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이 12일 오전 9시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헌화와 분향을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2일 오전 9시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헌화와 분향을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대한민국 경찰 수장 최초로 제주4.3 관련된 행사에 참석해 유감을 표명한 민갑룡 경찰청장이 경찰 총수로는 15년만에 제주4.3평화공원을 직접 찾아 4.3 영령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민 청장은 제주 방문 이틀째인 12일 오전 9시 당초 공개 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헌화와 분향을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위패봉안소에 마련된 방명록에는 “제주4‧3사건의 아픔을 통해 경찰의 지난 날을 반성하며 유가족의 염원을 이정표로 삼아 민주‧인권‧민생경찰로 굳건히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썼다.

평화재단 관계자들과 대화에서는 “과거사 해결을 위해서는 잘못한 사람들이 먼저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앙경우회 회장단을 만나 중앙 차원에서 4.3의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화답했다.

민 청장은 경찰청 차장이던 2018년 4월2일 제주를 찾아 제주 너븐숭이 4.3기념관을 방문하고 이튿날 제70주년 제주4.3추념식 현장을 직접 찾아 희생자들을 추념한 바 있다.

지난해 4월3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추념 행사에 참석해 4.3영령들에게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전했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2일 오전 9시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거수 경례를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2일 오전 9시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거수 경례를 하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당시 민 청장은 방명록에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고 썼다.

이어 “하루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길... 경찰도 동참해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인권·민생 경찰이 되겠습니다”라고 남겼다.

당시 제주4.3평화재단은 민 청장의 방명록을 근거로 경찰청 차원의 첫 공식 유감표명과 사과로 기록하겠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현직 경찰청장이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한 것은 2005년 10월28일 허준영 경찰청장 이후 15년만이다. 당시 허 전 청장은 순직 경찰관을 위해 거수 경례를 하고 공식 사과는 없었다.

방명록에도 “4.3 당시 무고한 희생을 당하신 양민들과 순직 경찰관의 영령들께 삼가 고개 숙여 조의를 표합니다”라고 썼다.

현직 경찰청장이 직접 4.3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감을 표명하면서 4.3당시 수많은 도민 희생이 공권력의 잘못에 의해 벌어졌음을 공식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민 청장은 경찰 수장 최초로 임기 중 제주4.3에 대해 공식사과하고 4.3평화공원까지 방문해 희생자들을 추념한 경찰청장으로 남게됐다.

2019년 4월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 방명록에
2019년 4월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민갑룡 경찰청장. 방명록에 "4.3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글귀를 남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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