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정문에 설치된 복합악취 안내판.
제주시 도두동 제주하수처리장 정문에 설치된 복합악취 안내판.

제주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상 첫 배상 판결이 현실화 될 경우 줄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시 도두동 마을주민 A씨 등 2명은 최근 제주도와 제주하수처리장 시설설비업체를 상대로 8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도두동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A씨 등은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투숙객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자신들도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받아왔다며 배상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1994년 4월 제주하수처리장이 들어선 이후 제주에서 악취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내 다른 환경시설에서도 이처럼 악취로 인한 민사 소송은 전례가 없다.

청구인들이 문제 삼은 시점은 2015년부터 2016년 사이다. 당시 제주하수처리장은 도내 8개 하수처리장 전체 시설용량 23만1500t의 절반 이상인 56%를 담당했다.

하수는 ‘유입침사지’로 흘러들어가 자갈과 모래, 쓰레기 등이 걸러진다. 이후 ‘1차 침전지’에서 약 30%의 오염물질이 제거된다. 여기서 발생한 슬러지는 재처리돼 탈수기로 향한다.

탈수기는 슬러지에 있는 수분을 제거하는 장치다. 탈수를 거친 슬러지는 매립복토재로 재활용된다. ‘1차 침전지’를 거친 물은 다시 ‘2차 침전지’를 거쳐 슬러지 제거 작업을 반복한다.

제주도가 2016년 제주하수처리장의 악취발생을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시설 개량 사업을 벌이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도가 2016년 제주하수처리장의 악취발생을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시설 개량 사업을 벌이는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당시 핵심적인 정화작용을 하는 ‘미생물’이 사멸하면서 각 처리시설에서 정화기능이 약화되고 악취는 더욱 심해졌다. 펜션업 관계자와 해녀, 동우회 등에 민원도 최고조에 달했다.

미생물 사멸과 함께 탈수설비도 악취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설비가 노후화 되고 개방형 구조로 돼 있어 슬러지 탈수와 반출 과정에서 악취가 외부로 쉽게 빠져나갔다.

제주도는 악취를 줄이기 위해 첨전지와 반응조 등 개방된 정화 시설에 덮개를 설치하고 탈취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사마저 늦춰졌다.

이 과정에서 공간탈취설비 제작설치 사업 입찰공고와 관련해 특정 업체가 물품공급 계약과정을 문제 삼으며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제주도가 검증되지 않은 설비를 무분별하게 설치해 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중간에 돌연 소를 취하했다.

이 탈취기는 송풍기를 통해 유입된 공기를 음전자 발생장치(바이오-옥시전·Bio Oxygen)에 접촉시켜 산소클러스터를 생성해 실내 잔류 취기를 제거하는 설비다.

재판의 핵심은 악취 발생의 책임 소재 여부다. 이를 두고 청구인과 제주도 간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된다. 악취로 인한 실질적 피해를 입증하는 부분도 재판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제주지방법원은 해당 사건을 민사15단독에 배당하고 조만간 변론 기일을 정해 원고측 소송대리인의 청구 취지 등을 청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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