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 “거주 불가능 정보 제공 안해” vs 마을회 “몰랐다, 충분히 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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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산1리 테마체험장을 둘러싸고 입주자와 마을회 간의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가 소유하고 마을회가 위탁 운영하는 테마체험관. 마을 활력이라는 목적에 맞게 운영돼야 하지만 실상 현실은 마을회의 미흡한 관리로 피해자가 잇달아 발생하는 등 문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1리에 위치한 테마체험관. 이곳은 농림축산식품부 마을만들기사업 일환으로 지어진 다목적 건물이다. 서귀포시가 소유하지만 관리·운영은 토산1리 마을회가 맡는다. 

고요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최근 건물 활용을 둘러싸고 분쟁이 불거진 상태다. 지난해 9월부터 체험관에 입주한 업사이클링 작가 김모 씨와 토산1리 마을회가 공간 운영부터 계약 해지까지 과정마다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5년 계약으로 입주했지만 알고 보니 체험관이 거주할 수 없는 곳임을 뒤늦게 확인해 졸지에 쫓겨나게 생겼다는 입장이다. 계약 과정에서 마을회가 거주 가능 여부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았다며, 계약 해지에 대한 책임과 부대비용을 마을회에 돌리고 있다. 이에 반해 마을회는 김 씨를 위한 거처를 추천하는 등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지만 입장차가 분명했다고 반박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7일 마을회와 ‘테마체험장 시설관리운영 계약’을 체결한다. 체험관과 바로 뒤에 있는 작업실을 2024년 9월 4일까지 총 5년 동안 빌려 운영하겠다는 내용이다. 김 씨는 이곳에서 업사이클링·도자기·자수·수채화 공방, 카페, 게스트룸 등 모두 6가지 종류의 공간을 차려 본인의 업사이클링 예술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 3월 서귀포시가 마을회에 공문을 보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공문은 ‘체험관 내에 운영자가 거주하는 것은 서귀포시-마을회 간 계약 위반이므로, 운영자는 3월 31일까지 방법을 마련해 4월 29일까지 타 주거 시설로 이사 조치하라’는 내용이었다.

서귀포시와 토산1리가 체결한 테마체험장 관리·운영 위수탁 계약서에는 ‘당초 보조금 교부 목적 이외의 사용 및 양도, 교환, 대여하거나 담보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체험관을 주거 가능한 시설로 알고 있던 김 씨는 마을회와 논의 끝에 거주지를 옮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김 씨는 계약 조건을 근거로 테마체험관처럼 어린 자녀를 어느 정도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거주지로 옮기겠다는 입장이다. 김 씨와 마을회가 체결한 계약서에 따르면 ‘을(김 씨)의 귀책사유나 특별한 사유 없이 갑(마을회)이 본 계약을 해제한 경우, 계약금 및 임대료를 을에게 반환하고 위약금으로 을이 투자한 시설비 및 이사비용을 지급한다.(이사 준비 기간 포함)’도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러나 마을회는 김 씨가 요구하는 이사 비용이 지나치다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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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체험장 김 씨(을)와 토산1리 마을회(갑)가 체결한 계약서 가운데 일부분. ⓒ제주의소리

김 씨는 “마을회와 계약 당시에 테마체험관에서 자녀를 포함한 내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있었다. 다른 제주 마을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공간을 운영하면서 입주자와 마을회 간에 마찰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어서 확실히 테마체험관에서 거주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계약 체결 현장에 있던 마을회장, 감사, 마을지도자 네 분 모두 가능하다고 확인까지 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서귀포시 공문이 날아온 2월이 되어서야 마을회장님이 ‘테마체험관에 사람이 거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해 황당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을회장 김 모씨는 “테마체험관 건물에서 거주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이 부분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마을회의 잘못도 있지만, 입주자 김 씨 역시 우리와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일부 책임은 인정했다.

다만 마을회장은 김 씨의 이사를 위해 최대한 편의를 배려했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초 마을회관 내 게스트하우스를 새 주거지로 제안했지만 (김 씨가) 거부했다. 토산리 마을 안에 집을 구해주겠다고 또 권했지만 현재 테마체험관보다 열악하다며 이마저도 거부했다. 이사 비용도 최초 제시 금액보다 계속 늘어나면서 도저히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마을회장은 “테마체험장을 활용한 마을 사업을 지난해부터 계획해서 이제 곧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입주자를 생각해 거주지도 알아봐주고 사업 운영상 필요에 따라 전대차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특약사항까지 계약서에 넣어줄 만큼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마을회장은 "입주자 김 씨가 올해 1월까지 지급하기로 했던 체험장 임대료를 아직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시설비 초과로 4월 말일까지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회장과 통화했지만 말을 바꾸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과 사례는 다르나 마을회의 허술한 계약 체결로 피해를 본 사례가 김 씨 이전에 한 차례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마을회의 운영방식이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앞서 유리공예 작업자 A씨는 2018년 마을회와 테마체험관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당시 체험관 건물이 아직 준공 승인도 받지 않았는데도 계약을 맺은 것이다. 금세 승인이 난다는 마을회 말을 믿은 A씨는 8개월 넘게 기다린 끝에 준비한 유리공예나 카페 모두 포기하고 떠났다. 준공 허가가 내려진 시기는 A씨가 테마체험관을 나가고 다시 몇 개월이 지나서다.

결국 마을회가 이미 공간 입주자와 한 차례 갈등을 겪은 상황에서, 건물 목적에 맞는 임대 내용을 제대로 확인했다면 재차 갈등이 불거질 일은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입주자 김 씨는 ‘시설비, 이사 비용 등을 지급한다는 계약 내용을 마을회가 준수하라’는 입장, 마을회 역시 ‘입주자가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입장으로 차이가 분명해 갈등 해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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