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사전협의 없이 '학생 대상 선제적 검사'계획 발표 빈축

지난 4일 원희룡 제주지사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관계부서 긴급회의. 회의 직후 제주도는 '제주도, 전국 최초 등교생 대상 코로나 사전검사'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진=제주도
지난 4일 원희룡 제주지사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관계부서 긴급회의. 회의 직후 제주도는 '제주도, 전국 최초 등교생 대상 코로나 사전검사'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진=제주도

[기사수정-오후 5:10] 원희룡 제주도정이 오는 13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되는 등교개학 국면에서 등교생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전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발표가 제주도교육청과는 아무런 사전 교감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는 지난 4일 '제주도, 전국 최초 등교생 대상 코로나 사전검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최초로 제주지역 등교생을 대상으로 한 선제적 코로나19 사전 검사 실시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생활 속 거리두기 이행과 별개로 제주에 한해 19일까지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등교생에 대한 사전검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관계부서와 긴급회의를 통해 등교수업 재개 후 집단 감염이 폭증한 싱가포르 사태를 언급하며 "다가올 등교 개학이 가장 걱정이다. 교내 확진자 1명이 나오면 학교가 폐쇄될 수 있다. 선제적인 코로나19 사전 검사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제주도는 등교생 대상 선제적 코로나19 사전검사를 적극 추진 방침으로 제주도교육청과 협의하고, 교내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등 수립도 도교육청과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같은 방침이 제주도교육청과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됐다는 점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제주도가 발표한 사전검사 내용은)아무런 사전 협의가 없었다. 지난 4일 오후 도청에서 열린 회의에 가니 이미 보도자료가 배포된 상황이었다"며 "진단 키트도 문제겠지만, 결국은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것인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점검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13일 첫 등교에 나서는 제주도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은 약 6070명이다. 제주에서 사용되고 있는 하루 진단키트가 180~200건임을 감안하면 6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진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령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다고 해도, 오는 20일 고1~2, 중1~2 학생들이 순차적으로 등교가 이뤄진 후에는 대책이 없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주장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제주도는 시급히 뒷수습에 나섰다. 이중환 제주도 도민안전실장과 임태봉 보건복지여성국장 등 관계 고위공무원이 이날 오후 3시30분 도교육청을 직접 방문해 관련 내용을 협의했다.

먼저 '등교생을 대상으로 사전 검사를 실시하겠다'며 대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던 것을 △2주 이내 타 시도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는 학생·교원 △타 시도를 방문하지 않았더라도 37.5도 이상 발열 증상을 동반한 호흡기 유증상자로 설정했다.

증상 여부는 등교 전 설치하는 자가진단앱을 통해 사전 확인하고, 검사는 13일 등교 이전인 오는 8일부터 실시키로 했다.

이와 관련 제주도는 별도의 해명자료를 통해 "4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청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는 점을 밝히면서 같은날 도교육청 관계자들과 이와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협의를 시작했다"며 "등교일 전 사전검사 방침은 제주도가 자체적인 판단으로 정한 것으로, 교육청과의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제주도가 4일 오후 발표한 보도자료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검사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은 전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도와 교육청은 빠르면 금주 내 고3 등교생 대상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되, 현실적인 검사역량 등을 고려해 검사 우선순위를 선정 한다 등을 논의해 결정했다"면서 "등교생 대상 '모든' 혹은 '전수' 사전검사는 언급조차 되지 않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