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체육관 예산 '편성→이월→불용→재편성', 4년째 표류

사용하지도 못할 예산을 무리하게 편성해놓고 이듬해로 이월시키는 등 제주도교육청의 사업 관행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됐다. 2016년 배정됐던 70억원의 예산은 4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사용되지 못하고 편성과 불용을 반복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지방 교육재정 효율성 및 건전성 제고 실태' 감사를 실시하고 12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제주도교육청은 2016년 12월 20일부터 총 사업비 72억여원을 들여 'A초등학교 다목적 강당 및 수영장 등 신축사업'을 시행했지만, 해당 예산을 2017년으로 전액 명시이월하고, 이중 70여억원을 불용했다.

2018년에도 다시 72억여원의 예산을 편성했다가 2019년으로 재차 72억여원을 명시 이월했다. 연도별 세부 집행계획도 없이 예산 편성 후 불용 처리했다가 다시 예산을 편성하는 행위를 반복한 것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수립한 초·중·특수학교 중기 학생 배치계획에 따르면 A초등학교의 최대 학생수는 2022년 611명으로, 최초 사업 계획대로 착공된 체육관이 2020년 5월에 완공됐다면 학생들이 체육활동이나 졸업식 운영 등에 사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결국 A초등학교 체육관은 2019년 3월에야 착공했으나, 같은 해 5월 학생 수에 따른 체육장 필요 면적과 관계없이 운동장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인근토지를 매입한 후 그 부지로 복합체육관 등을 옮기기로 하고,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했다.

더욱이 도교육청은 같은 해 9월 '복합체육관 사업'의 계획을 변경하면서, 토지매입비를 총사업비에 포함하면 중앙투자심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체육관 점유면적의 토지매입비만 총사업비에 포함해 자체심사만을 수행하고 중앙투자심사를 받지 않았다.

A초등학교는 신규토지를 매입한 후 뒤늦게 제주시 등과 학교시설을 도시관리계획으로 결정하는 등 필수 절차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으나, 아직도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원은 "복합체육관 사업은 중앙투자심사를 거치지 않아 사업변경의 필요성 및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은 물론 부실한 사업계획 때문에 현재 공사가 중단돼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사업재개 시기도 불투명해 2020년으로 사고이월된 사업비마저 또다시 불용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며 도교육청에 주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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