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미진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

2019년 뜨거운 7월, 여름의 골목에서 에너지 민주주의 카본프리 아일랜드 실현을 위한 제주도 제6차 지역에너지계획 수립 시민연구단(이하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이 발족했다.

지역별, 연령별, 성별에 고루 감안해 만들어진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은 한 달에 2번의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의 시간을 투자하기로 하고 짧은 기간 긴 여정을 보냈다.

오전9시 모임을 위해 달콤한 휴일의 아침을 포기하고 1시간 넘는 시간을 달려 모임에 참석했다. 제주 제6차 지역에너지계획 수립에 시민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많은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했다.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것은 스스로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에 참석하겠다고 신청서를 내고, 위촉을 받았는데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더 정확하게 내야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에너지 분야는 용어도 생소하고, 계획들의 수립과 시행이 행정을 통해 이뤄지다보니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적었다. 하지만 에너지가 삶에 매우 밀착되어 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TV를 보고 핸드폰을 충전하고 버스 혹은 자동차로 이동하며 밥을 짓고 세탁기로 빨래를 하고 에어컨을 트는 등 나열하다보면 사용하면서 잊고 있었던 에너지에 대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다. 

이런 에너지에 대한 ‘지역에너지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에 참석하여 현재뿐만 아니라 제주의 에너지 미래를 그려보는 일에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자 한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의 단원으로 활동에 열심히 임했다.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며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조사하고 연구하며 토론하는 모임이었다. 에너지 용어, 제주 에너지 현황 정도의 교양교육을 진행한 후에는 스스로의 관심사에 따라 에너지키워드를 뽑아내고 결정을 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또는 미디어에서 자주 접하는 주제와 에너지 문제를 중심으로 연구하여 생활에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에너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모인만큼 많은 것들을 스스로 정하고, 의견을 조율하고 모으면서 보낸 시간이었다. 
 
삶과 밀접한 영역에서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니, 제주도 유가, 화학연료, 전력산업기반 기금, LNG도입, 전기버스 보급에 관련된 현장에서의 문제점 파악, 그리고 대안에너지(풍력발전, 태양광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가 쏟아져 나왔고 에너지 관련 사항들을 하나라도 더 검토해보려고 노력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게다가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이라는 이름을 달았기에 개개인의 의견보다는 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들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에너지가 생활 속 ‘사용하는 사람’과 밀접함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생산’에 촛점이 맞추어진 내용들을 검토할 때에는 더욱 심도깊은 의견들이 오고 갔다. 에너지를 왜 생산해야 하는지, 에너지 소비 주체는 누구인지, 행정계획을 통한 ‘생산’에 맞추어진 계획들이 제주도민들 삶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거듭된 토론과 토의는 시간이 갈수록 깊이감을 담아냈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달성을 위해 세워진 생산지향적 계획을 살펴보며 에너지 수요관리 및 효율성에 따른 고찰도 함께 이뤄졌다. 생산을 핵/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꾼다고 모든 에너지 문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개발에 맞추어진 계획에는 현실적 문제점을 동반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 중 하나를 살펴보자면 제주도 전기차사용을 늘려 탄소‘0’를 실천하는 기후변화 대응책은 풍력에너지개발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되었다. 탄소‘0’를 위해 풍력발전량을 늘려 전기차에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인데 결국 에너지 설비를 계속해서 들여 만들어내는 탄소‘0’인 것이다.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는 더욱 뜨거워진 8월의 햇살도 유난히 자주 상륙했던 9-10월의 태풍도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을 막지 못했다.  

김미진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원
김미진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원

 

제주에너지 정책과 함께 제주 자연환경 및 사람에 대한 현실적인 고찰이 선제적으로 검토되고 반영된 에너지 정책이 돼야 한다. 혹시나 좋은 말로 포장되어지는 거대 자본의 이익이 있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살펴보고 공급, 개발, 생산이 목적인 에너지 정책이 아닌 삶, 자연, 시민을 바라보는 제주를 위한 균형있는 정책이 세워지고 실현되어야 한다. 

또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타이틀을 걸어두고 단발성 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연계되는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에너지 계획이 수립되고 안전한 에너지 전환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바이다. 

뜨거운 여름의 태양, 유난히 많은 횟수의 태풍과 함께한 제주에너지시민연구단의 활동은 700페이지 가량의 결과보고문이 됐고, 2020년 CFI거버넌스(가칭)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이 모든 것이 시민들의 생각, 주장이나 외침에서 끝나지 않도록 시민들의 삶을 살펴보는 행정의 지혜로움을 발휘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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