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교육지원금’ 학교밖청소년 제외 논란, 시민사회 반발 구체화

제주도교육청을 비롯한 17개 지방자치단체 및 시도교육청에 발송된 국민권익위원회 공문. 코로나19로 인한 지원 대상에 학교밖청소년의 포함 여부 의견을 묻고 있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교육청을 비롯한 17개 지방자치단체 및 시도교육청에 발송된 국민권익위원회 공문. 코로나19로 인한 지원 대상에 학교밖청소년의 포함 여부 의견을 묻고 있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교육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지역 내 모든 학생에게 일괄 지급하기로 한 '교육희망지원금' 대상에 학교 밖 청소년을 제외시키는 과정에서 국무총리 직속 국민권익위원회의 의견도 뒷전에 둔 것으로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용하지 못했거나 연내 추진이 어려운 사업 예산을 투입해 지역 내 모든 학생에게 일괄 지급하는 일명 '제주교육희망지원금' 예산을 2020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편성,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지원 대상은 도내 만 7세 이상 초‧중‧고 학생 7만6000여명으로, 학생 1인당 30만원씩 선불카드에 충전해 지급키로 했다. 투입되는 총 예산은 약 228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밖 청소년은 지원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 논란을 키웠다. 교육희망지원금의 취지는 지역 내 학생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지만, 무상교육·교육복지 측면에서 전면 대치되면서 지역사회 일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정확한 집계는 불가하다. 학업 적령기에 있으면서 학업을 중도에 포기했거나 고교에 진학하지 않은 도내 학교 밖 청소년은 약 24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에게도 동일한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약 7억2000만원의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문제는 추경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하기 전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묻는 국민권익위의 공문이 발송됐다는 점이다.

권익위는 지난 8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시도교육청에 '교육재난지원금 등 지급시 지급대상에 학교 밖 청소년 포함 의견조회' 공문을 보냈다. 권익위는 이 건에 대해 이해관계기관에 대한 자료수집 및 의견 수렴 단계에 있다며 14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제주도교육청을 비롯한 17개 지방자치단체 및 시도교육청에 발송된 국민권익위원회 공문.
제주도교육청을 비롯한 17개 지방자치단체 및 시도교육청에 발송된 국민권익위원회 공문. 학교밖청소년 포함 방안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공문에는 교육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지역사회 내 지원사업 추진 시 동일 연령대 모든 청소년을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는 권고 내용도 담겼다. 교육재난지원금 지원조례 등 관련 조례·지침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개선 권고 및 의견표명에 대한 법적 강제력도 없지만, 적어도 도교육청의 의지가 있었다면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 대상으로 포함시킬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제주도 역시 교육당국이 교육재난지원금 대상에 학교밖 청소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지난 15일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에 출석한 임태봉 제주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지원 기준이 초·중·고 재학생 위주이다 보니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지급 기준은 동일 연령대 청소년으로 보편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관련 지원 근거 조례는 제주도에도 있고 도교육청에도 있으니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은 애초에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원 대상 선정은 법이나 조례에 근거할 수 밖에 없는데, 학교밖 청소년 지원조례를 긴급지원금 대상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긴급히 개정한 '제주도교육청 교육복지 운영 및 지원 조례'에도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의 권고와 관련해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도교육청의 의견을 제출한 상태"라고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지난 15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제주도내 학교밖청소년 학부모. ⓒ제주의소리
지난 15일 제주도교육청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는 제주도내 학교밖청소년 학부모. ⓒ제주의소리

한편, 이 같은 교육당국의 행보에 반발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5일 도교육청 앞에는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는 1인 피켓 시위가 진행됐다. 18일 오전에는 제주대학교육협의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석문 교육감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는 대안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권익위의 의견이 있음에도 도교육청이 굳이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도교육청이 자신들의 관리 하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 대상을 선별한 것으로, 코로나19를 대하는 문제 인식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논란이 일자 초중학생에 대해서는 '학교 밖 청소년임에도 의무교육 대상자로, 각 학교에 적을 두고 있으니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며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지만, 이는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존재 자체를 애써 부정하는 결정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제주도의회 역시 '법적 지원 근거가 없다'는 도교육청의 입장이 일관될 경우 관련 조례를 개정해서라도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창권 의원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 조례 근거에 교재비 및 중식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돼 있음에도 도교육청이 조례 해석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도교육청이 법적 근거를 이유로 끝내 지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제주도교육청 학교밖 청소년 교육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6월 중 개정해 7월부터 지원이 가능해지도록 나설 계획이다. 이번 추경안 심사를 통해 해당 예산을 확보하면 될 일"이라고 강경대응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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