30여건 잡혀 있었다. 

음식점 관계자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등 예년 어버이날과 비교하면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어른들을 모신 가족 식사모임 예약이 적지 않다”며 “가정의 달을 맞아 각종 모임이 늘고 있어 손님들 출입시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 사용을 적극 권하는 등 깨끗한 위생상태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꽃집 대표 P씨도 “올해 어버이날은 금요일인데 토요일에 카네이션 꽃바구니 예약이 여러 건 들어온다. 육지에 살다보니 토요일에 부모님과 가족모임을 갖는 경우들이 다수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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