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간 등교수업 중단, 수료 앞둔 학부모-학생 등 부분적 학비 환불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 국제학교 학비 환불 요구' 내용이 담긴 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제주 국제학교 학비 환불 요구' 내용이 담긴 청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미뤄졌던 등교수업을 재개하는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에서 학부모·학생들로부터 학비 환불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동안 제대로 수업이 진행되지 못했는데, 한 해 수천만원에 이르는 학비를 부분적으로라도 돌려줘야한다는 주장이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서귀포시 대정읍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 4곳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 등교수업을 진행하다가 2월 24일자로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했다. 국내 학교의 등교개학 연기가 결정됨에 따라 이에 동참하는 조치였다.

등교개학 재개 시기 역시 국내 학교와 기준점을 맞췄다. 고등학교 3학년이 등교수업의 첫 시작을 끊은 것과 마찬가지로 같은 연령의 입시를 앞둔 10~11학년 학생들부터 등교가 이뤄졌고, 순차적으로 연령별 등교가 재개될 예정이다.

국내 학교와 달리 일찍이 학사일정이 시작됐던 국제학교는 6월중 한 학기를 끝마치는 수료식을 갖게 된다. 각 학교마다 이르면 6월 5일, 늦으면 24일 수료한 후 방학에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등교수업이 시작된 이후에도 정상적인 수업을 받는 시간이 채 한 달도 되지 못하는 셈이다.  

학교와 학년, 교육과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2000만원대, 많게는 4000만원대에 이르는 거액의 학비를 부담해 온 학부모로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 밖에 없었다.

특정 학교는 급식비나 통학버스 이용비 등을 일부 환불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학비와 관련된 문제는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내 모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A씨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아이가 학교를 등교한 것은 2주뿐이었다.왜 하는가 싶은 수준의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고 있고, 다음주 등교한 이후 1주일 후면 한 학기가 끝나는 상황"이라며 "학교 측에 학부모들이 의견을 모아 일정 부분 환불을 요구해왔지만 '의논 중'이라는 말만 번복하고 있다.

A씨는 "벌써 다음 학기 등록금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다. 8월부터는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확신도 없이 또 다시 온라인 수업을 반복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추가로 학비를 내야 하는 현 상황에 많은 학부모들이 갈등과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서귀포시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실제 제주지역 국제학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학부모의 글이 여럿 게시돼 있다. 내부적으로 공론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학부모도 있었던 반면, 다수의 학부모들은 학교 측에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학부모 B씨는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불가항력의 사건이 맞지만, 학부모들이 학비 전액 환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 학기 내내 한번도 이용하지 목한 학교시설 이용 부분이라도 환불을 해줘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소한 다음 학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라도 알려줘야 한다"고 동조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거액의 학비를 내고 있는 국제학교 학생들에게 학비를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이와 같은 맥락의 주장이 담긴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직후부터 제주도에 있는 모든 국제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며 "1년 기숙사 비용 포함 6000만원 이상의 학비를 내고 있다. 기숙사 비용을 제외해도 1년 학비는 3500만원 이상이며, 환율에 따라 비용이 추가되기도 한다"며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이 비싼 학비를 내면서까지 국제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이런 비상사태 시에도 학생들에게 적절하고 안정된 수업 환경을 제공해줄수 있는 교사들과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학교에서 학생들의 시험과 미래를 책임져 줄수 있는지, 그것을 믿고 의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액을 주고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하지만, 학교에서 해줄수 있는것은 그저 온라인 수업 뿐이었고, 이 마저도 와이파이가 안되거나, 영상이 공유가 안되는 등, 기술적인 문제로 수업 80분의 20분을 빼앗기고 있다"며 "학기의 절반을 다닌 상황이고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으니 학비 전체를 돌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2학기의 학비를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24일 기준 2200명 이상이 동참하고 있다.

실질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없는 제주도교육청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국제학교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운영되는 학교로 도교육청에서 관여할 권한이 없다. 학비를 돌려줄지 말지도 학교 자체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이 관계자는 "국제학교는 교육부 소관도 아니라서 코로나19가 터졌을 당시 '등교수업을 그대로 하겠다'고 해도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각 학교가 국가적 위기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학사운영 자제 권고를 받아들였던 점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안과 관련 도내 모 국제학교 관계자는 "(환불 요구)주장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학교 내부적으로 협의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아꼈다.

또 다른 국제학교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 학교 내부적으로 다음주 초쯤 회의를 가질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환불 여부와 함께 하게되면 그 비율이나 금액을 어느정도로 해야할 지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에도 국제학교가 여러곳이고, 서울에도 외국인학교 등이 운영되고 있다. 여러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균형을 맞추는 결정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