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발생한 일가족 화재사고의 사인은 전형적인 화재사라는 부검의 소견이 나왔다.

제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강현욱 교수는 6일 오후 1시부터 A(40)씨와 아내 B(36.여)씨, 5세와 4세 딸 2명 등 일가족 4명에 대한 부검을 진행해 이 같은 의견을 서귀포경찰서에 전달했다.

부검 결과 4명의 기도 등에서 일산화탄소 등 유독 가스 흔적이 동일하게 확인됐다. 기도 일부에서 그을림 흔적도 발견되는 등 전형적인 화재사의 모습이었다.

시신 전체적으로 외상은 없었다. 이를 근거로 외력에 의한 사망 가능성은 배제됐다. 약독물과 알코올 검사도 추가 진행하기로 했지만 사인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이 부검의 판단이다.

불은 어린이날인 5일 오전 3시52분쯤 서귀포시 서호동의 4층짜리 빌라 3층에서 발생했다. 오전 4시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환풍구를 통해 연기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구조대는 건물 1층부터 문을 두드리며 거주자들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3층 집에서 인기척이 없자 문을 강제 개방해 안으로 진입했다.

당시 안방에는 A씨 등 일가족 4명이 쓰러져 있었다. 이들은 구급차에 분산 이송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모두 숨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합동 감식을 통해 발화지점으로 주방을 지목했다. 경찰은 가스레인지와 공기배출 장치인 후드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가스와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부검결과와 폐쇄회로(CC)TV 조사를 토대로 화재로 인한 질식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CCTV 조사에서도 A씨 가족 이외에 외부 침입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주택 내 화재 피해가 크지 않지만 내부 방문은 열려있는 반면 외부로 연결된 유리창은 모두 닫혀 유독가스가 안방까지 급속히 번지며 화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추후 국과수 조사 결과를 토대로 화재와 사망 원인을 특정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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