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박원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해발 104m에 불과하지만, 분화구 안에 분화구를 갖춘 이중 분화구 구조로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이곳에 460실 규모의 호텔과 휴양․상업시설 등을 짓는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에 대해 ‘부동의’ 의결을 이끌어낸 박원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원희룡 지사가 송악산 개발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음에도 제주도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재검토’ 의견까지 누락해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진행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제주도의 ‘유체이탈 화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 자체의 보완․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는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대행업체를 사업자가 직접 선정하는 방식이어서, 대행업체가 비용을 대는 사업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행정에서 대행업체를 선정, 관리감독하고, 이에 따른 비용만 사업자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회계보고서와 같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부실’ 작성할 경우 처벌하는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도의회가 중심을 잡아 제도개선을 이끌어내겠다”고도 했다.

환경수용성에 대한 도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진 만큼 개발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까지의 대규모 개발사업들이 부동산 개발을 통해 누가 더 고급 숙박시설을 짓느냐의 경쟁적 측면이 있었다”며 “급격한 개발과 인구증가가 제주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최근 몇 년 동안 도민들이 뼈저리기게 느끼고 있다. 환경수용성에 대한 도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지고 있는만큼 개발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수용성 문제로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쓰레기, 상하수도 등 공공정책 추진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정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주문했다.

박 위원장은 “먼저 사업을 시작해놓고 이후에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기회비용만 늘어나고 있다”며 “도민들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도민들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열린 자세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도민사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제주의소리
박원철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제주의소리

Q. 이번 임시회 안건심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게 송악산 개발에 제동을 건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다. 심사보류도 아닌 ‘부동의’ 결정을 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뭔가.

도민 여러분과 언론에서 제주 개발과 보전 정책이 도의회에서 어떻게 다뤄질까가 뜨거운 관심사였다. 그런 면에서 의회나 도정 모두 부담이 많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심사를 진행하면서 부담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송악산 환경영양평가 동의안은 폐기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현재 모든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은 환경부 산하 KEI(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의견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 사업의 경우 연구원이 이례적으로 ‘재검토’ 의견을 줬다. 그렇지만 제주도가 ‘재검토’ 의견을 5차례 진행된 심의위원회 회의 때 심의위원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환경영향평가 심의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도지사께서 이번 임시회에서 동료의원의 도정질문에 ‘송악산의 자연환경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한 점도 부동의 결정을 하는데 결정적이었다.

Q. 안건 처리 후 부동의 사유를 7개로 정리했더라. 나머지 부동의 사유들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달라.

도의회 홈페이지 ‘의안정보’란을 보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하나만 첨언하자면 제주는 2010년 용머리, 성산일출봉, 차귀도 등이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송악산은 경관 지질구조 희소성 등 학술적 가치 면에서 이미 A+등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호체계나 관리용의성 면에서는 C0 평가에 그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관리나 보호체계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했다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환경적, 학술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부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Q.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부동의’ 된 것은 2002년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그렇다면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완전 좌초되는 것인가.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 ⓒ제주의소리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 ⓒ제주의소리

과거 유사사례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강정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에 대해 상임위에서는 ‘부동의’ 처리했지만 본회의에 상정돼 날치기 처리된 적이 있다. 이번 건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고 최종 부결 처리됐다는 점에서 첫 사례다.

개발사업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는 도지사다.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부결됐다고 해서 사업이 취소된 것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것 같다. 도지사가 사업승인권자이기 때문에 도정의 입장이 있을 것이다. 다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서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는게 상식적이라고 본다

Q. 개발사업과 관련해 최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주민수용성’ 문제다. 안건심사 하루 전날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현장에서 느낀 점은 어떤가.

현장 느낌을 한마디로 정리하긴 그렇다. 워낙 도민관심이 많은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 위원회는 이번 말고도 비공식적으로 세 차례 다녀왔다. 찬․반 양측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지금은 도민들께서 환경수용성 문제에 대해 매우 예리하다. 사업 적정성․타당성만 놓고 볼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향후 도정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는 적정성․타당성만 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환경수용성 문제에 대해 중요하게 인식했으면 한다.

Q. 그동안 개발사업과 관련해 도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브레이크 없는 개발에 편승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 안건 처리를 보면서 모처럼 의회가 제 역할을 했다는 칭찬도 나온다. 이같은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안건을 처리할 때 도민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동의 절차는 유일하게 제주도에서만 시행되는 제도다. 사업 인․허가의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사업추진 상황을 감안하면 의회가 부동의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환경수용성 문제에 대한 도민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도 의회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여 주신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Q. 이번 ‘송악산 개발’과 관련해 주목받은 게 환경영향평가 제도다. 지금은 사업자가 의뢰하는 방식이다보니 대행업체가 사업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제도개선을 추진할 의향은 없나.

사업자가 돈을 대고 평가서를 작성토록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도정에서도 그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고 본다. 차라리 제주도가 여러 심사절차를 거쳐서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할 업체를 선정해 관리감독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도정에도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와 '이슈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박원철 환경도시위원장. ⓒ제주의소리

Q. 예전에는 묻지마 개발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속 가능한 제주’라는 컨셉트에 맞는가를 묻는 도민들이 늘고 있다. 개발과 보전, 난제이긴 한데 앞으로 제주도의 개발정책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어렵고 힘든 문제다. 상하수도, 쓰레기 등 공공정책도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제주에서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제주도의 투자유치가 부동산 개발을 통해 누가 더 고급 숙박시설을 짓느냐 하는 경쟁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도민의 입장에서는 삶의 질이 오히려 하락했다. 급격한 개발과 인구증가가 우리 제주도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최근 몇 년 동안 도민들이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준비되지 않은 대규모 개발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개발사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제주가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부동산 개발이 아닌 일자리 정책과 연계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공공정책도 도민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먼저 사업을 시작해놓고 이후에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기회비용만 늘어난다. 도민들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것이 시작이 돼야 한다.

Q. 여전히 절차가 진행중이거나, 대기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이 많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정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다.

도지사는 송악산 개발과 관련해 수차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지만, 담당국장은 의회의 심의 후에 추진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는 등 넓게 보면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 책임지는 도정의 모습이 필요하다.

공공정책과 관련해서도 처음부터 투명한 정보공개, 토론회 등을 통해 사업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역주민들과 상생 가능한 사업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물론 도정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조금은 미흡하다. 도의회도 이런 점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주문해나갈 것이다. 도민 여러분들도 쓰레기, 상하수도 문제 등 공공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꼭 필요하다고 한다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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