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아이들의 안전한 친수공간을 만들어야...

필자가 소속하고 있는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실 앞 도로너머 산지천...

요즘 동네 개구쟁이들이 이곳에서 물놀이에 여념이 없다.
굳이 먼 해수욕장을 찾지 않아도 동네 주변에 이렇게 물장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산지천이 되살아난 지표로 전문가들은 이곳에 몇몇 어종이 살고 있으며 여러 생태적 기준을 제시하지만, 필자는 이곳에 동네아이들이 마음껏 물장구치며 물놀이하는 것이야말로 생태하천 복원의 단적인 지표라 생각한다.

종종 이 곳을 지나는 관광객들도 이 곳에서 물장난하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부러운 듯 카메라에 담는 모습을 본다.

아쉬운 것은 아이들이 물놀이하는데 접근하기가 위험하고(심지어 다리위에서 아슬하게 곡예를 타는 아이들도 있다), 마음놓고 수영할 정도로 수심이 낮은 곳이 별로 없어 자칫 물놀이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조금만 비가 내려도, 어디서부터인지 흘러나오는지 모르지만 각종 오물과 쓰레기가 밀려들어 거대한 하수구로 변해버리는 산치천의 감추고 싶은 '이중적 얼굴'이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이곳에 짧은 시간 동안 '스콜'과 비슷한 비가 내리자 단 몇분 동안에 맑고 푸른 산지천이 흙탕물로 바뀔 뿐만 아니라 악취를 풍기는 하수구로 변해버리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졸지에 물장난하던 아이들은 '비상사태'라며 혼비백산, 산지천을 빠져 나오는 웃지 못할 모습을 보기도 하였다.

아마도 우수관과 하수관이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거나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데 제주시 당국은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 얘기하려는 주제는 이것이 아니다.

지난 토요일에도 사무실에서 산치천을 내려다보니 아이들의 물장난이 시작되고 있다.

근데 다리 중간에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4층에서 내려다보던 필자는 이 현수막이 물놀이하는 아이들에게 조심하라는 '물놀이 조심' 현수막인줄 알았다.

근데, 내려가 확인해 보니 황당하게도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수영은 금지해요! 산지천은 청정하천으로 보호해야 합니다.-제주시문화관광시설관리사업소장"

이런!
아이들의 수영을 금지하는 이유가 산지천을 청정하천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란다.
조금만 비가 내려도 거대한 하수구로 변해버리는 산치천에서...

고기들이 돌아오는 것만이 생태하천의 징표가 아니라, 사람들이 아이들이 산지천으로 돌아온 것이야 말로 진정 생태하천의 징표가 된다는 것을 어찌 모르는가?

물놀이 사고 위험이 있어 수영을 금지한다는 건 이해가 되나 산지천을 청정하천으로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런다는 건 정말 넌센스다.

   
제주시 당국에 바란다.

오히려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산지천에 안전한 친수공간을 만들어 주기를...

또한 진정 청정하천을 원한다면 조금만 비가 내려도 거대한 하수구로 변해 악취로 진동하는 산치천의 두얼굴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해 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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