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73. 최후의 승자는 누구인가?

10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33·34대 해군참모총장 이취임식에서 신임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본부]
지난 4월 10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33·34대 해군참모총장 이취임식에서 신임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해군본부]

얼마 전 신문을 보다가 제주 출신 부석종 장군이 해군 참모총장에 임명됐다는 걸 알았다. 부 총장은 세화중·고를 졸업했다.

과거 주요 공직에는 선출직, 임명직 가릴 것 없이 주류 고교(오고, 일고) 출신자들이 대거 진출했다. 원희룡 지사 이전에는 일고도 비주류여서 오현고 독과점 시대가 수십 년 간 지속돼 왔다.

그래서 어느 지방고 출신 인사는 “제주도에는 오고와 일고만 있고 나머지 학교는 기타 고교로 분류해야 한다”고 자조 섞인 푸념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독과점 시대, 기울어진 운동장 시대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당장 군인만 보더라도 대정고 출신 김인종 육군 대장이 있고 한림공고 출신 김인식 해병대 사령관이 있다.

그런데 왜 군인들 중 비주류 고교 출신이 크게 되는가? 제주 사람들이 군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대는 지연·학연 등 연줄의 영향을 덜 받는 곳이고, 개인의 능력과 충성심만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는 군대의 조직 문화가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제주인이 일반적 특성이 정직, 성실, 끈기도 일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인들이 관료 사회에서 장·차관 등 고위직에 오르는 게 어려운 까닭은 승진과 발탁에서 영남파, 호남파 등 연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료사회 용어로는 ‘파이프 라인이 없다’)

아무튼 한국사회에서 주류사회란 끼리끼리 문화, 패거리 문화의 성격을 띠는 게 흔한 일이다. 패거리 문화의 단점은 서열의식, 패쇄성, 배타성, 무사 안일주의 등이다. 반면에 비주류의 강점은 창의성, 도전정신, 모험심, 수용성, 협동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소외되고 고독한 자들이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비주류는 콤플렉스가 아니다. 비주류의 참된 힘을 보여준 부석종과 김인종과 김인식은 그들이 비주류이기 때문에 도전했고 도약할 수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최후의 승자는 주류가 아니라, 외로운 비주류의 사람들이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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