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6월, 병원사업장 여성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준)가 제주의료원 정문에서 집단유산의 철저한 역할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난 2013년 6월, 병원사업장 여성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준)가 제주의료원 정문에서 집단유산의 철저한 역할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은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인권위는 7일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최근 대법원의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취소 판결을 통해 늦게나마 태아의 건강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여성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로 확인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헌법에서 규정하는 생존권적 기본권, 모성보호 및 여성 근로의 특별보호가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길 바라며, 노동자들이 존중받으면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위는 "태아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토록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며, 고용노동부 또한 인권위 권고에 대해 수용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실질적 제도개선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와 그 자녀의 건강권 보호가 중대한 사안임에도 적극적 논의가 미흡하였던 점에 유감을 표하는 바이며, 고용노동부에는 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신속한 제도 정비에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 4명은 지난 2010년 출산한 아이들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나자 2012년 12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이에 공단은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과 질병, 장애 또는 사망 등만을 뜻하므로 근로자의 임신중의 상병이나 요양기간 등이 확인되지 않는다'며 요양급여 부지급 처분을 했고, 간호사들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 12월 열린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엄마와 태아를 단일체로 보고 태아의 법적 권리와 의무는 모체에게 귀속돼 산재적용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2016년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출산으로 어머니와 아이가 분리되는 만큼 선천적 질병은 출산아가 지닌 것으로 봐야 한다며 태아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모체와 분리해 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인권위는 대법원의 법률 검토가 한창이던 2019년 1월 업무상 재해로 태아의 건강이 나빠졌을 경우도 산업재해 보상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대법원은 모체와 태아는 '한 몸', 즉 '본성상 단일체'이므로 임신한 여성 근로자의 근로환경에 기인한 태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은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돼 독립된 인격을 가진 출산아가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이미 임신한 근로자에 대해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라며, 2심의 판단을 파기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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